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고양이

by 유니버스

딸은 고양이를 참 좋아한다. 강아지도 참 좋아한다. 동물을 너무 좋아해 장래희망이 수의사였다. 지금도 수의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만약 수의사가 장래희망이 아니라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도 아내도 고양이나 강아지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단지 키우기 힘들어 외면할 뿐. 그렇다. 우리 집에서는 아직 강아지든 고양이든 동물을 키우고 있지는 않다. 깔끔해서도 아니고, 게을러서도 아니고(게으른면이 없지는 않지만), 돈이 없어서도 아니다. (물론, 돈을 쓰고 싶어하지 않을 뿐)


키울 자신이 없다.

귀엽다는 이유하나만으로 분양한 고양이와 강아지가 귀엽지 않게 변하거나 시간이 흘러 커진다면, 과연 가족이라고 해서 처음 만났던 그 마음이 변치 않을 자신이 있을지가 두려웠기 때문일거다.


그렇다고 아이가 그토록 원하는 걸 외면하는 것도 너무나 괴로운 일이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은 한달동안 엄마, 아빠가 원하는 생활태도를 유지한다면, 적극적으로 (사실 100%) 고민해 보고 분양을 결정하기로 했다. 본인의 생활을 제대로 통제하거나 관리하지 못하는 아이가 과연 강아지나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이했을 때 책임감이란게 생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우리 부부는 그렇게 결정했다.


아이도 그 결정에 찬성하고 생활태도 바꾸기에 돌입했다. 그렇게 성실해진 모습을 예전에 본 적이 있었을까 할 정도로 아침일찍 일어나 세수, 양치, 교복입고 식사 준비하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고, 또한 무서웠다.


이러다가 정말 한달 간의 약속을 지키고 목표를 달성해 내는 것은 아닐까 내심 두렵기도 했다. 두려워하는 모습마저 죄책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밝고 성실하게 변해가고 있다. 이런 성실함이라면, 부모로서 언제든지 약간의 희생을 할 자신이 생겨갈 수도 있겠다라고 아내와 나는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책임이 따르는 결정과 행동, 이것을 가르쳐가는 과정에서 큰 소란없이 따라주는 딸아이를 보면서, 이미 반은 부부의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나씩 배워가는 딸아이의 얼굴에서 생기가 돌고, 가족 간에 대화가 더 많아지는 걸 보니 하나의 계기들이 있어야 가족은 더 돈독해지는 건 분명해 보인다.


부디 성공해서 아빠가 브런치에 '우리집 고양이' 소개를 하는 날이 온다면 더 없이 기쁠 것 같다. 손을 파르르 떨고 있지만 마음 만은 따뜻한 아빠가 딸에게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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