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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Oct 16. 2018

아버지와 패턴

이야기와 타로 활용 자서전 쓰기11. 4번 황제




테트라드(Tetrad)라 부른 4의 원형은 기하학과 자연에서 3차원 공간인 '부피'로 표현된다. 테트라드는 우리가 가리키는 모든 것의 틀을 제공한다. - 마이클 슈나이더



[글쓰기 미션] 다음의 단어를 넣어 문장을 만드세요.

(구조)
(건설)
(동서남북)
(기승전결)
(야망)
(권위)
(자기 존중)
(아버지)

 


4는 물질을 이루는 현실과 논리, 질서와 규칙을 상징합니다. 조화로운 질서와 적합한 틀을 만드는 것, 동서남북 네 개의 방향으로 지어 올리는 건축물, 기승전결이라는 탄탄한 구성 등 4는 구조(構造)와 관련 있습니다. 십진법을 사용하던 피타고라스학파는 4라는 구조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보았답니다. 처음 시작하는 숫자 네 개를 더하면(1+2+3+4) 10이 되기 때문이지요. 프라다 카드의 경우, 마이너 아르카나는 1번부터 4번까지만 있는데 그 이유도 5번 다음의 수는 첫 네 개의 수인 1,2,3,4의 변형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4번 황제 카드에는  근엄하고 권위 있는 왕이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 타로유니버셜 웨이트 타로의 황제는 제우스입니다. 제우스는 올림푸스 최고의 신입니다. 앉아있는 왕좌의 모서리에는 염소 머리가 장식되어 있어요. 염소젖을 먹고 자란 그는 염소의 뿔로 풍요의 뿔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는 흰머리와 흰 수염을 지녔는데, 그것을 통해 그동안 쌓아 온 연륜을 보게 합니다.


그는 양손에 황금 앵크 십자가와 황금공(혹은 황금사과)을 들고 있어요. 그가 쥔 앵크 십자가는 남성적인 힘을 과시하고 황금공은 그가 세계를 지배함을 보여줍니다. 견고한 철갑옷과 어깨의 방패 무늬 견장은 그가 젊은 날 전장에서 얼마나 큰 공을 세웠는지 기념합니다. 그는 영웅입니다. 힘을 가진 아버지 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나 자연스러움이나 편안함은 보이지 않습니다. 3번 여황제의 자연 친화적인 풍요와 달리 4번 남황제는 조직 세계의 딱딱하고 인위적인 느낌을 줍니다.

    

삶은 전쟁이며 사회생활은 말할 수 없이 조직적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아버지들은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으로 갑옷을 입고 전장에서 싸우듯 살아왔습니다. 그리하여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하고, 그것을 훈장처럼 어깨에 답니다. 책임이 부여됩니다. 책임과 경력은 존경을 받게 하고 후배들이 크는 데 도움을 주고 든든한 후견인이 되어주기도 하지요.


아버지라는 라틴어 ‘pater’는 영어의 '후견인 patron'과 '패턴 pattern'의 어원이 됩니다. 일정한 조직과 무늬의 패턴이라는 형식물질이라는 내용을 필요로 합니다. 영어의 '물질 matter'과 '기반 matrix'이라는 단어는 라틴어의 어머니 ‘mater’로부터 나왔어요. 인간이 이루어내는 어떤 성취는 어머니 물질과 아버지 패턴을 형성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위대한 아버지의 힘에는 위대한 어머니의 힘이 함께 해야 합니다.


4번 황제는 건설하는 힘을 지닌 존재가 바로 당신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위대한 아버지의 힘입니다. 주체성과 개성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반면 지나치게 조직화되거나 틀에 꽉 짜여 리듬감 없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때이기도 합니다. 때로 여황제 같이 편안하고 다소 흐트러진 자연성과 부드러움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요.

                                

위대한 아버지를 의미하는 신들은 그리스 신화에서 우라노스와 크로노스, 제우스로 이어집니다. 우라노스와 가이아 사이에서 생긴 시간의 신 크로노스에게는 '더 강한 자식에게 자리를 빼앗길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는 자식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는 족족 먹어치우거나 던져버려요. 하데스가 태어났을 때는 지하로 내던졌고 포세이돈이 태어났을 때는 바다로 내던졌습니다. 이들은 훗날 막내 제우스의 지략으로 다 함께 아버지를 물러나게 합니다. 새로운 왕국을 형성합니다. 제우스가 올림푸스를, 하데스와 포세이돈은 각각 지하와 바다를 맡아 다스립니다. 그런데 하데스와 포세이돈이 다스리는 곳이 아버지가 내던졌던 바로 그곳이라는 것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존재가 아버지의 세계에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종종 보는데, 이들은 결국 그렇게 해서 세계를 쟁취하고 말지요.



박물관 안의 제우스 상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 650년에 걸쳐 지은 그리스 최대 규모의 신전으로 원래 104개의 기둥이 있었으나 지금은 코린트식 대리석 기둥 14개만 남아있다



제우스가 태어나자 어머니 레아는 아기를 크레타 섬으로 빼돌린다. 크로노스에게는 포대기에 싼 돌덩이를 준다. 돌덩이를 삼킨 크로노스는 곧 눈치를 채고 아기를 찾아 사방으로 찾아다니지만, 하늘과 땅과 바다 어디에서도 아기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아기는 크레타에 있는 염소산이라 뜻의 아이가이온 산에 있었고, 유모 아말테이아가 하늘과 땅과 바다 어디에서도 아기를 발견할 수 없도록 나뭇가지에 요람을 매달아 두었으며, 소년들은 창과 방패를 두드리며 나무 주위를 돌고 춤추며 노래했다. 그런 식으로 아기 울음소리가 크로노스 귀에 들리지 않게 했던 것이다. 아기 제우스는 여신들과 동물들, 그중 암염소와 암퇘지, 꿀벌과 비둘기의 돌봄을 받으며 자랐다. 요람에서 놀던 아기 제우스는 황금공을 선물 받았다. 성장한 제우스는 염소를 잡아 옷을 만들어 입는다.  염소 가죽은 갑옷처럼 그의 몸을 보호해주었다. 다시 아버지의 집에 온 그는 꾀를 써서 형제들을 해방시킨다. 이후 티탄들과 대대적인 전쟁을 벌이고 마침내 승리를 거머쥔다. 



제우스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혼자 뛰어나서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 가이아의 도움과 갇혀있던 형제들의 힘과 아주 다른 성격의 힘들과 연합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의 승리는 크로노스라는 시간의 추상성을 버리고 구체성으로 질서를 잡아갔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구체화시키는 집중된 힘은 외눈박이 거인 퀴클로페스와도 관련 있습니다. 눈이 하나라는 것은 그만큼 집중된 시선임을 의미합니다. 퀴클로페스가 감사의 의미로 준 천둥과 번개를 제우스에게 주는데, 이 무기가 제우스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상징물이 되지요. 천둥과 번개는 세상을 쪼갤 수도 있습니다. 이 세계가 거대한 알(卵)이라면 천둥과 번개로 그는 쪼개고, 새로운 세계를 열 것입니다. 또한 천둥과 번개는 번뜩이는 창조성과 아이디어를 상징하지요. 남다른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한 사람 중에 알렉산더가 있습니다.


옛날에 마케도니아라는 나라에 필립 왕이 있었다. 그는 세계를 손에 넣고 싶었다. 그의 아들 알렉산더도 아버지가 가진 불 같은 야망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어느 날 아이는 야생마를 길들이는 현장에 있었다. 야생마가 날뛰는 모습을 본 어린 알렉산더는 문제를 해결한다. 말이 자기 그림자가 무서워 날뛴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아버지 필립 왕은 아들에게 야망에 맞는 대제국을 건설하라고 주문한다.


왕이 된 알렉산더는 그 야생마를 타고 달리며 페르시아 제국을 멸망시키고 인도의 인더스 강까지 뻗어나가 대제국을 만든다. 어떤 사람도 그의 정복전쟁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아주 사소한 모기 한 마리를 제외하고는. 그는 태어나서 33년, 왕위에 오른 지 11년 만에 “열이 좀 있을 뿐. 내일은 전쟁에 나갈 수 있다” 하고 잠들었으나, 다음 날 잠에서 깨지 못했다. 숨을 거둔 것이다(열병으로 인한 사망 혹은 독살로 추측). 그런데 1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그가 이룬 것은 단순히 땅을 넒힌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서양과 동양의 문화를 연합하여 헬레니즘이라는 새로운 문화의 세계를 열었다.



마더피스 타로에서 4번 황제는 알렉산더 대왕이 나옵니다. 둥근 원형의 카드 안에 사각형 프레임이 있고, 그 안에 황제가 앉아있어요. 그는 액자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과거의 영광을 기념하는 모습으로 담겨 있습니다. 전쟁 때 쓰는 철모를 쓰고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봅니다. 팔짱을 끼고 발목까지 오는 샌들을 신고 한쪽 어깨와 허벅지에 옷을 슬쩍 걸치고 있을 뿐 그는 벌거벗은 상태입니다.


이너차일드 타로 카드에서 4번 황제도 벌거벗었습니다. 안데르센의 동화를 모티브로 삼은 이 카드에는 벌거벗은 임금님이 술통을 팬티처럼 걸치고 있어요. 백성들은 부끄러워하며 눈을 가리고 있고요. '벌거벗은 임금님'은 옷을 좋아합니다. 새 옷, 멋있는 옷을 좋아하는 임금님입니다. 옷은 몸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지만 보여주는 사회적 지위로써의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어떤 옷을 입었는지를 보며 그 사람의 지위를 판단하고는 하지요. 그 지위가 사실인지 아닌지 모릅니다. 옷으로써 무언가를 드러낸다는 것은 또 다른 무언가를 감추는 기능도 하니까요. 그가 드러내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임금님은 무엇을 감추고 싶은 걸까요? 감추고 싶었던 진실이 백일하에 다 드러나게 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부끄러워해야 할 때와 뻔뻔해져야 할 때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습니까?



옛날에 새 옷을 좋아하는 임금님이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 옷을 갈아입으며 멋만 낼뿐 나랏일을 돌보지 않았다. 어느 날 재단사 두 명이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바보 눈에는 안 보이는 신기한 옷이지요." 임금님은 두 재단사를 궁궐에 들이고 비단과 황금을 주며 옷을 만들게 했다. 재단사는 비단과 황금은 감추고 옷 만드는 시늉만 했다. 그들은 사기꾼이었다. 나이 든 신하가 임금님의 옷을 만드는 걸 보러 왔다가 아무것도 안 보이자 '내가 바보란 말인가?'라고 깜짝 놀라지만 말로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이라며 감탄했다. 며칠 뒤 젊은 신하가 보고서도 속으로 놀라지만 마음을 감추고 옷을 칭찬하는 말만 했다. 드디어 옷이 다 만들어지고, 백성들 앞에 나설 때가 되었다. 임금님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진실을 감추고 옷에 대해 감탄하는 말을 늘어놓았다. 멋지다, 놀랍다, 아름답다. 임금님은 왕관만 쓰고 벌거벗은 몸으로 백성들 앞을 걸었다. 그때 어린아이 하나가 소리쳤다. "임금님이 옷을 안 입었네. 벌거벗었다." 아이의 말이 파문처럼 번져가서 사람들이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며 외치고 웃어댔다. 임금님은 자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지만, 더 당당하게 행진을 계속했다.




안데르센 원작, 이갑규 그림, 박혜숙 글 <벌거벗은 임금님> 씽크하우스




[글쓰기 미션]
1. 성공적으로 해 낸 분야는 어떤 영역입니까? 그것은 어떤 재능을 사용한 것입니까?

2. 지금 당신이 품고 있는 야망은 무엇입니까?

3. 권위적인 존재가 당신을 실망시키거나 힘들게 할 때 당신의 행동은?

4. '아버지는 만들어진다'라고 할 때 진정한 아버지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5. 당신이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아버지의 조건을 스스로 갖추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6. 자서전 쓰기를 완료하는 것이 바람직한 건설이라면 오늘 당신은 글쓰기를 실천했습니까?

7. 다음 문장에 이어서 쓰세요.

이버지는 한때 영웅이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깊으셨으나, 가르침은 엄격하여 어머니께서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너희들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 재주와 공부가 남보다 훨씬 뛰어나야 겨우 다른 사람과 같이 될 것이야. 다른 사람들이 행실이 바르지 못한 사람을 꾸짖을 때, 꼭 '과부의 자식'이라고 하느니라. 너희들은 이 말을 깊이 새겨 두어라." -서포 김만중, '어머님의 삶을 돌아보면서' <문학시간에 옛글 읽기>-



(바보 이반이 왕으로 있는, 똑똑한 사람은 다 떠나고 바보만 살고 있는) 이 나라에는 꼭 하나 관습이 있는데, 손에 못이 박인 사람은 식탁에 앉게 되지만 못이 박이지 않은 사람은 먹다 남은 찌꺼기를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톨스토이 <바보 이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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