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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형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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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Jul 27. 2021

딜레마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을 꿈꾸며...


당직을 마치고 점심때쯤 퇴근하던 길이었어.

아파트 입구에서 대 여섯 살쯤 돼 보이는 꼬마가 쪼그리고 앉아서 훌쩍이고 있는 거야.


"꼬마야, 왜 울고 있니?"

"엄마가 이모 집에 갔는데 안 와요."

"이모 집은 어딘데?"

"저기 103동인데 어딘지 잘 몰라요. 엄마가 금방 온다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라 했어요."

"그럼 아저씨랑 이모집 찾아볼까?"


꼬마는 고개를 들고 말없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말했어.

"싫어요. 엄마가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랬어요."


"아저씨는 경찰이야. 믿어도 돼" 하려가 하다가 말을 멈췄어.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야. 지금은 내가 꼬마를 도와주면 꼬마는 나 같은 남자 어른을 믿게 될 거고 다음에 비슷한 경우가 닥쳤을 때 혹시라도 나쁜 의도를 가진 나쁜 어른이 도움을 가장할 때 쉽게 믿고 따라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지.


꼬마를 위해 내가 어떻게 했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명쾌한 결론이 나지 않네. 당연히 도와주어야 하는 건데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지, 그러다가 정말 나중에 그 꼬마가 나쁜 아저씨를 따라가서 범죄 피해를 당할 수도 있는데 함부로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안 된다고 한 꼬마 엄마의 가르침을 지켜주어야 하지. 이것 참, 아직도 딜레마네.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 세상이 참 착잡하고 속상해.


아! 꼬마에게 난 이렇게 말해주었어

"그래, 꼬마야 모르는 사람 절대로 따라가면 안 돼. 엄마가 잘 가르쳐 주셨구나. 어디 가지 말고 여기서 기다리면 엄마 금방 오실 거야."


그러고는 경비실로 가서 방송을 부탁드렸지. 엄마가 내려와 꼬마를 데리고 갈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가 나도 집으로 돌아왔어.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노는 아이들만큼은 안전한 세상이 되었으면 정말 정말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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