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는 돼지와 헤어진 뒤 꽃길을 따라 걸었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만남이 있을 것 같았다. 들판마다 가지런히 피어난 꽃들은 마치 길을 안내하는 등대처럼 어린 왕자를 반겼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들은 그를 향해 인사를 건네는 듯했고, 어린 왕자는 그 인사에 답하며 걷고 또 걸었다.
그러던 중, 주위가 달콤한 향기로 가득 찼다. 그 향기는 이끄는 힘이 있어 어린 왕자는 자연스럽게 그 근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작은 꿀벌 한 마리가 한 송이 꽃 위에서 열심히 꿀을 모으고 있었다. 꿀벌은 마치 다른 세계의 존재처럼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안녕.”
어린 왕자는 부드럽게 인사를 건넸다.
꿀벌은 잠시 멈추고 어린 왕자를 바라보았다. 작은 눈동자가 반짝였고, 그녀는 바쁜 날갯짓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안녕.”
꿀벌의 짧은 대답에 어린 왕자는 조금 당황했지만 곧 말을 이어갔다.
“너는 누구니?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어?”
“나는 꿀벌이야.”
꿀벌이 대답했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은 꿀을 모으는 거야. 우리 벌집은 언제나 꿀이 필요하거든. 벌집은 우리의 전부야.”
어린 왕자는 꿀벌의 작은 몸짓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꿀을 모으는 일이 힘들지는 않니?”
꿀벌은 날갯짓을 잠시 멈추더니 작은 소리로 웃었다.
“힘들어도 그게 우리의 삶이야. 우리는 평생 꿀을 모아 벌집을 채우지. 모든 벌이 함께 일하면서 벌집을 유지해. 우리에게는 일이 곧 존재의 이유야.”
어린 왕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꿀벌의 이야기가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그는 다시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쉬는 날은 없니?”
꿀벌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했다.
“쉬는 날? 그런 건 없어. 우리는 일하면서 살아가고, 그게 곧 우리의 존재 이유니까.”
어린 왕자는 꿀벌의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일하는 게 즐겁구나.”
꿀벌은 한참을 생각하다 대답했다.
“즐거운 감정이 어떤 건지 모르겠어. 하지만 일을 한다는 건 중요해. 우리의 꿀은 단지 우리만을 위한 게 아니야. 사람들은 우리의 꿀로 달콤함을 느끼고, 꽃들은 우리 덕분에 열매를 맺지. 우리의 일은 세상을 위한 것이야. 그래서 보람은 느껴.”
어린 왕자는 꿀벌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보람을 느낀다는 건 어쩌면 즐거운 일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는 곧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네 삶은 짧잖아. 평생을 일하다가 죽는다니... 더 길게 살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쉬는 시간도 가져야 하지 않겠니?”
꿀벌은 잠시 생각하더니 차분히 대답했다.
“삶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내가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야. 나는 꿀을 모으며 내 역할을 다하고, 그 과정에서 충분한 의미를 느껴. 그래서 평생 일하다 죽는 것도 괜찮아.”
어린 왕자가 생각하기에 꿀벌은 자신이 맡은 일을 사랑했고, 그 일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는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어린 왕자는 꿀벌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너는 정말 멋진 존재구나. 너의 삶은 짧지만, 네가 남기는 것은 아주 커. 나는 너의 삶을 존중해.”
꿀벌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