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가 어두워질 무렵 낯선 곳에 막 도착할 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부드럽고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어린 왕자는 깜짝 놀라며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풀숲에서 반짝거리는 작은 눈동자를 발견했다. 그곳에는 푸근한 몸집의 커다란 돼지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돼지는 무척 편안한 표정으로,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를 만난 듯이 따뜻하게 미소를 지었다.
“안녕, 넌 누구니?”
어린 왕자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나는 돼지야.”
돼지는 자랑스럽게 이어 말했다.
“많은 곳에서 나는 행운과 재물의 상징으로 여겨져. 우리나라 사람들은 꿈속에 나를 보기를 바라기도 하지. 꿈에서 나를 만나면 복과 재물이 찾아온다고 믿거든.”
어린 왕자는 고개를 갸웃하며 돼지를 바라보았다.
“그럼, 사람들은 널 사랑하겠네. 밤마다 꿈에서 만나고 싶어 하겠어.”
돼지는 그 말을 듣고 빙그레 웃었다.
“맞아. 그래서 나는 때때로 사람들의 꿈에 찾아가곤 하지. 그곳에서 나를 보면,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행복해하고, 어쩌면 그날 하루를 특별한 날로 여긴단다.”
“왜 그렇게 되는 거지?”
어린 왕자는 돼지의 말에 깊은 호기심을 느꼈다.
“왜냐하면.”
돼지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나는 너그러운 마음을 상징하기도 해. 내 둥근 모습과 푸근한 성격이 사람들에게 넉넉한 복을 주고, 언제나 만족함을 느끼게 하거든.”
어린 왕자는 잠시 돼지를 바라보다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럼 너는 항상 복을 주니?”
“지역별로 나는 조금 다르게 여겨지기도 하지.”
돼지가 웃으며 대답했다.
“어떤 곳에서는 나를 먹을거리로 여겨, 맛있고 풍성한 음식을 상징하지. 그러니까 배고픔을 채워주는 존재로 사랑받는 셈이지. 그리고 또 어떤 곳에서는 나의 둥글고 풍성한 모습이 다산을 상징하기도 해. 그래서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풍요와 행복을 불러오는 존재로 여겨졌단다.”
어린 왕자는 돼지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넌, 언제나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어주고 싶어 하는구나?”
돼지는 다정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사람들은 모두 행복과 안정을 바라거든. 그래서 나는 꿈에서라도 사람들에게 따뜻한 복을 안겨 주고 싶어.”
“그럼 착한 사람의 꿈에 나타나니?”
돼지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답했다.
“착한 사람이라서만은 아니야. 복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찾아가는 거지. 가진 게 많든 적든, 마음속에 넉넉함을 품은 사람들 말이야.”
어린 왕자는 돼지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떤 사람에게 찾아가는 거야?”
“누구에게 찾아갈지는 정해진 것은 없어. 하지만 나와 내 친구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모두 한 번씩 찾아가지. 대신 한 번만 찾아 갈때도 있고 열 번을 찾아 갈때도 있어. 한번 찾아갔다가 맘에 들면 몇 번씩 찾아가기도 하지.”
어린 왕자는 놀라며 말했다.
“손으로도 셀 수 없는 사람들 모두에게 찾아간단 말이야? 너는 도대체 얼마나 살길래 그렇게 할 수 있어?”
돼지는 배를 잡고 깔깔 웃으며 어린 왕자에게 답했다.
“아니야 나도 아직 93명에게 밖에는 찾아가지 못했어. 단 2명만 다시 찾아갔을 뿐이야. 혼자 세상 사람에게 다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돼지들이 각각 나누어서 찾아가.”
어린 왕자는 신기해하며 돼지에게 물었다.
“정말 돼지가 꿈에 나타나면 복을 주니?”
“정말이야 대신 복이 다 똑같지는 않아. 사람마다 어울리는 복이 너무나 다양하거든. 얼마 전에 찾아갔던 소녀는 내가 찾아간 다음 날 달리기에서 1등을 했고 눈 밑에 점이 있던 아저씨는 헤어졌던 가족을 만나기도 했어. 그 사람에게 가장 맞는 복을 가져다 주지.”
어린 왕자는 복을 가져다준다는 돼지의 말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너는 정말 마음이 따뜻하구나, 돼지야.”
돼지는 다시 한번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도 언젠가 꿈에서 나를 만나면, 그날은 분명히 특별한 날이 될 거야.”
어린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