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잡다한석사 Oct 09. 2024

어린 왕자 in SEOUL(#12 사랑을 찾는 방법)

어린 왕자는 돌아오면서 백조와 괜히 이야기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위험하지 않아... 이곳 사람들의 눈은 마치 우주 같아. 바라보고 있으면 그 눈 속에 빨려 들어갈 것 같지만, 동시에 포근해. 마치 까만 담요가 나를 감싸는 듯해.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떡볶이도 주었어. 떡볶이를 먹으면 내 입안은 화산 분화구처럼 뜨거워지지만, 온몸은 포근해져. 이곳에는 포근한 것들이 너무 많아. 기분이 좋아.’


어린 왕자는 미소를 머금고 새로운 곳을 서성였다.


‘나무도 정말 예쁘네. 길쭉한 나무, 두툼한 나무, 구멍이 뻥뻥 뚫린 나무, 뾰족한 나무... 모두 다 반짝여.’


한참을 서성이던 어린 왕자는 까만 물을 들고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우와, 저 사람은 온몸이 우주색이야. 그래서 저 까만 물을 마시는 건가? 저 물을 마시면 눈동자가 우주가 되는 걸까? 이곳 사람들은 저 물을 마셔서 우주의 눈을 가지게 된 거야. 나도 그런 눈을 갖고 싶어.’


어린 왕자는 남자를 올려다봤다. 남자는 어린 왕자를 보고 허리를 굽혀 눈높이를 맞추려 했다가 결국 주저앉았다. 눈높이가 맞자 남자는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안녕! 너는 외국인인가 보네?”


어린 왕자는 '외국인'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전에 만났던 남자도 어린 왕자를 외국인이라고 불렀던 것이 기억났다.


“외국인이 뭐예요?”


남자는 웃으며 답했다.


“여기는 대한민국이야. 여기에 살지 않는 사람을 외국인이라고 해. 너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니?”


어린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는 여기 대한민국에 살고 있어요. 그래서 3시까지 꼭 살아 있어야 해요. 약속했어요.”


남자는 어린 왕자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이내 자리를 떠나려 하자, 어린 왕자는 그의 바짓깃을 잡았다.


“나도 저 까만 물을 마시고 싶어요. 저 물을 마시면 우주의 눈을 가질 수 있잖아요.”


남자는 잠시 당황한 듯 커피를 보다가 말했다.


“이건 커피라고 해. 노동할 때 피로를 잊게 해주는 각성제야.”


“저 물을 마시면 눈동자가 우주처럼 변하나요?”


남자는 웃으며 어린 왕자에게 말했다.


“넌 이미 눈에 우주를 담고 있어. 또 다른 우주가 필요하니?”


어린 왕자는 자기 눈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정말요? 내 눈에도 우주가 있어요?”


“그럼, 네 눈동자 깊은 곳에 커다란 우주가 담겨 있단다.”


어린 왕자는 ‘깊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깊다는 게 뭐예요?”


“깊다는 것은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멀다고 생각하면 돼. 아니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먼 곳이라고 보면 되겠다. 깊은 곳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 그 끝을 알 수 없으니까, 소리마저도 삼켜버리는 거야.”


“소리가 삼켜지면 무서울 것 같아요. 난 깊지 않을래요.”


남자는 웃으며 어린 왕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그럼 깊지 않기로 하자.”


어린 왕자는 남자에게 물었다.


“시계가 있어요?”


“있지.” 


남자는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시간이 궁금하니? 지금 몇 시인지 알려줄까?”


어린 왕자는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스마트폰을 보며 말했다.


“지금은 2시 7분이야.”


어린 왕자는 다급하게 물었다.


“3시까지는 아직 멀었나요?”


“아직 53분이나 남았으니 여유 있어.”


어린 왕자는 알약을 꺼내들며 말했다.


“이 알약을 먹으면 일주일에 53분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어요! 만약의 경우에는 사용해야 해요..”


남자는 어린 왕자를 보고 웃었다.


“꼬마야, 일주일에 53분을 절약한다고 해도 7분 정도 밖에는 절약할 수 없어. 그러니 서두르는게 좋겠다.”


어린 왕자는 다급하게 말했다.


“안 돼요! 서두르면 안돼요. 나는 3시를 기다리고 있어요. 약속했단 말이에요. 꼭 3시가 돼야 해요. 1분도 틀리면 안 돼요.”


남자는 웃으며 물었다.


“3시가 되면 어디에 가야 하니?”


“빛나는 나무 안에 가야 해요. 엄청나게 큰 나문데 말을 못해요. 대신 맛있는 것들이 가득 있어요. 그중에서 떡볶이가 제일 맛있어요. 튀김도 맛있지만 떡볶이가 없으면 안 돼요. 둘은 친구거든요.”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맞아, 떡볶이는 정말 맛있지.”


어린 왕자는 기뻐하며 말했다.


“그렇죠! 장미에게도 떡볶이를 주고 싶지만, 장미는 물만 마셔요. 장미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남자는 장미가 궁금해졌다.


“장미는 누구니?”


어린 왕자는 대답했다.


“장미는 내 친구에요. 항상 내 옆에서 햇빛을 막아달라고 했어요. 햇빛을 받지 않으면 시들까 봐 걱정됐어요.”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걸 찾고 있구나?”


어린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부드럽게 말했다.


“사랑하면 서로 닮고 싶어져. 장미도 너와 닮고 싶지 않았을까?”


어린 왕자는 고민스러워하며 말했다.


“내가 장미를 닮으려면 꽃이 되어야 해요?”


남자는 한참을 바라보다 미소 지었다. 

이전 11화 어린 왕자 in SEOUL(#11 호수 위의 백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