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 바람이 불지 않았던 이유.
그곳에서
땅과 하나 되고,
바람과 공기와 나무와 풀,
물과 불,
그날 만나는 모든 신들과 하나 됨을 느꼈다.
옷 한 장 걸치지 않은 몸으로
숲 속을 달렸다.
온전한 자유 속에서
지구를 느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
그네를 타다 떨어진다.
떨어진 체로 하늘을 본다.
높이 솟은 나무들,
모두 하늘을 향하고 있다.
눈을 감는다.
귀를 기울인다.
자연의 다양한 소리들.
눈을 뜬다.
벌거벗은 몸 위로 벌레들이
살을 뜯고 있다.
쇠파리와 모기,
이름 모를 생명체들이 가득하다.
고통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아픔도 느껴지지 않는다.
천천히 일어나 걷는다.
거대한 나무를 따라
사다리가 하늘을 향해있다.
사다리를 타고 40 계단을 오른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아래가 숲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작은 공간.
거기서
손을 뻗어 가지 위로 올라간다.
나뭇가지는 점점 얇아지고
땅은 점점 멀어진다.
바람이 나무를 흔든다.
묵직하게 휘청인다.
나뭇가지가 부러지지 않는다.
바람은 계속 불어온다.
한번
두 번 더 올라간다.
나는 나뭇가지에 눕는다.
온몸에 긴장을 풀어본다.
김광석과
스스로 생명을 끊은 것들,
죽음을 경험한 인생들을
하나 둘 떠올려본다.
한낱 먼지 같은 인생.
바람에 흩날려 사라질지 몰라도,
아등바등 살 것 무엇이냐.
더 이상 내려놓을 것이,
바로 이것이었더냐.
한 생명 내려놓고,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