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여자의 퇴근 시간이 조금 지나있었다. 여자는 어린 왕자를 쓱 쳐다보더니 잠시 기다리라 했다.
“나는 곧 퇴근해야 해. 잠시만 기다려줄래?”
어린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어린 왕자는 작은 테이블에 앉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빛나는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이렇게 크고 빛나는 나무의 안에 있는 것은 신기해. 나무가 나를 보호해 주고 있는 것 같아.”
여자는 어린 왕자가 어디 도망갈까 봐 평소보다 5배는 빠르게 밖으로 나온 탓에 어린 왕자가 중얼거리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빛나는 나무라는 표현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녀는 서둘러 교대 근무자에게 인사를 마치고 다시 어린 왕자에게로 다가왔다.
“가자. 이제 내가 나무 밖으로 너를 데려다줄게.”
어린 왕자는 기뻐하며 여자의 손을 잡았다. 여자는 어린 왕자의 걸음에 맞추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이 나무는 사실 나무가 아니야.”
여자는 손짓으로 빌딩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빌딩이라고 불러. 사람들이 만든 구조물이야. 빛나는 나무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여기에는 음식점도 있고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사고파는 곳도 있어.”
“사람들이 빌딩 안에서 살아요?”
어린 왕자는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아니, 사람들이 사는 곳은 따로 있어. 하지만 이곳은 먹고, 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지. 사람들이 모여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곳이야.”
“아, 그러면 빌딩은 장미가 있는 화분 같은 거구나! 사람들을 기르는 화분처럼.”
여자는 어린 왕자의 비유에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하지만 빌딩은 화분보다는 좀 더 복잡해. 사람들은 여기에서 음식을 먹고, 서로 만나고, 심지어 영화도 볼 수 있어.”
“영화가 뭐예요?”
어린 왕자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영화는…. 음, 사람들이 이야기를 움직이는 그림으로 표현한 거야.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마법 같은 거랄까.”
어린 왕자는 반짝이는 눈으로 여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빌딩에서 영화를 본 적 있어요?”
“물론이지.
어린 왕자는 여자의 대답에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그림이 움직일 수 있어요?”
여자는 어린 왕자의 순수한 질문에 미소를 지었다.
“영화는 수많은 사진을 아주 빠르게 이어 붙인 거야. 마치 종이를 빠르게 넘기면 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처럼. 사람들은 그 사진들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어린 왕자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영화는... 음, 사람들이 이야기를 움직이는 그림으로 표현한 거야.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게 “사진으로 이야기를 만든다니, 정말 신기해. 그럼, 영화는 마법이에요?”
여자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 영화를 보면 다른 세상으로 떠날 수 있거든. 우주를 여행하거나,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거나, 꿈속에 있는 듯한 이야기를 만날 수도 있어.”
“우주를 여행할 수 있다고?”
어린 왕자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나처럼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는 거예요?”
“물론이지. 영화 속에서는 모든 게 가능해. 네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세계가 있어.”
어린 왕자는 여자의 설명에 호기심이 커졌고, 여자는 바로 빌딩을 나가지 않고 가까운 영화관에 들렀다.
“여기야. 이곳이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곳이야.”
어린 왕자는 입구를 올려다보며 감탄했다.
“우와! 정말 커다란 나무 같아. 빌딩이 빛나는 나무라면, 이건 이야기를 담은 나무야.”
여자는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여기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들어가자고 하지 않아도 당연히 들어가고 싶지?”
어린 왕자는 여자의 말에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이제 들어가 보자.”
영화관 안은 마치 또 다른 세계 같았다. 어두운 복도를 따라가며, 어린 왕자는 희미한 조명이 만든 신비로운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커다란 스크린 앞에 도착했을 때, 어린 왕자는 놀라움에 말을 잃었다.
“와, 저건 뭐예요?”
“저게 바로 스크린이야. 영화는 저기에 비칠 거야.”
둘은 자리에 앉았고, 곧 불이 꺼지며 영화가 시작되었다. 어린 왕자는 스크린에 비치는 빛나는 이미지와 생생한 소리에 눈을 떼지 못했다. 하늘을 나는 새들, 광활한 바다, 그리고 꿈꾸는 듯한 음악이 어린 왕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였다. 마침, 영화는 사막을 배경으로 하는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마치 내가 그 속에 있는 것 같아….”
어린 왕자는 속삭였다.
영화가 끝난 뒤, 어린 왕자는 여자의 손을 잡고 영화관 밖으로 나왔다. 그의 표정은 감동과 경이로움으로 가득했다.
“정말 신기해! 나는 화면 속에 바다는 나를 포근하게 감싸줬어요. 내가 다니던 우주와는 너무 다른 세상이었어요. 새들과 함께 날고 있기도 했어요.”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어린 왕자를 바라보았다.
“그게 바로 영화의 힘이야. 너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주고, 끝나면 다시 현실로 데려다주는 마법 같은 힘.”
“하지만 왜 끝나는 거야? 영화 속 이야기는 계속될 수 없어요?”
“모든 이야기는 끝이 있어야 해. 그래야 그 이야기를 더 소중히 여길 수 있거든.”
어린 왕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끝이 있어야 소중히 여길 수 있다니. 그것도 맞는 말이네. 영화 속 새들은 날아갔지만, 난 그들의 날갯짓을 기억할 거야.”
어린 왕자는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리며 웃었고, 여자는 그의 순수한 반응에 미소 지었다. 영화관에서 나오며 여자는 궁금했던 점을 어린 왕자에게 물었다.
“꿀벌과 돼지와 이야기한 건 정말 신기해. 그런데 어떻게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거야? 그리고 그 전에 어디에 있었니? 여우와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지?”
어린 왕자는 고개를 돌려 여자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음, 나는 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내가 사는 곳에서는 모든 게 연결되어 있어요. 별빛은 꽃의 뿌리로 흐르고, 꽃의 향기는 바람이 가져다줘요.”
여자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하지만 꿀벌과 돼지는 말을 할 수 없는 동물이잖아. 어떻게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거야?”
어린 왕자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동물들은 말을 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아주 크고 소리가 커. 그 소리는 눈으로 볼 수도 있고, 가슴으로 느낄 수도 있어요. 돼지의 마음은 푸근한 이불 같았고, 꿀벌의 마음은 작은 북소리처럼 쿵쿵 울렸어요. 나는 그 마음을 듣고, 내가 그들에게 말하면 그들도 내 마음을 느껴요.”
“정말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거란 말이야?”
여자는 그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되묻자 어린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종종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하곤 해. 하지만 동물들은 말 대신 마음으로 대화하니까, 내가 그들의 마음과 연결될 수 있어.”
여자는 잠시 침묵했다. 어린 왕자가 하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동시에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그럼 여우와도 그렇게 대화한 거야?”
어린 왕자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여우는 아주 특별했어요.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여자는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왜 그런 걸 못할까? 왜 우리는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걸까?”
어린 왕자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모르겠어요. 아마도 너무 바빠서일 거에요. 사람들은 마음의 소리를 듣는 데 시간을 내지 않거든. 항상 어디론가 달려가거나, 다른 걸 찾느라 바빠요. 그래서 중요한 소리는 잊어버려요. 그래서일지 몰라요.”
어린 왕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너는 사람들의 마음도 들을 수 있어?”
여자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끔은 들을 수 있어요.”
어린 왕자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동물들보다 훨씬 복잡하고 소리가 작아요. 사람들이 그 소리를 숨기려고 할 때는 들을 수 없어요. 하지만 당신의 마음은 아주 밝고 따뜻한 빛을 내고 있어요. 그래서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어요.”
여자는 어린 왕자의 말에 얼굴이 빨개졌다.
“정말 신기한 능력을 갖췄구나, 너는.”
“아니에요.”
어린 왕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건 특별한 능력이 아니에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마음을 열고, 시간을 들이면 누구나 서로의 마음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그들은 빌딩 밖으로 나와 거리를 걸었다. 여자는 어린 왕자의 작은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걸으며 물었다.
“그럼, 네가 만난 꿀벌과 돼지는 모두 너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었겠네?”
어린 왕자는 잠시 생각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돼지는 내가 욕심이 아닌 나눔이 더 큰 행복을 준다는 걸 가르쳐줬어요. 꿀벌은 내가 열심히 일하는 것의 기쁨과, 짧은 시간에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알려줬어요.”
여자는 그의 말을 듣고 조용히 미소 지었다.
“너의 여정은 정말 멋지구나. 그리고 네가 만난 모든 것들이 너를 더 특별하게 만든 것 같아.”
어린 왕자는 여자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두가 특별해요. 각자의 이야기가 있잖아요. 당신도 특별해요. 나에게 빛나는 나무를 보여줬고, 영화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려줬으니까.”
여자는 어린 왕자의 말을 들으며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당신이라고 하지 말고 누나라고 해줄래? 당신이라고 하는 것은 도대체 누가 알려준 거야?”
여자는 어린 왕자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