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시지예 야시장
시장은 늘 여행객의 오감을 잔뜩 빨아들인다. 오후에 용산사를 방문하고 정처 없이 10분 정도를 걷다 보니 마치 경동시장과 같은 느낌의 거리가 나타났다. 뱀요리로 유명하다는 화시지예 야시장 일대였다. 야시장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주간에도 시장은 인파들로 북적거렸다. 용산사와 보피랴오 거리가 인근에 있으니 유동인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 일대의 풍경은 우리나라 종로거리를 닮아 있다.
파고다공원 일대처럼 용산사 주변에는 유독 노인분들이 많이 보인다. 물빛 닮은 한낮의 햇살은 낮에도 눈을 뜬 가로등의 눈치를 살피다 가로수 나뭇잎에 한 번 부딪히고는 힘없이 지나가는 노인들의 어깨 위로 떨어져 부서진다. 힘겹게 내딛는 구둣발 위로 가볍게 튕겨 오르는 햇살을 가르며 다시 한 걸음 시장 속으로 들어갔다.
상인이 대만의 길거리 음식 두부튀김(油豆腐)을 팔고 있다. 바로 뒤에 앉아 있는 상인은 각종 과자와 강정 종류를 판다. 지금쯤 저 거리의 저 상인들의 삶은, 장사는 좀 어떨까? 최근 쿠팡이 대만에 성공적으로 론칭했다는 뉴스가 나오던데 머지않아 그곳에도 속속 대형 물류센터가 세워지고 그만큼 많은 장사꾼들이 물류센터 노동자나 택배원으로 일을 바꾸게 되지 않을까?
세월이 깃든 익숙한 손놀림도, 말없이 주고받는 따뜻한 눈인사도, 삭막한 도시 콘크리트 바닥 위를 채워주던 사람들의 온기도 어느 한 때의 추억으로만 남게 될까? 그들의 어깨 위로 켜켜이 쌓인 추억들은 애달프지만 그저 햇살이 비껴가는 먼지만큼 가벼울 뿐이다.
약재골목이다. 용산사 근처라서 그런지 불교용품. 약재, 허브, 건강식품을 파는 곳이 많다. 웃통을 다 벗고 짐수레를 끄는 일꾼의 모습이 특이하다. 홍콩에서도 저렇게 웃통 벗고 일하는 인부들이 많았는데 여기서도 종종 보게 된다. 기후적인 이유가 가장 직접적이지만 체면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문화와 신체노출에 대한 사회 문화적 포용성도 저런 풍경의 배경이 된다. 볼록한 배를 굳이 상의를 말아 올려 노출시키는 베이징비키니도 연상된다. 사람의 몸에 대한 강박과 편견을 깨부수는 해방감은 처음 맞닥뜨렸을 때의 불쾌감을 충분히 상쇄시킨다.
아케이드형 상가. 최근 우리나라 재래시장처럼 지붕을 덮어놨다. 안쪽 상가에는 유난히 많은 마사지샵들이 몰려 있었다. 이 화시지예 야시장 마사지거리는 다양한 매체들로부터 가성비 마사지로 많이 소개되어 있어 꽤 유명하다.
발마사지 1회에 4백 대만달러, 우리 돈 만 팔천 원 정도다. 많은 한국 여행객들이 저녁시간에 많이 찾아 하루의 피로를 푸는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