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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다한석사 Oct 01. 2024

어린 왕자 in SEOUL(#11 호수 위의 백조)

어린 왕자는 큰 호수를 처음 본 것에 감탄하며, 물가를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햇빛이 반짝이는 물결 위에서 새들이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다. 백조, 오리, 거위들이 물 위를 헤치며 우아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어린 왕자는 매료되었다. 한참을 걷던 그는 물가에 앉아 손으로 물을 살짝 만지며 호수를 바라보았다. 그때, 한 마리 백조가 다가와 말했다.     


“안녕.”     


어린 왕자는 백조의 날개에서 반짝이는 물방울이 흩날리는 것을 보며 감탄했다.     


“너는 정말 아름다워.”      


어린 왕자는 백조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사랑하는 방법을 아니? 나는 장미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겠어.” 

    

백조는 우아하게 날개를 접으며 어린 왕자 곁에 앉았다.   

  

“사랑하는 것은 아름다움과는 상관없단다.”      


백조는 조용히 말했다.     


“예쁜 장미는 사랑하는 법을 알 텐데, 나는 그렇지 않아. 나는 예쁘지 않으니까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아.”      


어린 왕자는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 백조는 날개를 살짝 펄럭이며 부드럽게 답했다.      


“예쁨과 사랑은 관계가 없단다. 중요한 건 너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야.”     


어린 왕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나를 사랑하는 것?”     


백조는 먼 곳을 바라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도 한때는 나를 사랑하지 못했단다. 나는 오리들 사이에서 자랐고, 그들보다 못생겼다고 생각했어. 다른 오리들은 나를 비웃었고, 심지어 엄마마저 나를 외면했지. 그때 나는 오리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어.”   

  

“하지만 넌 이렇게 예쁜데.”      


어린 왕자는 백조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너의 날개는 햇살에 반짝이고, 부리는 정말 멋져. 넌 정말 아름다워.”     


백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에서 눈이 수도 없이 내리던 날 나는 집을 떠나 소복한 눈 위에 그대로 쓰러졌는데 나무꾼이 나를 살려주었어. 하지만 또다시 쫓겨났어. 난 그 길로 다시 어디론가로 가야 했지만 이제는 더 갈 곳이 없었어. 그래서 호숫가 근처에 있는 바위틈에 살았지. 낮에는 고기나 조개를 먹고 밤에는 낙엽을 덮고 잤어. 호수가 어는 날에는 친절한 들쥐친구가 음식을 나눠줬어. 너무 힘들고 아팠어. 내가 못생겨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았거든. 그런데 추운 겨울을 나고 봄이 되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     


어린 왕자는 궁금해하며 백조에게 조금 더 다가가자 백조가 이어 말했다.     


“그때는 세상에서 가장 못난 오리라고 생각했어. 차가운 겨울을 혼자 견디며 나는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어. 하지만 어느 날, 봄이 찾아왔을 때, 나는 호수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어. 그때 비로소 깨달았지. 나는 백조였다는 것을.”     


백조는 그 순간의 기쁨을 떠올리며 우아하게 날개를 펼쳤다.      


“그 순간,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어. 내가 백조임을 깨닫고 나서야 나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단다. 그전에 나를 사랑할 수 있었다면 시련 같은 것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어린 왕자는 백조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를 사랑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걸까?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지만, 장미를 사랑하는 법은 잘 모르겠어. 나에게는 시련이 없어서 사랑하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는 걸까?”     


백조는 부드럽게 말했다.      


“모른다는 것도 시련이야. 모르면 잘못된 신념에 빠질 수 있거든. 그러니 모르는 것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일 수 있어. 하지만 중요한 건 네가 너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어린 왕자는 백조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낀 어린 왕자는 백조에게 물었다.     


“백조야, 혹시 시간을 알 수 있니? 나는 3시까지 돌아가야 해.”     


백조는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은 점심과 저녁 사이의 시간일 거야. 3시는 아직 오지 않았어. 충분히 시간이 있단다.”    

 

안심한 어린 왕자는 백조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 백조야. 나는 이제 돌아가야 할 것 같아.”     


백조는 조용히 날개를 펼치며 말했다.      


“조심해서 돌아가렴. 그리고 하나만 명심해. 모든 위험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란다. 사람을 조심하면 너는 안전할 거야.”     


어린 왕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백조에게 인사했다.     

 

“안녕, 백조야. 네 말을 기억할게.”     


그렇게 어린 왕자는 다시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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