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를 만들기 위해 우선 양파를 볶았다.
큼지막하고 오목한 팬에 기름을 두르고 나무주걱으로 썩썩 헤집으며 볶는데 어느새 단맛이 확 올라온다.
그런데, 양파를 껍질을 까서 요리하기 좋게 썰다 보면 매운 기운이 올라와 눈을 훔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흐를 때가 있다. 그냥 장에 찍어 먹으면 가끔 속이 아릴 정도로 매운 것들도 있다.
그렇게 독하고 매운 양파가 뜨거운 불에 달궈지고 볶아지면 투명하게 변하면서 달큼한 맛을 낸다. 그냥 볶아먹어도 맛있고 다른 요리에 넣어도 감칠맛을 낸다.
생양파 같은 우리도 매운맛을 풍기다가 뜨겁게 달궈지고 볶아진 후에야 달달하게 바뀌는 것은 아닐까.
시련과 고난을 겪어봐야, 뜨거운 맛을 봐야 풀어지고 다듬어져서 그제야 좀 제대로 맛을 내고 다른 이들과도 잘 어우러지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삶에 있어 시련과 고난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너무 센 불에 오랫동안 볶아져서 까맣게 타버리면 곤란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