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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다한석사 Oct 15. 2024

어린 왕자 in SEOUL(#13 사랑을 찾는 방법2)

어린 왕자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눈가에는 이슬 같은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내가 꽃이 되면 다른 곳으로는 갈 수 없어요. 장미에게 물을 주는 건 나밖에 없는데, 내가 물을 주지 못하면 장미는 이슬만 먹고 살아야 해요. 장미를 사랑하지만, 꽃이 되는 건 싫어요. 하지만 나는 장미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그 말을 하자마자, 어린 왕자는 결국 흐느끼며 울음을 터뜨렸다. 남자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다급히 그를 달랬다.


“아니야, 너는 꽃이 될 필요가 없어. 돌보는 것도 사랑이란다. 네가 매일 장미에게 물을 주잖아. 그건 이미 네 시간을 내어주는 사랑이야. 사랑은 바로 시간을 주는 거거든. 너는 이미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거야. 장미가 아플까 봐 햇빛이 사라질까 봐 걱정하지 않니? 그건 사랑이란다.”


어린 왕자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내가 장미를 사랑하는 방법을 안다고요? 난 잘 모르겠어요.”


남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미를 걱정하는 시간이 있다는 게 바로 사랑이야. 하지만 명심해, 사랑은 마음속에만 있으면 사라져버려. 사랑은 표현해야 해. 네가 아무리 장미를 사랑해도 그걸 장미에게 말하지 않으면 장미는 알 수 없거든. 사랑은 말로 전해야 해.”


남자는 어린 왕자의 눈을 바라보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


“사람은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그 마음을 말로 전해야 해. 하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 왜냐하면 사람들은 가끔 거짓말을 하기도 하거든. 그래서 말은 종종 의심을 받게 돼. 가끔은 사랑하면서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때가 있어.”


어린 왕자는 눈을 크게 뜨며 궁금해했다.


“탐험가들도 거짓말을 한다고 했어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사람들은 가끔 사랑하면서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해. 때로는 그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그런 말을 하기도 해. 마음속에서는 사랑하지만, 자신감이 없거나 가진 것이 없을 때는 그 사랑을 감추게 되는 거야.”


어린 왕자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짓자 남자는 계속 이어 말했다. 


“때로는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이 있어. 그럴 땐 그 말 뒤에 어떤 목적이 숨어 있는 거야. 사랑은 무엇을 바라지 않는 것이어야 해. 목적이 없어야 진정한 사랑이 되는 거지. 사랑이란 건 그냥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거든. 그런데 사람은 쉽게 지치는 존재라서, 서로 주고받아야 사랑이 지속될 수 있어. 만약 사랑을 주기만 하고,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한다면 지쳐버리게 돼. 그래서 사랑을 받았다면 반드시 돌려줘야 해. 관심이든, 사랑이든, 아니면 시간이든. 그렇지 않으면 사랑은 시들어버리거든. 그래서, 이건 참 어려운 일이야.”


어린 왕자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난 장미를 사랑해요. 돌아가면 장미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거예요. 그게 사랑하는 방법이죠?”


남자는 따뜻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그게 바로 사랑하는 방법이야. 그런데 장미는 정말 이슬만 먹고 살까?”


어린 왕자는 신이 나서 대답했다.


“네, 장미는 이슬만 먹어요. 이슬을 먹어야 다음 날 깨끗해진대요. 이슬은 깨끗하게 왔다가 깨끗하게 사라진다고 해요. 가끔 장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물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남자는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슬은 깨끗하게 왔다가 사라지지. 그래야 다음날 또 이슬처럼 맑아질 수 있지. 장미는 정말 예쁘겠구나.”


“맞아요! 장미는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 그리고 장미처럼 예쁜 사람도 알아요. 오늘 3시에 만나기로 했어요.”


남자는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이제 3시가 다 되어가니, 장미처럼 예쁜 사람을 만나러 가야겠구나. 길은 아니?”


어린 왕자는 주위를 둘러보며 머리를 갸웃했다.


“잘 모르겠어요. 큰 시계가 있었고, 떡볶이를 먹었어요. 나무판자에 벌꿀을 발라놓은 향이 나는 곳도 있었고, 장미의 가시가 떨어졌을 때 나는 향기와 비슷한 냄새도 났어요. 양이 먹다 남긴 풀 냄새도 났는데, 그건 빛나는 큰 나무 밑에서 났어요.”


남자는 빌딩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나무처럼 생긴 건 아니니?”


어린 왕자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음, 비슷한데 저것보다 훨씬 컸어요. 그 나무는 바오밥나무보다 더 길었어요.”


남자는 미소 지으며 어린 왕자의 손을 잡았다.


“같이 가자.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헤매면 제시간에 가지 못할 거야.”


어린 왕자는 기뻐하며 남자의 손을 꼭 잡았다. 남자는 어린 왕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저것은 나무가 아니라 빌딩이야. 사람이 만든 집 같은 것이지. 그 안에서는 일도 하고, 밥도 먹고, 머리도 자르고, 많은 일을 할 수 있어.”


“내 집보다 훨씬 커요. 나도 저기서 살고 싶어요.”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저곳에서 살려면 돈이 많이 필요해. 넌 부자니? 돈이 얼마나 있니?”


어린 왕자는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돈은 없지만, 5,000원이랑 바꿀 수 있는 알약이 있어요. 일주일에 53분을 아껴주는 약이에요. 그것이면 충분히 살 수 있어요.”


남자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 정도로는 안 돼. 저 집을 사려면 15억 원이 필요해. 아마 매일 떡볶이를 먹으면 약 270년 동안 먹을 수 있어. ”


어린 왕자는 놀라며 말했다.


“우와, 그럼 나는 270년 동안 매일 떡볶이를 먹을 수 있겠네요!”


남자는 크게 웃으며 어린 왕자의 손을 꼭 잡고 그를 빌딩으로 데려갔다. 빌딩 안에 들어가자마자, 어린 왕자가 말한 큰 시계가 보였다. 남자는 어린 왕자의 손을 놓아주며 말했다.


“여기가 맞지?”


어린 왕자는 기뻐서 외쳤다.


“맞아요! 시계가 딱 3시를 가리키고 있어요. 정말 고마워요. 복 받을 거예요!”


남자는 웃으며 물었다.


“복 받는다는 말은 누가 알려줬니?”


“돼지가요. 돼지가 자기는 복덩이라고 했어요.”


“맞아, 돼지는 복덩이지. 그럼 이제 가서 예쁜 사람을 만나렴.”


하지만 어린 왕자는 남자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남자는 조용히 물었다.


“왜 그러니?”


어린 왕자는 고개를 숙이며 속삭였다.


“나는 이제 길들여졌어요. 그래서 떠나면 슬플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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