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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Oct 25. 2018

멘토와 연대

이야기와 타로 활용 자서전 쓰기 12.  5번 교황

우리는 켄타우로스나 용을 만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아마도 갑작스레 옛날 양치기처럼 양이나 개, 말, 그리고 이리를 보는 눈이 열릴 것이다. -톨킨



상처 입은 자만이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 - 카를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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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종교)
(멘토)
(상담)
(상처와 치유)
(문화 예술)



'5'는 물질과 패턴을 넘어선 형이상학의 세계입니다. 한 차원 더 높은, 윤리철학, 종교예술에 관한 세계를 보여줍니다. 메이저 아르카나의 5번 카드는 교황 혹은 최고 사제(The Hierophant)입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지혜로 타인을 위로합니다. 정신적 위로를 주며 현명함에 대해 가르칩니다. 내면세계에 대한 교육을 합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상처를 치유하고 인내하며 전진합니다. 삶이라는 땅을 경작할 수 있게 됩니다. 삶은 기쁨이 되고 예술이 됩니다. 그는 상담가이며 아버지 같은 스승이며 선배 같은 친구입니다. 멘토입니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유년기를 뒤로 하고 인생의 도전 속으로 뛰어드는 모험을 감행'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스 신화 타로의 메이저 5번 카드에는 켄타우로스 족의 현자인 케이론이 나온다



그리스 신화 타로의 교황 카드에는 케이론(Chiron 키론)이 나옵니다. 그는 지식을 상징하는 두 기둥 사이에 서서 왼손에는 가르침을 담은 두루마리를 들고 오른손은 축복을 상징하는 손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동굴은 학교이자 사원입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명상의 공간이며 보살핌을 받는 집입니다. 함께 만나 배우고 연대하는 만남의 장소입니다. 동굴 안의 천정에서는 밝은 빛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빛이 무의식과도 같은 이 깊은 동굴 속을 밝힙니다.


케이론은 켄타우로스 족의 위대한 스승입니다. 허리의 위는 사람이고 아래는 말(馬)인 켄타우로스 족은 역동적인 존재들입니다. 땅에 네 발을 딛고 달리는 야성적인 존재이면서 두 손으로 공부하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예술적인 존재입니다. 이들은 땅의 소리에 열려 있으며 자연과 신성을 연결하는 존재입니다. '종교'라는 말에 연결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사제'라는 말에는 다리를 만든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5번 교황 카드는 사제로서의 역할을 생각하게 합니다. 사제의 역할은 '인간과 신 사이의 연결 관계를 맺어주'는 것이며, 우리가 개인의 영성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다리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삶 속에서 추구해야 할 율법과도 같은 그것을 근거로 하여 살아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신성과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도록 영적인 아버지로 봉사하는 것'이 사제의 역할입니다.  (<그리스 신화 타로 해석 사전> p42~45 참고)


영적인 아버지의 원형적 모습을 5번 교황 카드에서 본다면 영적인 어머니의 원형적 모습은 2번 고위여사제에서 볼 수 있습니다. 둘 다 '사이'와 '연결'에서 깨닫는 통찰을 의인화한 것입니다. 2번 고위여사제가 정적이며 표현하기 어렵고 미묘한 에너지라면 5번 교황은 동적이며 어느 정도 체계화된 에너지로 율법 같은 것입니다. 인성과 신성 사이에서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켄타우로스 족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야생의 숲에 살면서 케이론을 왕으로 삼고 있습니다. 케이론은 동굴에서 지내며 사제로서 스승으로서 역할을 했고요.


케이론은 아킬레우스(트로이 전쟁의 영웅), 이아손(아르고 원정대의 대장. '이아손'은 '고치는 자'라는 뜻), 카스토르와 폴뤼데우케스(제우스의 쌍둥이 아들), 아스클레피오스(아폴론의 아들, 의술의 신) 같은 많은 영웅들을 배출했습니다. 케이론은 활쏘기의 명수였으며 사냥과 의술, 음악과 예언 능력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러한 능력은 어디에서 기인한 걸까요? 타고난 것일까요? 스승으로부터 잘 배워서일까요? 아니면 다른 무엇이 있는 걸까요?


케이론은 익시온과 구름 사이에서 태어납니다. 그의 아버지 익시온은 라피타이의 왕이었는데요, 어느 날 제우스의 궁전에 갔다가 헤라 여신을 보고 반합니다. 이를 안 제우스는 구름으로 헤라 여신의 모습을 만들어요. 그 구름과 익시온 사이에서 켄타우로스 들이 탄생합니다. 켄타우로스 들은 라피타이 옆 야생의 숲에 살면서 술을 마시고 여자를 납치하고 사냥하기를 좋아했어요. 케이론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로부터 교육받습니다. 아폴론은 태양신이면서 음악과 예언의 신이고, 아르테미스는 달의 신이면서 사냥의 신입니다. 케이론은 이 두 스승의 심오한 지식을 전수받은 것이지요. 그는 '영웅들과 신들의 아들들을 양육했는데, 가장 뛰어난 자가 신적인 의사 아스클레피오스'였습니다. 케이론은 약초를 사용하는 법을 이해한 최초의 의사였습니다. (카를 케레니 <그리스 신화> p267~284)


의술의 신이라 불리는 아스클레피오스. 치유를 의미하는 뱀지팡이를 쥐고 있다. 케이론이 그의 스승이다



어느 날이었다. 화살 하나가 동굴 속을 날아들어와 케이론의 무릎을 스쳤다. 화살촉에는 히드라의 독이 묻어있었다. 괴물 히드라의 독은 스치기만 해도 지옥불 같은 끔찍한 고통을 겪게 했다. 여느 사람이라면 죽었겠지만, 케이론은 죽지 않았다. 제우스 신이 영생불사의 은혜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죽지 않고 지독한 고통만 느끼며 영원히 살게 될 터였다. 헐레벌떡 동굴로 뛰어들어온 이는 헤라클레스였다. 얼굴이 불콰하니 술 냄새가 진동했다. 헤라클레스는 멧돼지를 잡으러 이 야생의 숲에 들어왔다가 케이론의 지시로 봉인해두었던 술통을 마음대로 열어 켄타우로스들과 나눠 마셨고 술에 취해 떠들다가 다툼이 벌어졌는데, 헤라클레스가 분을 못 이겨 화살을 날렸고 그 화살이 케이론의 동굴로 날아든 것이었다. 헤라클레스가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


케이론이 입을 열었다. 고통 속에 있으면서도 헤라클레스를 이해하는 듯한 온화한 표정이었다. "술통을 연 것은 운명의 손이다. 나는 안다. 모든 것은 자기를 태울 불씨를 갖고 살아간다는 것을. 히드라의 독이 묻은 이치가 그러하다. 내가 영생불사의 은혜로 영생불사의 고통을 겪는 이치도 그러하다. 그러니 자네는 기억하라. 자네를 태우는 불씨는 자네 안에 있다는 것을. 자기를 쏘는 화살은 자기 가슴에 있다는 것을."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권> 웅진 지식하우스 p174~186 참고)



케이론은 고통 속에서 있으면서도 죽을 수는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나중에 죽을 수 있게 됩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에게 간청하여 영생불사의 은혜가 거두어졌기 때문이었지요. 케이론은 타인의 상처를 치유해주되 자신의 상처는 치유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상처를 입었기에 상처의 운명적인 고통과 쓰라림을 잘 이해할 수 있었지요. 그 끝나지 않을 고통과 슬픔, 그 속에서 깨닫는 통찰과 이해가 바로 치유의 힘이 아닐까요. 그는 고통의 가치를 아는 바람직한 의사였습니다. 케이론이 죽자 제우스는 그의 영혼을 하늘로 불러 별자리로 있게 합니다. 바로 인마궁(人馬宮 Sagittarius. 11월 23일경~12월 22일경), 사수자리입니다.



도자기 그림 왼쪽 끝에 케이론이 있다. 별이 그려진 옷을 입고 어깨에는 사냥한 전리품과 약초로 추정되는 나뭇가지가 있다. (카를 케레니 <그리스 신화> p396)



마더피스 타로의 메이저 5번 교황 카드에는 교권 종교의 부정적인 면을 보여줍니다. 돌담으로 둘러싼 자연을 뒤로 하고 검은 망토를 걸친 사제가 한 가운데 서 있습니다. 사제와 자연 사이에는 스테인드 글라스와 보초병이 있어요. 보초병은 양 손에 긴 칼을 들고 있는데 가슴 한가운데 칼로 베인 상처가 있어요. 마치 심장을 찔린 것처럼. 검은 망토의 사제 주위에는 여성들이 추종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사제한테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자연이 주는 풍요는 아주 멀리 있고, 사제는 가짜 가슴을 하고 있는데요. (참고로 마르세유 타로 15번의 악마도 가짜 가슴을 하고 있습니다) 여성적인 척 하고 있는 사제 앞에는 두루마리가 펼쳐져 있어요. 두루마리에는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 공백의 두루마리는 우리 자신이 기록해야 할 것입니다. 기존의 체계화된 종교가 개별적 존재들을 위로하지 못할 때의, 아무 것도 먹일 것이 없으면서 마치 영혼의 젖을 줄 것처럼 할 때의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진정한 위로와 치유는 어디에서 올까요? 케이론이 말한 것처럼 자기 자신의 가슴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요. 내면의 맨토와 연대하는 데서 오지 않을까요.



"연대감이란 말은 발전한 현대세계가 두려워하는 말입니다. 입 밖으로 내지도 않으려 하는, 그들에게는 욕이나 다름없는 말이에요.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스칼파리 외, <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 바다출판사 p131)



유니버셜 웨이트의 교황 카드에는 두 사람의 사제가 등을 보이고 앉아 있고 교황이 손을 들어 지혜의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사제 두 사람 사이에는 황금 열쇠 두 개가 교차해 있어요. 교황의 삼중왕관과 삼중십자가는 말씀의 위대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두 사제의 모습에서 조언을 받아들이는 바람직한 태도를 엿볼 수 있어요. 지혜의 수용과 자기다운 실천은 평범한 존재를 귀한 존재로 만드는 황금 열쇠 같은 것입니다.


적절한 때에 적절한 말을 해주는 친구 같은 존재를 흔히 멘토라고 합니다. 조언자를 의미하는 ‘멘토’는, ‘멘토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멘토르는 오디세우스의 친구이자 텔레마코스의 스승이었어요. 모험 신화의 대표인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참가하고 돌아오며 겪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모험을 하는 동안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는 멘토르의 교육 아래 있었지요. 오디세우스는 집을 떠나며 어린 아들이 걱정되어 믿을 수 있는 친구 멘토르에게 부탁했던 것입니다. 멘토르는 텔레마코스의 조언자 역할을 하고, 텔레마코스는 멘토르의 조언을 받아 어려움을 극복합니다.


  


텔레마코스와 맨토르. 1699년 간행된 페늘롱의 소설 '텔레마코스의 모험'의 삽화. (<오디세이아> 서해문집 p83)


  

트로이 전쟁에서 목마를 만들어 승리로 이끈 오디세우스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바다 위를 수년간 방랑하던 그는 요정 칼립소를 만나 섬에 머문다. 요정 칼립소는 오디세우스를 남편으로 삼으려 했다. 한편 오디세우스의 고향 이타케에서는 구혼자들이 몰려들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구혼자들은 그의 재산을 노리고 오디세우스의 부인 페넬로페와 결혼하려는 것이었다. 아들 텔레마코스는 상심한 체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때 낯선 노인이 나타나더니 그에게 다가왔다. "나는 타포스의 왕 멘테스라오. 옛날부터 오디세우스 집안과 가까운 사이였지." 노인은 항해 중에 오디세우스를 보러 잠시 들렀다고 했다. 텔레마코스로부터 사정 이야기를 들은 노인은 오디세우스는 지략이 출중하니 죽지 않았을 거라고, 아마도 어느 섬에 붙들려 있을 것이라고 예언자처럼 말해주었다. 게다가 아버지 오디세우스를 닮았다는 말로 힘을 볻돋워주었다.


노인은 텔레마코스에게 해야 할 일을 말해주었다. 배를 한 척 마련하고, 필로스로 가서 아버지의 행방을 물어보고 그다음은 스파르타로 가서 알아보라고 했다. 그 뒤에 아버지의 무덤을 만들든지 어머니를 결혼시키든지 하라는 것이다. "이런 결심을 구혼자들 앞에서 명백히 밝혀야 하오. 또한 집안을 더럽히는 그들을 어떻게 죽일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해야 하오. 이제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해서는 안 되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처럼 자상하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멘테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멘테스가 떠나는데 마치 독수리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텔레마코스는 자기 내면에서 뜨거운 용기가 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제야 멘테스가 신이었음을 깨달았다. 멘테스는 아테나 여신이 변신해서 온 것이었다. 아테나 여신은 다시 오디세우스의 친구인 멘토르의 모습을 하고 곧 나타난다.


구혼자들 중 안티노오스는 텔레마코스가 용감해진 모습을 보고 기를 꺾어놓으려고 했다. 또 다른 구혼자는 아부를 하며 가증스럽게 다가가 그에게서 정보를 빼내려고도 했다. 구혼자들은 텔레마코스의 말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때 독수리 두 마리가 날아와 서로 싸우며 할퀴다가 날아갔다. 경고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새점을 봐주는 점쟁이를 제외하고는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다. 이윽고 멘토르가 일어났다. 어려운 상황을 방관만 하는 백성들을 향해서 야단을 쳤다. 그러고 나서 바닷가를 거니는 텔레마코스에게 가서 "용기를 잃지 말게. 위협하는 그들의 말에 흔들리지 말게. 그들은 곧 죽을 운명인 것도 모르고 어리석게 행동하는 것이니. 자, 배를 한 척 마련해서 가자. 내가 함께 하겠네."


집으로 돌아온 텔레마코스는 여행에 필요한 포도주와 보릿가루 등을 준비했다. 같은 시간, 아테나 여신은 이번에는 텔레마코스로 변신하여 배를 빌리고 시내를 돌아다니며 선원들을 모았고, 구혼자들한테 가서는 그들이 잠에 곯아떨어지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텔레마코스는 멘토르의 모습을 빌린 아테나 여신과 함께 아버지를 찾는 여정에 나서게 된다.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서해문집)




[글쓰기 미션]
1. 풀기 어려운 문제를 만나거나 너무 고통스러운 상황일 때 당신은 누구와 상의합니까?

2. 어떤 사람이 상담을 요청할 때 당신은 어떻게 합니까?

3.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상처와 그 상처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써봅시다.

4. 당신의 종교는 무엇인가요? 당신이 믿는 것에 대해 써보세요.




게드는 웃음을 터뜨렸다.
"상처는 치유되었어……, 나는 완전해. 나는 자유야."
그러고 나서 몸을 구부리고는 팔에 얼굴을 파묻고 아이처럼 흐느꼈다.
……
게드는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며, 다만 자신의 죽음의 그림자를 자기 이름으로 이름 지음으로써 자신을 완전하게 한 것이다. 그로써 그는 한 인간이 되었다. 진정한 자아 전체를 깨달은 인간이며 자신 아닌 그 어떤 힘에 이용당하거나 지배받지 않을 사람, 살기 위하여 살며 결코 파괴나 고통이나 증오나 어둠을 섬겨 살지 않는 인간이 된 것이다. (어슐러 르 귄 <어스시의 마법사> 황금가지 p293~294)



간달프가 말했다. "노래가 진실이 되지 않는 일이 있겠나? 자네도 예언을 믿지 않을 수 없을 걸세. 자네도 예언의 실현에 도움을 준 사람이니까. 그런데 자네는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모험을 감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자네는 참으로 멋진 사람이라네, 배긴스 군. 나는 마음으로부터 자네를 좋아하네. 그러나 그런 자네도 이 넓은 세상에서 보면 하나의 평범한 존재에 지나지 않으니 말일세!" "그렇겠지요!" (J.R.R. 톨킨 <호비트의 모험> 동서문화사,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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