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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g Sep 15. 2020

쿠바의 시내버스

비교적 한가한 시간대의 버스 안 풍경. 출퇴근 시간에는 발 딛고 서 있을 틈이 없다.

쿠바에서 로컬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첫날은 숙소 주인인 타의 안내를 받아서 무사히 95번 버스를 타고 나갔다가  그 버스를  다시 타고 돌아올 수 있었다.  오후에 나갔다 오는 거라 버스 안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다. 버스요금은 5 cup. 24 cup이 1달러가 되니까 대략 우리 돈 200원 정도의 요금이다.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현지 로컬 cup을 조금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원래 외국인은 외국인 전용 통화인 cuc을 써야 하는데, 쿠바에서 cuc만 쓰고 다니다가는 금방 여행비가 거덜나고 만다. 최대한 cup을 쓸 수 있는 식당과 가게들을 많이 이용하는 것이 가성비 높은 쿠바 여행의 방법이다. 숙소를 오가는 버스는 대략 한 시간에 두 번 정도 오는 듯했다. 블로거들에 따르면 가끔 우리나라의 버스를 구경하는 일도 있다고 는데 여행 중에 주로 이용한 버스들은 중국 Tong이라는 브랜드의 새 버스들이었다.

숙소를 하바나 시내 안에 구했다면 로컬버스 탈 일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변두리에 거처를 정한 덕분에 로컬 버스를 제대로 이용해 볼 수 있었다. 하바나 시내의 주요 명소는 전부 걸어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쿠바 도착 이튿날에는  아침부터 버스를 타고 하바나로 나갔다. 출퇴근 시간의 하바나 버스는 거의 지옥이었다. 최근 십 수년간 그런 출퇴근 버스나 지하철을 타 볼 일이 없었기 때문에 발 디딜 틈도 없는 버스에 올라타는 일은 난감하기만 했다.  오래전 한국에서 보았던 개문 발차까지 경험했다. 버스 차장인 남성이 요금을 다 받고 승객들을 버스 계단까지 억지로 밀어 넣은 후 본인의 양 팔로 문 양쪽을 잡고 스스로 문이 되었다. 그러고도 버스는 거침없이 달렸다.

쿠바는 인종의 용광로다. 아시아인은 거의 없지만 백인과 흑인, 혼혈이 뒤 섞여 있어서 쿠바인은 대략 이렇게 생겼어라고 단정해 이야기하기 어렵다. 버스를 타보니 그게 더욱 실감 났다.  등에 짊어진 카메라 가방이 얼마나 미안했는지... 그 가방을 앞으로 겨우 다시 메고 30분을 이리저리 밀려다니며 가까스로 균형을 잡는 동안 버스는 드디어 하바나에 도착했다. 낯설고 어색한 타 인종들과의 의도치 않은 찐한 스킨십을 마치고 버스에서 내렸을 때 하바나의 공기 어찌나 신선하게 느껴졌는지...

버스는 Marzo 광장 앞에 나를 내려 줬다. 전날 주마간산 격으로 훑어봤던 하바나의 심장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버스노선 등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조금 생활하다 보면 로컬버스를 이용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퇴근길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멀리 2층 투어버스가 보인다.
이층 버스. 하바나의 hop on hop off  투어버스.  하루 종일 탈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시내 투어 버스일 듯.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는 곳. 버스 정류장이라는 표시가 따로 없다.
이렇게 서 있으면 버스가 와서 선다. 이곳이 버스 정류장인지 한참 두리번거려야 했다.
버스 정류장 일대. 마르조 광장.
버스의 모양이 다양하다. 일정한 규격이 없이 중고버스를 수입해서 버스 번호만 표기해 쓰는 듯하다.


낮 시간대 한가한 버스 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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