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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다한석사 Oct 22. 2024

어린 왕자 in SEOUL(#14 우주색 물을 마셔요)

남자는 어린 왕자와 눈을 맞추고 조용히 그를 안아주며 말했다.


"괜찮아, 얘야.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란다. 길들여지면 이별의 순간이 더 길어질 뿐이지. 어차피 헤어져야 한다면, 때로는 일찍 이별하는 것도 방법이야. 300,000배 더 길들여지기 전에."


남자가 어린 왕자를 안아주고 있을 때, 한 여자가 다가왔다. 남자는 여자를 보자마자 그가 어린 왕자의 엄마인 줄 알고 얼른 어린 왕자를 놓아주며 말했다.


"정말 귀여운 아들이네요. 엄마를 꼭 닮았어요."


여자는 깜짝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저는 엄마가 아니에요."


그렇게 말한 후, 여자는 조심스럽게 남자에게 속삭였다.


"이 아이는… 어린 왕자예요."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달으며 얼굴이 붉어졌다.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그렇다면 여왕님이시군요. 여왕님의 왕자는 제가 잘 모셔왔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남자가 떠나려 하자, 여자는 서둘러 어린 왕자의 손을 잡고 남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니에요… 이 아이는 진짜 동화 속에 나오는 어린 왕자예요."


여자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모든 말이 머릿속을 거치지 않고 그저 입을 통해 흘러나올 뿐이었다.


'이곳을 빨리 벗어나야겠어.'


남자는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지만, 여자가 그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잠깐만요, 제 이야기를 좀 들어주세요."


여자는 자신이 했던 말을 후회했지만, 이미 말한 것을 되돌릴 수 없었다. 그녀는 이 아이가 진짜 어린 왕자이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피식 웃으며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어린 왕자는 아쉬운 듯 남자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남자는 어린 왕자가 고맙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무릎을 꿇고 어린 왕자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꼬마야, 장미는 너를 사랑한단다. 햇빛을 받지 못하면 꽃은 시들어 버리지. 장미는 네가 곁에 있을 핑계를 만들고 싶었던 거야. 너와 함께라면 시드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았을 거야. 그게 사랑이란다."


어린 왕자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정말로 장미가 저를 사랑하나요?"


"그럼, 물론이지. 돌아가서 장미에게 꼭 사랑한다고 전해주렴. 그러면 장미는 햇빛을 가려달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되고, 시들지도 않을 테니까. 이제 난 가야겠구나. 잘 있어."


남자는 대충 인사를 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여자는 남자가 어린 왕자를 데려다 준 것이 고마웠다. 그녀는 자신이 내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했다. 이 아이가 정말 동화 속의 어린 왕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그 생각을 내려놓았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여자는 어린 왕자가 사랑하는 방법을 찾았다는 말에 궁금해졌다.


"사랑하는 방법을 찾았니?" 여자가 물었다.


어린 왕자는 기쁘게 대답했다.


"사랑하는 방법을 찾았어요. 그것은 바로 말로 전하는 거예요."


여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어떻게 말하는 건데?"


"사랑한다고 말하는 거예요. 아무리 사랑해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했어요. 속마음은 알 수 없으니까요."


여자는 어린 왕자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왕자는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우주색 물을 마셔보고 싶어요. 그것을 마시면 제 눈동자가 우주가 될 것 같아요. 지금도 제 눈에는 우주가 있지만, 그래도 우주색 물을 마셔보고 싶어요."


여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어린 왕자의 손을 잡고 떡집으로 향했다. 어린 왕자가 정말 어린 왕자라면 한국 음식을 먹어보게 하고 싶었다. 떡집은 작고 정갈했다. 사람들이 없는 구석 자리로 가서 어린 왕자를 앉히고, 여자는 콜라와 여러 종류의 떡을 사와 어린 왕자 앞에 놓았다. 그녀는 정말 이 아이가 어린 왕자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아니, 이 아이는 어린 왕자여야만 했다. 여자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린 왕자야, 누나가 알고 싶은 게 있어. 말해줄 수 있겠니?"


어린 왕자는 콜라를 한 모금 마시고 환하게 웃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이 우주색 물은 정말 맛있어요. 장미도 마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장미도 우주의 느낌을 느낄 수 있어요."


여자는 어린 왕자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어린 왕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여우를 그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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