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나에는 두 가지 투어버스가 있다. 하나는 이층버스 T1으로 말레꼰 해변을 시작으로 하바나의 주요 관광지를 거쳐 순환하고 다른 하나는 관광버스로 산타마리아 해변을 왕복한다. 오늘은 T1을 탔다. 날씨가 여전히 안 좋았다. 하지만 이런 날씨가 의외로 사진 찍기에 좋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는 라이팅이 부드러워서 표정 잡기가 좋고, 곳곳에 생긴 물 웅덩이에 비친 건물 사진도 좋으며, 때로는 물이 살짝 고인 검은 아스팔트 도로가 사물들을 유리처럼 반사시켜서 좋은 반영사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까삐톨리오 앞 센트럴파크의 메인 도로변에 두 버스의 정류장이 있다. 그곳에서 버스를 선택한 후 10 cuc을 주고 버스표를 구매했다. 노란색 종이로 된 버스표에 오늘 날짜가 볼펜으로 써 있었다. 이 버스표를 잘 들고 다녀야 한다. 버스는 서구의 여느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층짜리 오픈버스였다. 하루 종일 Hop on Hop off 가 가능하다. 이 버스가 다니는 구간이 올드카 투어 코스와 대부분 겹친다. 만원 남짓한 비용으로 Hop on Hop off를 체험할 수 있는 도시는 이 곳 하바나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싸우는 건지 가격 흥정을 하는 건지...손님으로 보이는 사람의 패션이 맘에 들었다.
카피톨리오 앞 광장에 세워져 있는 올드카들과 택시들.
모로성과 말레꼰의 16세기 포대.
잔뜩 흐린 말레꼰 해변.
모로성을 바라보는 말레꼰 해변이 비와 파도에 젖어 있다.
해변도로를 강타하는 파도는 말레꼰의 백미다. 하바나 차들의 하부상태가 궁금해진다.
Casa en Cuba(Hotel Nacional de Cuba) 1930년대 지어진 하바나의 대표적인 호텔.
이층버스의 가장 큰 매력은 말레꼰을 오고 갈 때 그 주변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처럼 파도가 거세게 치는 날에는 거대한 파도가 길을 오가는 차들을 덮치는 모습이 장관이다. 말레꼰을 벗어나자마자 하바나의 고급 호텔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그중 Cuba라는 큰 글씨 패널을 세운 Hotel Nacional de Cuba의 절벽과 고딕 양식의 호텔이 인상적이다. 그 주변에 1900년대 초반에 지어진 현대식 호텔 건물들도 모던하면서 고풍스러운 멋을 풍긴다. 다음 방문이 있다면 이쪽 해변의 한 호텔을 이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혹시 이쪽에 All inclusive호텔이 있다면 꼭 한 번 이용해 볼 생각이다. 하바나 북동쪽 해변의 느낌은 살짝 노바스코샤를 떠오르게 했다. 거칠고 황량한 암석 해변 사이로 간간히 드러나는 작은 백사장들이 파도가 만들어내는 하얀 포말과 함께 하바나의 부촌, 그 좋은 주택들 사이로 빼꼼이 얼굴을 드러내곤 했다. 같이 걸을 누군가가 있었다면 잠깐 내려서 해변을 산책해도 좋았겠다.
혁명광장의 체 게베라 벽
혁명광장의 호세 마르티 기념관.
하바나의 주유소. 연간 6조 원에 이르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원조에 힘입어 매우 저렴한 수준으로 휘발유 등이 공급된다. 작년 이후 미국의 제재로 원유 수급이 어렵다고 한다.
버스정류장 디자인이 독특하고 감각적이다.
쿠바의 노란 택시.
투어버스에서 찍은 건물. 어느 대학의 도서관 같은 게 아닐까 추측했는데... 독특한 외형의 이 건물이 뭐였는지 궁금하다.
하바나 동북쪽 해안가.
노바스코샤의 페기스코브를 떠올리게 했던 해안가 풍경.
혁명광장 체 게바라와 까밀로 시엔푸에고스. 혁명동지이자 절친이었다고 한다.
쿠바 혁명의 아버지 호세 마르티.
멀리 하바나 시내가 보인다.
체 게바라.
카밀로 시엔푸에고스.
하바나 여행에서 누구나 꼭 방문하게 되는 곳. 쿠바 혁명광장에 도착했다. 호세 마르티 기념관이 서쪽으로 웅장하게 버티고 선 채로광장을 굽어보고 있고 광장 주변의 주요 관공서 벽에는 쿠바 혁명의 삼총사,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 그리고 카밀로 시엔푸에고스의 얼굴이 크게 걸려 있다. 이 나라도 언젠가는 민주화가 될 것이고, 다양한 정파가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두고 치열하게 싸우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들에게는 갈등의 정점에서도 이들을 묶어 세울 정치철학적 기반으로서 이들이 쿠바의 미래에 함께할 것이다.
투어버스는 이 혁명광장을 두 번 지나쳐 간다. 버스가 종점을 찍고 돌아오는 길에 혁명광장에서 내렸다. 광장에 도착해 체 게바라 얼굴이 걸려있는 내무부 건물로부터 카스트로 건물의 왼쪽에 있는 국립극장 쪽으로 광장의 둘레를 따라 걸었다. 호세 마르티 기념관을 구경하고 시엔푸에고스가 걸려있는 정보통신부에 이르렀을 때 마침 투어버스가 도착했다. 갑자기 비가 후드득 쏟아져 전력질주로 버스를 쫓아가 잡아탔다. 주머니에서 꼬깃해진 버스 티켓을 채 빼내기도 전에 버스기사가 나를 기억했는지 이내 그냥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어느 혁명가들보다 더 혁명 현장에서 대중들과 호흡했던 게바라.
무슨 공사인지...여기도 공사 속도는 매우 느려 보인다.
혁명광장이 워낙 머스트 씨 아이템이라 올드카들이 많이 다닌다.
가끔 터빈을 쓴 사람들이 보인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공산국가.
난 이 공중전화 부스의 디자인이 좋았다. 부스 안에 들어가 있는 것만은 못하겠지만 나름 주변 소리 차단에 신경 쓴 디자인.
하바나 대학 정문에서 내려다 보이는 하바나 시내 풍경.
하바나 대학 학생들.
하바나 대학 안 풍경.
학생들. 딱히 유행이랄게 없는 다양한 패션들이 개성있어 보여 보기 좋다.
교수와 대화하는 학생들.
하바나 대학 어느 단과대 중정. 나무들이 크게 뻗어 올라 웅장하고 멋지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던.
하바나 시내. 공사 중인 까삐톨리오가 보인다.
하바나 북동쪽 해변을 따라 오래된 호텔들이 줄지어 있다. 다음에 또 온다면 이쪽에 묵고 싶다.
멀리 모로성이 보인다.
Church of Our Lady of Mount Carmel. 동상은 성모 마리아다.
까삐톨리오의 돔이 다 수리가 되었을 때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야자수들과 석조 기둥의 조화가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하바나 대학 풍경.
현대식 호텔과 무너져 내린 고택들이 한 샷으로 잡혀도 이상하지 않은 도시.
하바나 대학 입구.
하바나 대학에 놀러 온 연인들.
하바나 대학에 놀러 온 연인들 2.
하바나 대학에 놀러 온 연인들 3.
투어버스는 쿠바의 또 다른 유명 관광지인 공동묘지를 지났다. 거기서 내릴 생각은 없었다. 멕시코시티와 뉴 올리언스의 도심에서 비슷한 공동묘지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일부러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버스는 이윽고 하바나 대학 앞에 섰다. 하바나 대학은 쿠바 최고의 대학이다. 이 대학에는 의대생을 포함한 한국 학생도 여럿 있다고 한다. 학생에 대해서는 최고 10년까지 비자가 나온다. 스페인어를 잘하거나 스페인어에 관심이 있다면 여기서 공부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 하다. 쿠바는 개방되는 중이고, 자원국가, 관광국가인 데다가 생각보다 국민교육 수준도 높아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을 듯 하다.
하바나 대학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계단을 올라가면 동상 하나와 단과대 건물이 하나 나오고 그 단과대를 통과하면 아담한 대학 캠퍼스가 펼쳐진다. 계단을 오를 때 자신이 사회학과 학생이라며 말을 걸어오는 남학생이 있어서 대화를 나눴다. 영어가 수준급이었다. 한국에 대해서도 잘 알고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대학을 구경 오는 여행객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오래된 석조건물들은 한참은 더 오래된 듯한 웅장한 나무들과 어우러져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좀 전에 봤던 학생이 법과대학에서 바라보는 하바나의 뷰가 끝내준다고 해서 법과대학을 찾아갔다. 꼭대기층 한쪽으로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아니었는데 거의 매달리다시피 하면서 기어올라갔다. 학생의 말대로 옥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말레꼰과 올드 하바나의 풍경이 좋았다. 멀리 모로성도 보였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대학 옥상에 올라가시는 분은 없기를 바란다. 위험하기도 하고, 왠지 이게 허용되는 일은 아니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말레꼰.
말레꼰 2.
말레꼰 3.
모로성.
모로성 2.
멀리 Casa en Cuba가 보인다.
마르조 광장.
투어버스를 타고 돌아오니 날이 더 어둑해지고 있었다. 연이틀 날이 흐리니 슬쩍 햇빛이 그리워진다. 이제 오비스포거리를 보러 갈 시간이다. 배가 출출해졌다. 카페 캐러비안에 가서 스파게티와 망고주스를 시켰다. 합쳐서 3.2 cuc. 투어버스를 타기 전에 쿠바에서는 일일 1 랍스터라는 사람들의 말에 혹한 나머지 cafe galy에 가서 12 cuc을 주고 랍스터를 시켰었다. 그곳보다는 역시 내겐 캐러비안의 음식들이 가격 면에서나 맛에서나 더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