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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Aug 27. 2020

결혼

하든지?, 안 하든지?


  강력반에서 전국을 누비며 한참 일에 미쳐 있을 무렵 나는 강력반 형사를 제대로 하려면 결혼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신혼이었던 나는 결혼을 후회한 것은 아니었지만 잠복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종종 그런 생각을 했었다. 차 안에서 조금만 더 버티면 범인이 나타날 것 같은데 집에 가야만 해서 철수해야 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밖에도 업무만 생각하자면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일에만 온전히 매달려 있을 수도 있고 가정생활에서 오는 여러 가지 갈등도 없을 테니 더 홀가분하고 마음 편하게 그저 도둑놈만 열심히 쫓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형사들은 가정을 포기하고 일해야 한다는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분위기 또는 신념 같은 것이 당연히 받아들여지던 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나님을 떠나서 살던 내가 믿음이 회복되어 다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을 때 비슷한 생각을 했다. 목사의 직분을 잘 수행하려면 결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목사는 교회 공동체의 리더이면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나누고 베풀어야 하는데 내 아내와 내 자녀가 있다 보면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가진 빵을 가난한 사람에게 주어야 하는데 나는 굶더라도 그에게 줄 수 있지만 내 아내와 내 자녀를 굶기면서까지 다른 사람에게 빵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목회자들이 필요 이상의 부를 축적하고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목사직까지 세습하는 것은 하나님만 바라보며 그분의 뜻을 행하려는 목사의 마음보다 아내와 자녀를 돌보려는 남편과 아비로의 마음이 앞선 까닭일 수도 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에서 결혼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남자는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음행에 빠질 유혹 때문에 남자는 저마다 자기 아내를 두고, 여자도 저마다 자기 남편을 두도록 하십시오. 남편은 아내에게 남편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아내도 그와 같이 남편에게 아내로서 의무를 다하도록 하십시오."

  "결혼하지 않은 남자들과 과부들에게 말합니다. 나처럼 그냥 지내는 것이 그들에게 좋습니다. 그러나 절제할 수 없거든 결혼하십시오 욕정에 불타는 것보다는 결혼하는 편이 낫습니다."

  "아내에게 매였으면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하지 마십시오. 아내에게서 놓였으면 아내를 얻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결혼한다고 할지라도 죄를 짓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처녀가 결혼을 하더라도 죄를 짓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이 살림살이로 몸이 고달플 것이므로 내가 아껴서 말해주는 것입니다."

  "나는 여러분이 염려 없이 살기를 바랍니다. 결혼하지 않은 남자는, 어떻게 하면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을까 하고 주님의 일에 마음을 씁니다. 그러나 결혼한 남자는 어떻게 하면 자기 아내를 기쁘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세상 일에 마음을 쓰게 되므로 마음이 나뉘어 있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나 처녀는 몸과 영을 거룩하게 하려고 주님의 일에 마음을 쓰지만, 결혼한 여자는 어떻게 하면 남편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세상일에 마음을 씁니다."


  바울의 고린도 교인들에 대한 이러한 권면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나 자신과 가정보다 먼저 주님께 집중하고 주님의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결혼생활이 자칫 주님의 뜻에 따르는 것에 장애가 될 수 있으니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우리가 항상 주님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행에 대한 유혹 때문에 결혼을 하고 욕정 때문에 결혼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결혼한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의무를 다하고 아내에게 벗어나려고 하지 말라는 말은 현대 사회에서도 좋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처녀가 결혼을 하면 살림살이로 몸이 고달플 것이어서 아끼는 마음으로 말해주는 것이라는 바울 사도의 말이 한 편 지혜로운 말 같기도 하고 고이 키운 딸을 시댁으로 보내는 아비의 마음 같기도 한 생각이 들어 재미있기도 하다.


  바울 사도의 결혼에 대한 권면은 하나님의 뜻대로 하나님의 일을 우선 하는 데에는 결혼을 하지 않는 편이 좋으니 자신처럼 결혼하지 않고 사는 것이 좋으나 결혼을 하더라도 죄가 아니니 결혼을 했다면 한 눈 팔지 말고 서로에게 의무를 다하고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지내야 하고 결혼을 하든 혹은 하지 않든 가장 중요한 것은 주님 안에서 주님의 뜻대로 살아가라는 말로 이해하고 싶다.  


  아침에 눈을 떠 옆에서 자고 있는 아내를 보면서 '아! 하나님께서 정말 나를 많이 사랑하시는구나!'하고 느낄 때가 있다. 이렇게 귀한 사람을 나에게 보내주셔서 아내가 되게 하셨으니 말이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세상에서 허락하신 많은 복들 중에 가장 큰 복은 단연코 내 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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