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검사

by Mong

외국의 비자를 취득하는데 가장 중요한 관문 중 하나가 신체검사입니다.

신체검사는 자국으로 들어오는 이주민들의 풍토병이나 감염성 질병을 걸러내고, 향후 자국의 의료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을 사람을 걸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당연한 통과의례죠.

그 검사는 그러나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혈액검사와 흉부 엑스레이, 키, 몸무게 등의 신체계측 그리고 기왕력 등에 대한 문진 등이 다입니다. 보통 한두 시간에 다 이루어질 수 있는 검사죠. 어느 나라고 이 검사의 수준은 대동소이합니다.

이 검사는 대한민국 대부분의 보건소에서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 기관이 실행하니 공신력이 있고, 심지어 이 검사 결과는 영문으로도 발행됩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 피지라는 국가의 비자를 신청할 때 저는 비자 신체검사를 보건소에서 간편하게 받아 보았습니다.


그런데 캐나다는 다릅니다. 캐나다뿐 아니라 호주 등 한국 사람이 선호하는 많은 이민 대상 국가가 비슷한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캐나다는 권역별로 지정된 매우 제한된 일부 병원에서만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인구 2천만의 수도권의 경우, 강남 세브란스 병원과 삼육 병원만이 그 검사 대행을 맡고 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캐나다 정부의 퀄리파잉을 받은 의사들, 영어로 업무수행이 가능한 의사만이 신체검사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문진 등의 결과를 번역하는 데 있어서 번역 오류의 가능성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굳이 필요하다면 공증의 과정을 거칠 수도 있습니다. 캐나다가 이런 정책을 취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이 한국의 의료 수준을 매우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저 우리나라는 그들에게 필리핀, 태국, 인도, 중국 등과 같은 나라이겠죠.

신체검사의 프로토콜은 아주 많이 표준화되고 그 결과가 의료인 간에 쉽게 공유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그 결과를 비교함에 있어서 국가 간에 오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현대에 이르러는 전무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적어도 공공의료기관의 공인된 데이터라면 국가 상호 간에 인정을 해 주는 게 바람직합니다. 더 나아가 진단 방사선과와 혈액내과에서 제공하는 의료 데이터는 글로벌하게 인정해주고 공유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환자들의 기본권으로서 환자가 보다 편리하게 의료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획득, 본인이 원하는 의사에게 제공하고 진단을 받을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일단 그 수준까지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이런 기본적인 신체검사의 데이터를 국가 간에 서로 신뢰해 주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한국이 캐나다인에게 어떤 기준을 제시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수십만 원의 비용을 더 부담하고,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신체검사는 당사자들을 많이 불편하게 만듭니다.


저는 왜 이런 작은 불편함을 외교 당국이 소홀하게 다루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상대 국가가 우리나라를, 우리나라의 교육 수준, 의료 수준 등을 잘 이해하고 인정한다면 결코 개개인에게 요구하지 않아도 될 절차들인데 말입니다.


대전에 살고 있던 저희 가족은 대구와 서울 중 한 군데의 병원을 선택해서 검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신체검사비도 만만치 않게 들었고, 서울까지 왕복하는 교통의 피로감도 컸습니다.


국가가 국가로서의 자존심을 챙기고 살리는 일은 그 일이 아무리 소소하고 별 거 아닌 일이라도 그것은 국가가 국민을 위해서 반드시 해 주어야 하는 일입니다. 국민 개개인이 국민으로서 느끼는 자부심이 국가를 세우고 지키는 힘이 되지 않겠습니까?


오늘 한미 간 FTA가 타결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네요. 외교력이 돈이 되는 사안에만 집중되지 않고, 국민 개개인이 실제로 겪고 느끼는 일상들까지 확장되어서, 내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도록,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참 좋다는 실감이 날 수 있는 곳까지 미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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