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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g Jan 12. 2021

말레꼰의 일출, 안녕 쿠바

여행의 끝. Epilogue.

늦지 않게 말레꼰에 도착했다.

잠을 설쳤다. 덕분에 늦지 않게 일출을 보러 나올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아직 어둡고 적막하기만 한 새벽길은 오롯이 내 발자국 소리만을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말레꼰이 있는 북쪽 하이 조금씩 파래졌다. 먼동이 트고 있다. 말레꼰에 도착하니 낮게 깔린 구름들이 서서히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말레꼰에는 일출과 상관없이 미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아침을 열고 있었다. 조깅을 하거나 낚싯대를 드리우거나 혹은 홀로 담배를 피거나... 이 시간 말레꼰은 고독하다. 석양이 드리우는 말레꼰을 커플들이 가득 채우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해가 질 때처럼 빠른 속도로 해가 떠올랐다. 이 계절 해는 모로성 위쪽으로 뜬다. 바삐 모로성 쪽으로 걸어갔다. 마침내 해가 구름을 뚫고 강렬하게 내 눈과 마주쳤을 때,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한 달간의 멕시코/쿠바 여행을 끝낸다는 것이 새삼 감격스러웠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 낯선 언어 환경. 치안에 대한 두려움. 하루 평균 3, 4만보의 강행군. 독감으로 시작했던 여행. 알 수 없는 외로움과 공허함에 사로잡혀 그 우울과 무기력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감행했던, 그래서 특별한 계획 없이 무모하게 떠나왔던 여행. 치열하고 단단하게 채워갔던 시간들이 떠오르는 태양 앞으로 빠르게 나갔다.

여명에 드러나는 건물의 컬러.
해는 모로성 위로 올라온다.
도시가 깨어난다.
서서히 분주해지는 골목.
서쪽 하늘도 낯을 붉힌다.
해가 차 오른다.
낮게 깔린 구름들은 이미 해를 보았다.
모로성은 일출과 일몰을 같이 감상할 수 있는 좋은 포인트다.
묘한 흥분이 도시를 감싸돈다.
해가 올라온다.
아마 이때가 고기가 몰려들 때인가 보다.
베테랑은 뒤통수로도 물고기의 입질을 느낄 수 있나?
햇빛을 토해내는 호텔 건물들.
번덕스런 하바나 날씨를 감안했을 때 오늘의 일출은 성공적이다.
아직까지 단 한명도 고기를 낚지 못했다.
언제나 벅차 오르는 순간.
일출과 모닝 담배라니...
풍경사진은 구름빨이다.
쿠바국기와 일출.
조깅하는 사람들.
눈부신 아침, 그는 고민이 많다.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외다리 상이군인. 십년간 매일 이 자리에서 운동을 한다고 한다.

해가 다 떠오른 후에 나는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겼다. 숙소 앞에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한국 여학생 한 사람과 조인이 돼서 편안하게 공항까지 갈 수 있었다. 합승 요금은 10 cuc이었다. 이 여학생은 일 년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경비로 3개월 동안 중남미 일대를 홀로 다녔다고 했다. 그동안 스페인어도 많이 늘었고,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고 했다. 이 어린 친구에게는 평생 자산이 될 만한 여행이었을 것이다. 콜롬비아에서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그대로 강탈당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 나라들이 싫지 않다고 했다.  젊음과 패기 그리고 긍정하는 마인드가 놀랍고 부러웠다. 행은 누구든 그렇게 스스로를 한 뼘씩 성장시킨다. 그 커진 키만큼 그들의 시야는 넓어지는 것이다. 

아침, 말레꼰.
출근.
어느새 태양은 중천이다.
전기가 남아도는 쿠바.
조안나 까사 앞.

에필로그.


커다란 꼬리 날개가 북쪽 통창을 가득 채웠다. 송으로 안내 멘트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각자의 게이트와 그 위에 걸려 있는 시계를 향했다. 그들은 각자의 표를 교대로 확인하고는 이내 각자 하던 일을 다시 했다. 북으로 난 통창으로 스며든 햇살이 공항 대합실 안으로 이리저리 흩어졌다. 햇살을 타고 먼지들이 나풀거렸다. 먼지가 중력을 못 이기고 앞자리에 앉아 있던 할머니의 머리 위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마치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듯 그녀의 머리가 옆에서 신문을 보던 노신사의 어깨 위로 떨어졌다. 남편은 지긋이 옆에서 졸고 있는 아내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받히고 읽고 있던 신문을 가만히 내려놓고는 오른쪽 창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안경이 빛에 반사돼서 그의 눈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한 동안 자세를 고치지 않고 있었다. 인터넷도 되지 않는 낯선 공항에서 이른 체크인은 꽤 무료한 시간을 선물한다.


한 달간의 여행은 작은 캐리어에 짐을 터질 듯이 채우고 억지로 지퍼를 채우는 것과 같았다. 사전에 충분히 여행의 계획을 세우지도 못했고 여러모로 준비가 부족했지만 나름 부족함 없는 여정이었다.


탑승시간을 앞두고 스페인어 방송이 나왔다. 게이트가 오픈되고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노인은 그제야 오른손으로 아내의 어깨를 툭툭 쳤다. 우리는, 나도 모르게 우리가 되어 버린 그 노부부와 나는 천천히 뒷줄에 섰다. 저가 항공의 좁은 비행기 통로에 굳이 일찍 들어가 부대끼고 싶지 않았다.


비행기의 꼬리 쪽으로 벌써 해가 기울고 있었다. 나는 곧 저 비행기에 몸을 싣고 달아나는 시간을 쫓아갈 것이다. 앞쪽으로 늘어선 사람들의 등 위로 햇살이 비스듬히 떨어진다. 여행이란, 그리고 인생이란 앞서 간 사람들의 등을 보고 걷는 것일지도 모른다.

항공사 직원에게 티켓을 내밀었다.

Good bye Cu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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