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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다한석사 Aug 20. 2024

어린왕자 in SEOUL(#05 달리기 선수)

어린 왕자는 서울의 번화한 거리에 서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엄청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어린 왕자는 이전에 만났던 달리기 선수가 생각났다.     


목이 말라 산속에서 물을 찾고 있을 때였다. 멀리서 어린 왕자가 있는 쪽으로 한 남자가 달려왔다. 짧은 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마른 사람이었다. 어린 왕자는 그 사람을 보자마자 반갑게 다가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안녕."     


남자는 이처럼 얼굴이 하얗고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지나가는 곳에서 아이는 물론 사람을 본 것은 처음이라 가던 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목이 말라요."     


남자는 이 더운 날씨에도 전혀 땀을 흘리지 않고 있는 어린 왕자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가지고 있던 물을 건네주었다.     


"여기에는 어떻게 왔니? 이곳은 사람이 오지 않는 곳이란다. 나는 훈련을 위해 이 산을 오르내리고 있단다. 혹시 산속에 집이 있니?"     


남자가 배낭에서 물병을 꺼내 어린 왕자에게 건네주자, 어린 왕자는 곧바로 목을 축이고는 물병을 돌려주며 물었다.     


"훈련이 뭐예요?"     


"나는 달리기 선수이기 때문에 1등을 해야 부자가 될 수 있거든. 부자가 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달리는 훈련을 하고 있어."     


어린 왕자는 예전에 만났던 사업가를 떠올리며 물었다.  

  

"왜 어른들은 모두 부자가 되려고 하나요?"     


달리기 선수는 그 말에 제자리 걸음마저 멈추고 어린 왕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부자에 대해 말한 것인데 아이가 진지하게 질문했기에 같이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부자가 되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지.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고,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부자가 되면 가족이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야.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말이야."     

"눈치 본다는 게 뭐예요?"     


"다른 사람을 신경 쓰는 거란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쓰면 내가 얻는 것이 생기거든. 나는 아직 부자가 아니라 부자가 되기 위해 부자들의 눈치를 봐야 해. 내가 대회에서 1등을 하면 부자들이 나에게 돈을 준단다. 부자들이 대회를 열지 않으면 나는 부자가 될 수 없어서 항상 대회를 여는 부자들을 신경 써야 해. 대신에 내가 부자가 되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지."     


어린 왕자는 이상하다는 듯이 달리기 선수에게 물었다.     


"그러면 나는 훈련하지 않아도 부자예요. 나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고, 먹고 싶은 것은 없어요. 그런데 나는 장미의 눈치를 봐요. 나는 부자가 아니죠?"     


달리기 선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어린 왕자에게 물었다.     


"너는 집이 있지? 아마 그곳에서 가족들과 같이 살고 있을 거야. 그렇다면 이미 부자일 거야. 가족끼리 눈치 보는 것은 상관없어.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이 있고,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고, 먹을 것이 걱정 없다면 그보다 큰 부자는 없지. 그렇다면 돈도 많겠구나?"     


"맞아요. 내 집은 소행성 B612예요. 그곳에서 장미와 함께 살고 있어요. 바오바브나무 때문에 늘 걱정이지만요. 돈이 뭐예요?"     


"너는 6층에 살고 있구나. 부럽네 나는 아직 1층에 살고 있는데... 돈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게 해 주는 거란다. 돈이 있으면 집을 가질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고,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지. 돈이 많으면 부자가 될 수 있어. 부자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잘 모르겠어요. 부자가 되려면 돈이 많아야 하나요? 나는 집도 있고 가족도 있고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어요. 돈이 없어도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돈이 많아야 한다면 나는 부자가 아니에요. 나는 돈이 없거든요."    


달리기 선수는 어린 왕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더 물어볼 시간이 없었다. 그는 일어나며 어린 왕자에게 말했다.     


"나는 이제 훈련을 계속해야 해. 나는 너처럼 부자가 아니라 훈련을 해야 한단다. 이곳은 너 같은 어린아이가 있으면 위험해. 그러니 왔던 길로 돌아가."     


어린 왕자는 번화한 거리의 사람들을 보며 달리기 선수가 한 말을 생각했다.    

 

'이 사람들도 모두 부자가 되기 위해 훈련을 하고 있구나. 모두 달리기 선수보다는 느리니까 달리기 선수가 1등 할 수 있겠어. 달리기 선수는 부자가 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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