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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Apr 23. 2019

꽃구경

멈추어 서야 볼 수 있는 아름다움


널따란 들판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부터

퇴근길은 늘 막힌다.


큰 사거리에서 죄회전을 받아 들어가야 하는데 2번은 기본이고

앞에 버스나 화물차가 있어 좌회전 차선으로 미리 들어가지 못하기라도 하면

신호를 3번이나 기다렸다 받는다.


오늘 저녁도 그랬다.

막 좌회전 차선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오른쪽 옆 차선에서 버스가 굳이 머리를 들이밀고 들어온다.

깜짝 놀라기도 했거니와 버스의 커다란 몸집에 막혀서 차선 앞쪽만 툭 튀어나와 있는 좌회전 차선으로 들어가지 못할 생각을 하니 성질이 나서 '빵~~' 한 번 하려다 슬며시 핸들을 감아쥐며 참았다.


그렇게 버스 뒤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뻐근한 목을 돌리다가 무심코 쳐다본 중앙분리대 화단에는 빨강, 노랑 튤립이 가득 피어 있었다.

꼿꼿하게 솟아 올라 살랑살랑 예쁨을 흔들어 대는 튤립을 보니 조금 남아 있던 짜증이 확 사라진다.

어찌 저리 예쁠까? 어찌 저리 고울까?


도로가 뻥 뚫려 휑하니 지나갔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미처 알지 못했을 아름다움이다.


멈추어야 비로소 볼 수 있는 아름다움.

둘러보아야 알게 되는 향기로운 봄.


잠시 서서 쉬어가는 그 세상이 더욱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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