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다다익선, 수입의 한계는 없다.
은퇴와 경제적 독립이라는 것과는 어감상에서 이미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경제적 독립은 왠지 모르게 자발성이 커보이고, 은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어감으로 인해 강제성을 띠고 있는 듯한 느낌이 온다. 사실 은퇴라는 말이 자발적인 느낌이 커져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솔직히 그렇지 못한 것이 이 시대상이다.
경제적 독립을 이루기 위해 운이 작용했던, 엄청난 노력이 투입되었건 간에 자신만의 기준으로 경제적인 독립을 이룬 사람들은 대단한 사람들임에는 분명하다. 은퇴시기라고 하는 50대, 60대가 되었을 때의 모습을 투영해 봤을 때, 그때도 그렇게 되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판단하기에 독립이라고 하면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한다.
은퇴는 항상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많아보인다. 부족함없이 은퇴한 사람은 거의 손에 꼽을 정도로 주변에 넉넉하게 은퇴생활을 즐기는 사람이 몇 안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분명 넉넉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넉넉하게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있고, 굳이 동네방네 떠들어 댈 필요는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튼, 은퇴의 인식이 보편적으로 부정적인 의미가 있는 건 모두들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보편적인 시각일 뿐,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은퇴는 사실 너무나 아름다운 단어이면서, 축하받아 마땅하고, 끝없는 부러움을 사도 모자란 하나의 의식이나 축제(Ritual)와 같은 것이다.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거나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차근히 준비해가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어차피 은퇴 후에는 혼자서 살아가야 하는 날이 많기 때문에, 비교와 의식은 아무런 쓸데없는 한순간의 착각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인연을 정리하거나 정리된다는 의미)
자, 그럼 자신만의 기준으로 은퇴를 준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경제적인 부분도 차근히 짚어보자.
생활에 부족함이 없는 수입이라는 모호한 제목으로 글을 시작했지만, 그 모호함을 빨리 벗기 위해서는 한번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글에 대한 신뢰가 쌓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생활에 부족함이 없다'는 말은, 지금 생활하고 있는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봤을 때, 특정 기간에만 필요한 학비와 특별한 소비를 제외한 후, 예상되는 의료비와 여가비 등을 포함한 생활비로 산정을 했을 때의 규모를 얘기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예를 들어 정리해 보면, 중학생과 대학생이 있는 집에서는 학비와 학생 생활비 등의 지출이 있기 때문에, 오롯이 은퇴 후 생활에 필요한 생활비라고 할 수 없다. 자녀 2인의 생활비가 한달 200만원(물론 부족하지만), 부부공동 생활비가 300만원인 경우, 일단 여유있게 잡아 300만원이라고 은퇴 생활비 기준을 잡자.
그러고 난 후, 연간 2회 정도의 국내외 여행을 위해 필요한 연간 비용 1,000만원을 매월로 나누어 100만원으로 추가해서 잡고, 의료비도 300만원을 매월로 산정하여 30만원으로 산정해 보자.
그렇게 된다면, 기본 생활비 300만원에 여행과 여가비, 의료비를 포함해서 430만원에서 450만원, 거의 500만원에 육박하게 생활비가 필요해 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대출을 갚아야 한다면 여행을 줄이고 대출을 갚아야 할 것이고, 젊었을 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더 투자하고 노력했다면, 의료비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모두의 케이스가 다 다를 것이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귀찮더라도 한번은 반드시 지금 들어가는 생활비를 제대로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와 배우자가 생활을 할 수 있는 생활비의 적정선을 반드시 정해두어야 한다.
그 적정선을 500만원이라고 정해보자. 어떤 이에게는 과할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적을 수 있지만, 기억하기 편하게 중간지점을 정해서 정리해 보려고 한다. 미래의 500만원이기 때문에, 현재의 가치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300만원의 생활비와 여가비, 여유자금을 포함한 500만원을 어떻게 매월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까.
첫째, 반드시 연금을 이용해서 가장 아래 쪽에 위치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연금에 대해서도 20대, 30대, 40대, 50대가 대부분 다른 생각들을 갖고 있다. 나 또한 20대, 30대를 지나오면서 연금에 대해서 계속해서 생각이 바뀌는 경험을 하였다. 그 이유는 간절함과 불안함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20대, 30대에는 자산을 형성해야 하는 첫 단계이므로, 노후를 위한 연금 걱정에 대해서는 관대할 수 밖에 없다. 지금 당장 쓸 돈이 없는데, 그 돈을 쪼개어 다시는 보지 못할 수도 있는 연금 통장에 입금을 한다는 것은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짓'으로 치부되었었다. 급여를 받아 이것 저것 처리하고 나면 남는 작고 소중한 나의 '돈', 이 돈을 당장 써도 마음이 풀릴까 말까인데, 찾지 못하는 통장으로 입금을 한다?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금에 매월 불입하여 20대와 30대, 40대를 거쳐온 50대라면 지금은 환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가장 아래 층을 담당하고 있는 연금이 이미 탄탄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은 종류도 많아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요즘은 챗GPT에 한 두줄의 질문으로도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그것조차 어려웠기 때문에, 보험사 직원들에게 제대로 영업을 당하곤 했다.
연금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의 공적연금, 퇴직연금과 함께 연금저축 등의 개인연금, 기초 노령연금과 주택연금 등이 있고, 가장 기본이 되는 연금은 역시 국민연금이 된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공단에 들어가 간단한 인증을 거치게 되면, 내가 그동안 불입한 국민연금 불입금을 확인할 수있고, (현재 기준으로) 65세부터 매월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모든 것을 의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은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가장 아래층을 차지하는 연금이기 때문에, 가장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고 연금 계획을 짜야 한다.
결국,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적립금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말이고, 적립 이후 수익을 내는 것은 그 다음이다.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연금에 대한 혜택을 주기 위해 세금을 환급해 주는 제도를 운영 중에 있고, 각자의 연간 수입에 따라 많게는 16.5%, 적게는 13.2%까지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 수입 5500만원을 기점으로 최대 115.5만원에서 92.4만원까지 환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환급을 확보하고 가야 한다.
연간 최대 900만원까지 적립을 통해 세금 환급을 받았다면, 더 많은 혜택을 받기 위해 적립된 돈으로 안전한 ETF나 채권에 투자를 해 추가적인 수익을 얻어, 자산을 계속해서 불려야 한다.
이렇게 불린 개인연금은 55세의 생일이 지나고 나면 연금 적립금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연금에 이렇게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는 가장 안정적으로 월 생활비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고,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최소 13% 이상의 수익을 얻는 최고의 투자처이자, 연금 계좌 내에 있는 돈에 대한 세금을 최소화해주는 혜택까지 2중, 3중의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돈이 묶여 당장 쓰지 못하는 불편함이 반강제적인 장기투자로 이끌어 준다는 점에서, 변덕이 심한 사람들을 제대로 잡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연금으로 월 250만원을 확보해 보자. 연금 적립금 총액이 3억원이라면 이자율을 고려하지 않고, 10년간 월 250만원의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물론, 월 250만원을 다 쓴다면, 10년 후에는 받을 돈이 없지만, 받은 돈의 일부를 다시 연금을 받는 10년간 추가로 연금에 불입한다면, 이후 10년동안 또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지금 30세라면 55세까지 25년이 남았고, 3억을 모으기 위해서 연간 이자율 3% 정도와 매년 세금환급금을 감안하여 계산해 본다면, 월 58만원을 납입한다면 55세부터 월 250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둘째, 금융소득을 적극 활용하자.
연금을 준비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정기적이거나 비정기적인 수입으로 연금 외의 생활비를 준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것 또한 금액을 일정하게 받을 수 있어야만 생활비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달은 100만원, 다음달은 50만원이 나오는 구조라면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어, 더 쉽지 않은 마이너스 통장을 쓴다거나, 신용카드에 의존하는 삶을 다시 반복하게 될 수도 있다. 최선에서 최악으로 가는 시나리오다.
금융소득 중에는 단기로 투자해서 벌 수 있는 여러 상품도 있지만,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성장성이 있는 회사에 투자하거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배당주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배당금으로 현금확보를 하기 위해 매월 배당주를 사모으면서 배당금이 늘어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고, 연간 2천만원을 넘어 3천만원의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연간 3천만원이라면 매월 200만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금 250만원과 더불어 배당금 250만원이면 목표를 달성한 후 편히 지낼 수 있다.(세금은 그 다음 문제다, 세금 걱정하다가 장 못담그는 상황이 발생하면 너무나 안타까울 것 같다.)
자산을 늘리기 위해 눈에 보이는 등락이 심한 개별 회사의 주식을 사기도 하지만, 은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위험한 행동임을 인정한다. 꾸준히 모아가면서 그 주식의 수를 늘려 적정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이제부터는 자식들에게도 떳떳한 부모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배당주의 특성상 배당금은 정기적으로 나올 수 있는 현금이지만, 원금을 대부분 보전하거나 최소의 등락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한 고배당주를 제외하고 안정적으로 10년간, 50년간 배당금을 지급한 회사를 잘 선정하여 투자한다면 반려자 아닌 반려주가 된다.
단기간의 욕심보다 몇년이 지난 이후에 매월마다 흐믓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그런 큰 그림을 그리고 간다면, 잠자리가 그리 편할 수 없을 것이다.
셋째, 부동산 월세는 필수가 아니라 성향에 맞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옵션이다.
자, 연금과 배당금만으로도 아직 월 500만원이 안만들어졌다면, 다른 채널을 찾아 발굴해야 한다.
그 다음 선택이 부동산 월세가 될 수 있다. 부동산을 매수, 매도하면서 발생하는 시세차익은 자산을 늘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고, 매수한 후 월세를 받을 수 있는 구조라면 일단은 최고의 노후 대책인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 매수를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드가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진입장벽이 높은 투자 방향이기도 하지만, 이후 매도 시에도 쉽게 매도할 수 있는 주식과 달리 꽤 시간이 걸리는 까다로운 투자영역이다.
거기에 부동산을 매수한 후 쉽게 세입자를 받아 월세를 받게 된다면 좋겠지만, 세입자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주변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월세를 조금이나마 받고 있지만, 세입자가 나가게 될 때가 제일 신경이 쓰이는 상황이고, 전세를 놓는 갭투자의 경우에는 보증금이 많아져 부담이 더 커진다.
이런 어려움 외에도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노후화되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유지관리하기 위한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된다. 모든 자산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 많긴 하지만, 부동산은 더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에 목을 메는 이유는 집을 소유하고자 하는 전통적인 마음과 집을 소유하고 나서 얻을 수 있는 안정감, 남과 비교하여 우월하다는 우월감, 급등했을 때 매도하여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때문이다.
부동산은 선택의 영역이지 필수 영역은 아닌 것 같다. 주거할 집에 대한 로망을 항상 있어왔고, 지금은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보니 부동산은 쉽게 들어갔다가 쉽게 나올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고 지속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면 부동산은 언제나 좋은 투자방법이지만, 은퇴 준비를 위한 투자방법에서는 다들 고개를 흔들곤 한다.
넷째, 근로 소득으로 최대한 생활비에 보탬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 20년, 30년 동안 해왔던 나의 본업을 이어나가는 커리어는 쉬운 것이 아니다. 건설, 마케팅, 광고, IT 등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자영업이나 사업이 아니고서는 직장에서 직장으로 이직을 제외하고 기존의 일을 이어나간다는 건 현실적으로 많이 어렵다.
55세에 퇴사 또는 퇴직을 한 대기업 직원이 다른 회사에 동일한 직무로 취업을 한다는 얘기는 주변에서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너무나 특출한 재능을 가지고 있고, 특별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다면 일반직원이 아닌 임원이나 대표로 이어갈 수는 있어도 일반 직원으로 채용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퇴직을 하시는 분들이 다른 분야의 일을 하기 위해서 자격증을 따려하거나 다시 다른 사람 밑으로 들어가 일을 배우기도 한다. 가장 최후의 선택은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자영업을 선택하여 마지막 남은 열의를 불태우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1억이라는 자산보다 당장의 100만원이라는 현금이 중요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말 그대로 '최선'이다.
사실 어떤 일로 생활비를 마련한다는 것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건 전혀 의미가 없다. 앞서 언급한 연금과 배당금, 월세 등으로 원하는 수준의 생활비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어쩔 수 없이 근로소득으로 채워야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근로소득의 일부는 조금 더 미뤄질 은퇴를 위해 연금과 금융자산을 확보하는데 투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근로소득을 매번 반복하듯이 소비한다면, 은퇴는 영원히 오지 못할 수도 있다.
한때, 아니 지금도 가끔 들리는 '평생 현역'이라는 말이 그렇게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
일을 하면서 수입을 만들어 내는 것 외에 건강을 유지하면서 사회활동을 한다는 측면이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수입을 위해 계속해서 '현역'을 한다면, 여유롭게 인생을 돌아볼 시간은 어디서 얻는단 말인가.
평생 일만 하다가 이 세상과 이별한다면 누가 그걸 알아줄까? 그동안 소홀할 수 있었던 나의 몸에 대한 최소한 배려와 더 소홀할 수 있었던 가족에 대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시간을 '평생 현역'이라는 단어 뒤로 보내버리기에는 너무나 인생이 허무할 것 같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지 않지만, 그보다 더 짧은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시간이라는 것이고, 함께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비는 내가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진리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시간이라는 것은 나만 생각하고 있는 시간이 될 것이고, 가족들은 함께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월 10만원, 월 50만원, 월 100만원씩 늘려가면서, 근로소득 이외의 수입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남은 시간은 각자가 정하겠지만, 남은 시간동안 최대한 많은 현금흐름을 만들어 놓고나서, 여유로운 근로소득의 길로 다시금 복귀하자.
아마 오늘이 인생 최고의 하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