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in SEOUL(#08 도시의 여자아이)
어린 왕자는 장미들 사이에서 지쳐 잠시 쉬고 있었다. 그때, 어린 왕자와 키가 비슷한 여자아이가 다가와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머리 예쁘다.
어린 왕자는 여자아이의 밝은 미소에 신이 나서 대답했다.
"제일 예쁜 건 장미야. 장미는 나의 친구거든. 우리는 같은 별에서 살고 있어."
여자아이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우와, 그래서 머리가 노랗구나! 화성에서 왔니?"
어린 왕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나는 B612라는 별에서 왔어. 너는 그 별을 모를 거야."
그러자 여자아이가 신나서 대답했다.
"나도 알아! B612는 정말 예쁜 별이지? 나는 태양도 알고 금성도 알아. 카시오페이아라는 별도 있는데 그게 제일 좋아."
여자아이는 더 많은 질문을 던졌다.
"집은 몇 평이야? 우리 집은 국평인데, 엄마가 대출이 많아서 걱정이 많아."
어린 왕자는 이해할 수 없어 물었다.
"국평이 뭐야? 대출이 뭔지 몰라."
여자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뭔가 안 좋은 것 같아. 우리 집은 절반이 은행 거야. 부모님은 국평이라고 별로라고 하셔. 너희 집도 반은 은행 거야?"
어린 왕자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은행이랑은 상관없어. 왜 네가 좋아하는 집에서 살지 않아? 우리 집에는 장미도 있고, 매일 노을을 볼 수 있어. 바람도 불고, 화산도 있는데 터지지는 않아."
어린 왕자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좋지 않은 집에 사는 게 더 좋은 거야?"
여자아이는 곧장 대답했다.
"맞아! 좋은 집에 살고 싶지만, 엄마 아빠는 힘들어 보여. 우리 집은 역에서 가깝지만 친구 집은 멀어. 1층이 제일 좋은데, 우리는 꼭대기층이라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 해..."
여자아이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지만, 멀리서 누군가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아이는 어린 왕자를 잠시 더 쳐다보다가 결국 소리를 따라 떠났다. 어린 왕자는 그 자리에 앉아 생각했다.
'B612를 아는 사람이 여기에도 있구나.'
여자아이가 B612를 알고 있다는 말에 어린 왕자는 기분이 좋았다. 그의 별이 이곳에서도 유명하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여우가 떠올랐다. 어린 왕자는 잠시 여자아이를 길들이고 싶었지만, 그녀는 이미 저 멀리 가버렸다. 여우가 보고 싶어졌다.
'여우와 나는 서로 길들여졌지...'
어린 왕자는 여우를 떠올리며 멀리서 빛나는 나무를 발견했다. 바오밥나무보다 훨씬 큰 나무였다. 어린 왕자는 태어나서 그런 큰 나무는 본 적이 없었기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사람들에게서 흥미가 점점 떨어졌다.
어린 왕자는 빛나는 나무로 다가갔다. 그 나무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어린 왕자는 놀라며 생각했다.
'사람들이 나무 안을 오가다니! 이렇게 큰 나무가 많이 있어도 괜찮겠어.'
어린 왕자는 나무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안은 예상과 달랐다. 밖보다 훨씬 밝고 반짝이는 것들이 가득했다.
천장은 높지 않았고, 어린 왕자는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어린 왕자는 그들을 따라 타며 신이 났다.
'이 나무는 정말 힘이 세구나! 사람들을 뿌리까지 데려다 주다니!'
어린 왕자는 나무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어떻게 이렇게 힘이 세니? 나를 꼭대기까지도 데려다 줄 수 있어?"
그러나 나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린 왕자는 조금 실망했지만, 사람들을 따라 계속 내려갔다. 그곳은 맛있는 냄새로 가득한 곳이었다. 다양한 음식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린 왕자는 신기한 향기와 풍경에 푹 빠져들었다.
'이 나무는 사람들을 이렇게 맛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