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히 멀리 창백한 푸른 점 하나. 블루마블. 푸른색의 구슬을 닮은 항상 푸르게 반짝이는 아름다운 행성. 대기 중에 떠있는 하얀 구름과 극지대의 빙하는 함께 어우러져 창백한 푸른색을 띤다. 회갈색을 띠는 사막과 산과 들 밀림의 진녹색이 어우러져 생명의 강한 기운을 표출한다. 밤이 찾아오면 인공불빛으로 어두움과 밝음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극지방 형형색색의 오로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사막 행성 화성은 너무 삭막하고 붉은 행성 금성은 너무 뜨겁고 산성비는 끔찍하다. 은하수 행성을 다 뒤져봐도 지구만 한 곳은 드물다. 게다가 지구에서 인간에 대적할 만한 생명체는 없다. 다른 동물보다 신체적인 면에서 월등하지도 않으면서도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도 필요도 없다. 사냥을 하지 않아도 먹이 걱정 없고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고, 교통과 통신 컴퓨터, IT 기술의 발전으로 시간과 공간이 확장되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이 되는 꿈같은 세상이다.
세상은 진화를 거쳐 마법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인간들은 스마트 폰이라 불리는 마술램프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손가락 하나만 있으면 웬만한 것은 모두 다 이루어진다. 천리 밖의 사람들과 실시간 화상 대화가 가능하다. 간단한 주문만으로 따뜻한 식사가 집 앞으로 배달되고 필요한 생필품이 문 앞까지 배달된다. 비가 올지 눈이 올지 날씨도 미리 알려주고 처음 가는 길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버튼만 누르면 밥이 되고 세탁이 되고 건조가 된다. 추우면 따뜻한 바람이 더우면 시원한 바람이 공기마저 알아서 청정하게 해 준다. 곧 출시될 자율 주행 마법은 영화 한 편 보고 있으면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줄 것이다. 하늘을 날기도 하고 물속을 여행하기도 한다. 심지어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여행을 하고 멀리 화성을 실시간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마법은 공짜가 아니다. 돈이라고 불리는 마나가 필요하다.
인간! 우주를 통틀어 이보다 더 축복받은 종 이 있을까? 이번 생은 레알 대~박이다! 아마도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지구 행 티켓을 끊은 것이 분명하다. 아바타(인간의 몸)를 빌려 지구를 여행하는 여행자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다본다. 여행은 늘 설렘이 앞선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과 오감으로 느끼는 자연과 일상에서 벗어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썩여 있다.
가벼운 배낭을 메고 트레킹을 하며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경치를 즐기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힐링 여행도 좋다. 무거운 백패킹을 메고 고통을 인내하며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상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 보며 성취감을 느껴보는 것도 멋지다. 어떤 여행을 할지는 여행자의 선택 사항이다.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면 출장자의 관점에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늘 시간에 쫓겨가며 문제를 해결하거나 목표 달성과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무전여행이다. 현지 여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만 마련하면 된다. 여행의 욕구는 돈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여행의 본질은 체험이다. 체험에는 많은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산 정상을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고, 케이블카를 타고 갈 수도 있다. 돈을 들이면 편하고 빠르게 정상을 올라갈 수 있겠지만 산행의 즐거움은 느낄 수 없다. 힘들게 찾은 여행지에서 부를 축적하느라 여행은 뒷전이라면 돌아갈 때 분명 후회를 남기게 될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800킬로가 넘는 시골길을 한달 넘게 걸어서 완주한다. 끝이 없는 길을 걷고 또 걷는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고통을 산다. 발에 물집이 잡히고 입술이 부르터도 그들의 표정은 한없이 맑고 편안해 보인다. 고통의 크기와 행복의 크기는 비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라도 하듯이 고통을 즐기며 걷는다. 같은 길을 하루 일당을 받고 생계를 위하여 걷는다면 같은 표정으로 걸을 수 있을까?
고통이 클수록 엔도르핀 분비가 활발 해져 고통은 감소하고 행복감은 증가한다. 하지만 행복은 만족을 모른다. 만족하는 순간 도파민 분비는 중단되고 더 강한 자극을 주어야만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과도한 행복은 도파민 과다로 인한 중독 현상(ADHD,조현병) 을 초래한다. 고통 없는 행복이란 허구일 뿐이다. 삶에서 고통이란 지워야 할 단어가 아니라 극복 해야할 선물이다.
천상병 시인은 귀천이라는 시에서 삶을 소풍이라고 했다.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간다고 했다. 인간의 삶이 여행인 이유는 돌아가는 날이 정해져 있고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날이 언제인지 그곳이 어디인지 모르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 여행이 끝나는 날, 아이들에게 손 때묻은 ‘인생 여행기’를 물려 줄 그날을 생각한다. 그들의 인생 여행에 지도가 되어 주길 희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