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는 사람들을 따라 내려갔다. 그곳은 온갖 맛있는 냄새로 가득한 곳이었다. 처음 맡아보는 향기들이 어린 왕자의 코를 간질였다. 정말 다양한 냄새들이 있었다. 어린 왕자는 그 냄새들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생각에 잠겼다.
‘음~ 달콤한 향기가 나는군. 마치 나무판자에 벌꿀을 발라놓은 것 같아. 꿀벌들이 사는 별에서 맡았던 그 향기와 비슷해. 그리고 저건... 장미의 가시가 떨어졌을 때 나는 아픈 냄새와 닮았어. 여긴... 그래, 양이 먹다 뱉은 풀이 시든 냄새야.’
어린 왕자는 발길 닿는 대로 이리저리 냄새를 따라다녔다. 족발 가게에도 들르고, 빵 가게에도 들렀다. 떡볶이 가게, 떡집, 그리고 다시 떡볶이 가게를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마음에 드는 가게 앞에 멈춰 섰다. 고개를 들어보니 가게에는 우주 같은 반짝이는 눈을 가진 점원 여자가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드릴까요?”
여자가 반갑게 물었다.
어린 왕자는 장미의 색을 닮은, 작은 뱀들이 뒤엉켜 있는 듯한 모양의 음식을 가리켰다. 달콤한 향기가 코를 찌르며 오랫동안 머물렀다. 그 향기는 코의 동굴을 채우더니, 마침내 입안에 침이 고였다. 어린 왕자는 자기 코가 두들겨지기라도 한 듯 입 안에 우물이 솟아나는 것만 같았다. 이 느낌은 처음이었다.
“떡볶이 드릴까요? 5,000원이에요,”
점원 여자가 말했다. 어린 왕자는 활짝 웃었다가 금세 주저하며 물었다.
“5,000원이면 주나요? 그런데 지금 저는 5,000원이 없어요. 하지만 정말 먹고 싶어요.”
여자는 황금빛 머리의 작은 외국아이가 한국어로 말하는 것이 신기한지 물었다.
“엄마는 어디 계시니? 돈이 있어야 떡볶이를 먹을 수 있단다. 달러나 유로는 있니?”
여자는 외국인처럼 생긴 어린 왕자가 혹시 외국 돈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어린 왕자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돈이 뭔지는 알아요. 하지만 저는 부자가 아니에요. 5,000원이 안되면 달러나 유로면 되나요?”
여자는 점심 장사 전이라 여유가 있었는지, 아이와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엄마랑 같이 안 왔니?”
“저는 엄마가 없어요. 장미와 함께 살아요. 여우를 길들였고, 뱀도 만났어요. 오는 길에 많은 장미들과 여자아이를 만났지만 길들여질 시간은 부족했어요.”
여자는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한참 듣다가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어 종이에 모자 그림을 그려 어린 왕자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이 그림을 알고 있니?”
어린 왕자는 그림을 보더니 무서워하면서도 반가운 듯 대답했다.
“알아요, 모자예요.”
여자는 잠시 실망하며 허리를 세우려는 찰나, 어린 왕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에요.”
여자는 어린 왕자의 이야기가 재밌어 다시 물었다. 이 아이의 이야기가 마치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 속 이야기와 닮아 마음이 설렜다. 그녀는 그 동화를 좋아해 마지막 구절을 늘 기억하고 있었다.
'만약 한 아이를 만나게 된다면, 그 아이가 웃고, 그의 머리카락이 황금빛이라면, 당신은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내가 슬퍼하지 않게, 빨리 소식을 전해 주기를 바랍니다...'
여자는 어린 왕자와의 대화에 더 끌려, 장난스럽게 물어보았다.
“53분이 절약되는 알약을 가지고 있니? 그걸 떡볶이와 바꿀 수 있어.”
어린 왕자는 밝게 웃으며 주머니를 뒤적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종이에 꼭 싸인 작은 알약 하나를 꺼냈다.
“여기 있어요. 이 알약을 먹으면 일주일 동안 갈증을 느끼지 않게 돼요. 시간을 엄청나게 절약할 수 있죠. 전문가들이 일주일에 53분씩 절약된다고 했어요.”
여자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 알약을 바라보았다. 어린 왕자의 순수함과, 또한 알 수 없는 그 신비로운 존재가 그녀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