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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다한석사 Sep 03. 2024

어린왕자 in SEOUL(#07 길들이지 않은 장미)

어린 왕자는 멀리서도 장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장미가 많이 피어 있네.’     


어린 왕자는 자신이 떠나온 별의 장미를 떠올리며 공원을 둘러보았다. 공원에는 빨간색, 노란색, 분홍색, 보라색, 초록색, 파란색 등 다양한 색상의 장미들이 만발해 있었다. 어린 왕자는 그동안 빨간 장미만을 보아왔기에 이 광경이 매우 신기했다. 예전에도 장미꽃밭을 본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크고 다양한 색의 장미를 본 적은 없었다.     


“안녕.”      


어린 왕자가 인사했다. 그곳은 색색의 장미가 만발한 공원이었다.     


“안녕.”      


장미꽃들이 대답하자 어린 왕자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색이 모두 다르지만 장미와 조금 닮았기에 어린 왕자는 별에 있는 장미가 좋아하던 말을 기억했다.     


“너희들은 정말 예쁘구나.”      


어린 왕자는 별에 있는 장미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해주었다. 그러자 빨간 장미가 대답했다.     


“내가 제일 예쁘지? 사람들은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며 내가 제일 아름답다고 했어.”     


어린 왕자는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물어보려 했지만, 이번에는 파란 장미가 말했다.     


“아니야, 내가 제일 예쁘지? 빨간색은 너무 오래돼서 구식이야. 사람들은 구식을 좋아하지 않아.”   

  

그러자 노란 장미가 말을 이었다.     


“아니야, 내가 제일 예뻐. 너의 머리색도 나와 같은색이잖아. 내가 제일 아름다워.”     


분홍 장미가 말을 이어갔다.     


“아니야, 내가 제일 예뻐. 내 꽃말은 행복한 사랑이야. 우리 중에 가장 아름다운 뜻을 가졌지.”   

  

보라색 장미가 말을 받았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제일 예뻐. 사람들 이름 중에 보라도 있어. 빨강이나 노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어. 오로지 나만이 아름답기에 사람들의 이름으로 불려.”     


마침내 초록색 장미가 입을 열었다.     


“아니야, 내가 제일 예뻐. 나는...”     


“그만!”      


어린 왕자는 초록 장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외쳤다.     


“내가 보기에는 너희 모두 똑같아. 아무리 색이 달라도, 너희는 다 장미야. 빨간색이든 노란색이든 색이 다를 뿐 모두 장미야! 하지만 너희들 중 누구도 나는 길들여지지 않았기에 내 별에 있는 장미가 제일 예뻐.”     


그 말을 들은 장미들이 수군거렸다.     


“저 애는 누구길래 우리한테 저런 말을 하지?”     


“참 웃기네? 저 머리색도 웃기잖아.”     


“얼굴이 하얘서 꼭 유령 같아.”     


“저렇게 하얀 사람은 처음 봐. 병이라도 걸렸나?”   

  

“옷은 그게 뭐야? 너무 촌스러워.”     


어린 왕자는 장미들의 수근거림에 겁을 먹고 황급히 그곳을 떠나며 생각했다.     


‘너무 무서웠어. 내 장미는 자존심이 세고 화를 잘 내지만, 이렇게 무섭지는 않았어.’   

  

어린 왕자는 장미들이 왜 화를 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아까 앉았던 벤치와 똑같이 생긴 공원 밖의 벤치에 앉아 숨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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