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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Sep 29. 2019

산책

들으며 걸어 보다.


  가끔 동네 개울가를 동동이와 함께 산책할 때면 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 이른 오후에 잠시 짬이 나서 동동이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 오늘은 이어폰을 챙기지 않고 산책을 했다. 그냥 자연 그대로의 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걸으며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낙엽이 떨어져 땅에 '툭' 하고 부딪히고는 '사스락' 거리며 바람에 저만치 밀려간다. 내 옆을 지나가는 자전거는 바퀴를 땅에 굴리며 '자아악' 소리를 내며 쌩 달리다가 작은 턱을 덜컹 넘으며 '따릉'하는 차갑고 경쾌한 짧은소리를 토해낸다. 


  '쿠우우와아앙~~~'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전투기가 내는 벼락같은 소리가 순식간에 멀어져 가더니 풀벌레 소리인지 큰 소리에 놀란 이명인지 모를 '찌이륵 찌이륵'하는 맑은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에 나뭇가지와 이파리가 서로를 부벼대며 내는 '스슷 스슥'하는 소리 사이 사이로 '짹짹', '깍깍', '쪼롱' 하며 새들이 수다를 떤다. 


  손에 든 종이봉투가 바람에 들썩이며 '투시럭' 거린다. 덩치 큰 아저씨의 등산화가 '쩌극 쩌극' 힘차게 땅을 밀어내며 앞서 걷는다. 개울 건너 벽돌집에서 '컹컹' 개가 짖는다. 노부부가 '도란 도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옆을 스쳐 지난다.


  이어폰을 끼고 내가 좋아하는 내가 듣고 싶은 것을 들으며 걸었을 때는 듣지 못했던, 느끼지 못했던 살아 있는 소리, 살아가는 소리, 꾸미지 않고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순수한 소리. 그래서 참 아름다운 소리. 


  이제 산책을 갈 때는 이어폰을 두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아무런 방해 없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싶을 때만 이어폰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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