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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다한석사 Nov 12. 2024

어린 왕자 in SEOUL(#17 돼지와의 만남2)

오늘은 이미 특별한 날인걸. 너를 만났으니까."


어린 왕자의 말에 돼지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꿈속을 찾아갔어도 나에게 이런 기쁨을 주는 말을 한 사람은 없었어."


어린 왕자는 궁금한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돼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꿈속을 찾아가면, 너는 무슨 소원을 빌 거야?"


"소원을 빌어야 하니? 난 그저 돼지 너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좋아. 다시 너를 만나게 된다면, 그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돼지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꿈속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대부분은 같은 소원만 빌어. 로또 번호를 알려달라거나, 취업에 성공하게 해달라거나, 부자가 되게 해달라는 소원 말이야. 나에게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 건 네가 처음이야. 물론 지금은 꿈속이 아니지만."


"로또 번호가 뭐야?"


어린 왕자의 질문에 돼지는 신이 나서 설명을 시작했다.


"로또 번호는 복권 번호야. 복권에 당첨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평생 쓸 수 있을 만큼의 돈을 얻게 되는 거야. 사람들은 그런 돈을 원해. 하지만 사실,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1/8,145,060이야. 그저 희망을 품고 사는 거지."


"그렇다면 왜 사람들이 복권을 사는 거야? 당첨되지 않을 확률이 더 높은데."


돼지는 잠시 생각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건 희망 때문이야. 비록 당첨될 확률은 낮지만, 만약 당첨된다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람들을 움직이는 거지. 우리는 먹고 자는 걱정 없이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달라. 사람들은 희망을 먹고 사니까."


"희망을 먹고 산다고?"


"그래, 사람들은 희망을 먹고 살아. 지금보다 더 나아지는 삶을 꿈꾸며 말이야. 우리는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진흙탕에서 놀면 행복하잖아. 하지만 사람들은 달라. 그들은 희망이 있어야 비로소 살아가는 의미를 느끼는 것 같아."


어린 왕자는 돼지를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희망을 먹고 사는 것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것이랑 같지 않니?"


돼지는 어린 왕자의 말을 듣고 잠시 미소를 거두었다. 그의 표정은 마치 텁텁한 풋사과를 한 입 베어 문 듯했다.


"희망은,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더 많은 희망을 갈구하지.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높게, 더 크게. 때로는 다른 이의 희망을 빼앗고 싶어 하기도 해. 어떤 이들은 다른 사람의 희망을 없애는 것이 자신의 희망이 되기도 하지."


어린 왕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그건 너무 무서운 일이야. 다른 사람의 희망을 없앤다는 건, 그 사람을 살아갈 수 없게 만드는 거잖아. 희망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야?"


돼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희망을 잃은 사람은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게 아니지. 사람들은 희망을 먹고 살아가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신에게 희망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기도 해. 희망이 없다는 걸 아는 사람과, 희망을 품고 있는 사람은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돼."


어린 왕자는 돼지의 말을 이해하기엔 아직 어렵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너무 어려운 말이야. 그리고 다른 사람의 희망을 없앤다는 건 정말 듣기 무서워. 그런 건 알고 싶지 않아."


돼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무서운 일이야. 하지만 때로는 그런 무서운 일도 알아야 할 때가 있지. 그리고 내가 너에게 너무 어려운 말을 했나 봐. 사실 나도 잘 모르는 걸 이야기한 거야. 그냥 아는 척하고 싶었어."


어린 왕자는 돼지의 솔직한 고백에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부자가 되길 원할까?"


돼지는 그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갑자기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아, 말을 너무 많이 했더니 배가 고파졌어. 이제 더는 말을 할 수 없겠어. 나는 가야 해, 꿀."


어린 왕자는 웃으며 말했다.


"갑자기 말투가 달라졌어. 정말 많이 배고픈가 봐."


"마음이 편해지니까 나도 모르게 친구에게 하는 말투로 바뀐 것 같아, 꿀. 이제 너도 내 친구야, 꿀."


어린 왕자는 돼지의 말투가 재미있는지 크게 웃으며 말했다.


"꿈속에서 기다릴게, 친구야."


"물론이지. 그때 나는 너에게 더 많은 이야기와 가장 따뜻한 복을 선물할 거야 꿀."


별빛 가득한 들판 위에서 두 존재는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돼지는 먼 곳으로 다시 사라졌다. 어린 왕자는 돼지와의 만남을 마음 깊이 간직한 채, 들판을 지나며 조용히 속삭였다.


"희망을 먹고 산다는 것은 항상 배고픈 것이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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