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liz cafe
나는 원래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몇 년 전만 해도 가끔씩 자판기에서 뽑아 먹는 커피나 사무실에서 종이컵에 타서 마시는 믹스커피가 내가 마시는 커피의 전부였다. 출근길에 점심시간에 너도 나도 테이크 아웃 커피 한 잔씩을 들고 다닐 때에도 나는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어릴 때 콜라에 중독되어 고생을 했던 터라 카페인을 멀리 하기도 했거니와 언젠가 처음 마셔 본 아메리카노는 내가 아는 커피의 맛이 아니었다. 커피는 달달한 맛에 먹는 건데 씁쓸하기만 한 아메리카노는 내 입맛에는 잘 맞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이 조금씩 익숙해져 갈 무렵 재미 삼아 문화센터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아내가 집에서 커피를 내려주기 시작했고 덕분에 나는 어느새 아메리카노의 맛에도 익숙해졌다. 그리고 마침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에 출장을 다녀오면서 사온 싱싱한 원두로 아내가 내려준 커피를 마시다 보니 어느새 커피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버렸다.
내가 아메리카노의 맛을 알게 된 건 순전히 아내 덕분이다. 요즘 아내는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담아 출근하는 나에게 내어준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동료들과 함께 아내가 내려준 커피를 나누어 마시며 아침인사 겸 업무 준비 겸 수다를 떠는 것이 요즘 즐기는 소소한 행복이다.
아내가 커피를 내려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커피의 맛을 잘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스벅보다 더 좋은 행벅, 내가 아내가 내려주는 커피에 붙여준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