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로컬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첫날은 숙소 주인인 시타의 안내를 받아서 무사히 95번 버스를 타고 나갔다가 그 버스를 다시타고 돌아올 수 있었다. 오후에 나갔다 오는 거라 버스 안이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다. 버스요금은 5 cup. 24 cup이 1달러가 되니까 대략 우리 돈 200원 정도의 요금이었다.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현지 로컬 cup을 조금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원래 외국인은 외국인 전용 통화인 cuc을 써야 하는데, 쿠바에서 cuc만 쓰고 다니다가는 금방 여행비가 거덜나고 만다. 최대한 cup을 쓸 수 있는 식당과 가게들을 많이 이용하는 것이 가성비 높은 쿠바 여행의 방법이다. 숙소를 오가는 버스는 대략 한 시간에 두 번 정도 오는 듯했다. 블로거들에 따르면 가끔 우리나라의 버스를 구경하는 일도 있다고 하는데 여행 중에 주로 이용한 버스들은 중국 Tong이라는 브랜드의 새 버스들이었다.
숙소를 하바나 시내 안에 구했다면 로컬버스 탈 일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변두리에 거처를 정한 덕분에 로컬 버스를 제대로 이용해 볼 수 있었다. 하바나 시내의 주요 명소는 전부 걸어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쿠바 도착 이튿날에는 아침부터 버스를 타고 하바나로 나갔다. 출퇴근 시간의 하바나 버스는 거의 지옥이었다. 최근 십 수년간 그런 출퇴근 버스나 지하철을 타 볼 일이 없었기 때문에 발 디딜 틈도 없는 버스에 올라타는 일은 난감하기만 했다. 오래전 한국에서 보았던 개문 발차까지 경험했다. 버스 차장인 남성이 요금을 다 받고 승객들을 버스 계단까지 억지로 밀어 넣은 후 본인의 양 팔로 문 양쪽을 잡고 스스로 문이 되었다. 그러고도 버스는 거침없이 달렸다.
쿠바는 인종의 용광로다. 아시아인은 거의 없지만 백인과 흑인, 혼혈이 뒤 섞여 있어서 쿠바인은 대략 이렇게 생겼어라고 단정해 이야기하기 어렵다. 버스를 타보니 그게 더욱 실감 났다. 등에 짊어진 카메라 가방이 얼마나 미안했는지... 그 가방을 앞으로 겨우 다시 메고 30분을 이리저리 밀려다니며 가까스로 균형을 잡는 동안 버스는 드디어 하바나에 도착했다. 낯설고 어색한 타 인종들과의 의도치 않은 찐한 스킨십을 마치고 버스에서 내렸을 때 하바나의 공기가 어찌나 신선하게 느껴졌는지...
버스는 Marzo 광장 앞에 나를 내려 줬다. 전날 주마간산 격으로 훑어봤던 하바나의 심장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버스노선 등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조금 생활하다 보면 로컬버스를 이용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퇴근길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멀리 2층 투어버스가 보인다.
이층 버스. 하바나의 hop on hop off 투어버스. 하루 종일 탈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시내 투어 버스일 듯.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는 곳. 버스 정류장이라는 표시가 따로 없다.
이렇게 서 있으면 버스가 와서 선다. 이곳이 버스 정류장인지 한참 두리번거려야 했다.
버스 정류장 일대. 마르조 광장.
버스의 모양이 다양하다. 일정한 규격이 없이 중고버스를 수입해서 버스 번호만 표기해 쓰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