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오 Nov 12. 2018

사랑과 관계

이야기와 타로 활용 자서전 쓰기 13. 6번 연인


<이야기타자기>는 이야기와 타로를 활용한 자서전 쓰기 코너입니다. 제시된 키워드와 질문에 답을 하며 글을 씁니다. 지어서 쓰기보다는 내면에 있는 것을 꺼내놓습니다. 우리 안에는 자서전 한 권쯤 이미 들어 있으니까요. '내가 여기 있었다'를 증명하는 것은 기록입니다.



연인들의 생명은 죽음 속에 있다.
네 가슴을 잃어버리기까지
사랑하는 이의 가슴을 얻지못하리
- 루미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행복해지려면 미움받을 용기도 필요하다.
- 아들러



[글쓰기 미션] 괄호 안의 단어를 넣어 문장을 만드세요.

(사랑)
(선택)
(연인)
(관계)
(작용)
(결합)



타로 카드의 메이저 아르카나 여섯 번째는 '연인'입니다. '사랑'이 아닌 '연인'으로, 사랑과 관계하지만 사랑만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사랑을 말하지만 그저 육체적인 사랑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보다 높은 차원의 신성한 사랑에 관해 말합니다. 우리 내면에 있는 존재들과의 진실된 관계 및 외부 세계에서 만나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말합니다. 6번 연인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의 진정한 사랑선택에 관한 카드입니다. 또한 사람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관계도 포함됩니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하며 삽니다. 알게 모르게 선택한 그것은 일정한 작용을 거쳐 질서를 만들어내고 어떠한 결과에 이르게 합니다. 선택받지 못한 그 무엇은 또 다른 작용을 거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지요. 복잡하고 미묘한 이러한 작용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누구나 겪는 원형적 경험이기에 대비밀 카드인 메이저 아르카나에 해당합니다.


6은 1, 2, 3을 합하거나 곱해도 6(=1+2+3=1x2x3)이 되기 때문에 완전수라고도 부르지만, 일주일의 단위인 7을 완전수로 볼 때는 '인내를 통해 완성에 이르는 수'라고도 부릅니다. 성자 바오로가 말한 것처럼 진정한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시기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으며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믿으며 견디기 때문이지요. 6은 두 삼각형이 겹쳐지는 도형으로도 표현되는데요, 위를 향하는 정삼각형과 아래를 향하는 역삼각형이 만나는 도형입니다. 육각별을 보여줍니다. 이 육각별 '헥사그렘'은 다윗의 별로, 솔로몬의 인장으로 쓰였으며 힌두교에서는 보존의 신인 비슈누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의 만남, 육체적인 사랑과 정신적인 사랑의 균형, 남성성(남성적 에너지, 아니무스)과 여성성(여성적 에너지, 아니마) 등 상반되는 힘이 만나 결합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6은 '결혼의 수'라고도 부릅니다. 6번 연인 카드는 사랑과 관계된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 때 나오고는 합니다.



그리스 신화 타로의 6번 연인은 파리스의 '미의 심판' 이야기를 이미지로 담았습니다. 카드에는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 파리스가 등장합니다. 전령신 헤르메스가 파리스에게 제우스의 말을 전합니다. 세 여신들의 아름다움을 심판하라고, 한 명을 선택해 '황금사과'를 주라고 말입니다. 파리스는 거절합니다. 선택받지 못한 여신들이 보복할 게 뻔하니까요. 거절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러자 파리스는 황금사과를 똑같이 삼등분해서 나누겠다고 합니다. 그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운명적인 힘을 떠올리게 되지요. 사랑에 관해 우리들이 말할 때 종종 운명적인 힘을 언급하고는 하는데, 파리스 역시 운명적으로 이 역할을 맡겨 됩니다.


루벤스의 '파리스의 심판'. 양치기 파리스는 세 여신 중 가운데 있는 아프로디테를 선택 황금사과를 건넨다. 파리스 옆에는 전령신 헤르메스가 있다.(<오디세이아> 서해문집 p36)



옛날 옛날 트로이의 왕궁에 한 아기가 태어났다. 아버지 프리아모스는 태어난 아기가 장차 트로이를 멸망으로 이끌 거라는 신탁을 듣고는 아들을 버리며 죽이라고 명했다. 불쌍히 여긴 어느 양치기가 아기를 거두고 보살피며 키웠다. 이 아기가 장차 황금사과의  주인을 선택해야 할 파리스다. 파리스는 양치기로 성장해 님프 오이노네와 결혼하였다. 그는 낮에 양치기 일을 했으며 그 외 시간에는 여성들과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면서 지냈다.


한편 그리스의 어느 왕궁에서도 한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는 알을 깨고 나왔는데 장차 '그리스 최고의 미녀'라 부를 정도로 아름다운 헬레네였다. 헬레네의 아버지는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이며 어머니는 레다였다. 헬레네가 결혼 적령기가 되었을 때는 그리스 전역에서 거의 모든 왕자들이 구혼하러 몰려들었다. 헬레네가 그중에서 한 사람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을 때 오디세우스가 나섰다. "그녀가 누구를 선택하든, 우리는 그녀를 위해 함께 합시다. 어떤 위험에 처하거나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녀를 위해 우리 다 함께 돕도록 합시다." 오디세우스의 말에 다들 동의했고, 구혼자들은 서약서를 썼다. 그 뒤 헬레네는 메넬라오스를 선택했고 결혼한 것이다. 이 구혼자들의 서약서는 훗날 트로이 전쟁을 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또 한편에서는 신과 인간의 결혼식이 있었다. 제우스는 테티스라는 바다의 여신을 좋아했다. 하지만 "테티스가 낳은 자식은 아버지보다 위대하다"는 예언을 듣고 그녀를 포기한다. 대신 인간 펠레우스와 결혼시킨다.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식에 모든 신들이 초대되었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 제외하고. 에리스는 손님들 틈으로 황금사과 하나를 떨어뜨렸다. 그저 툭 떨어뜨려놓는 것으로 충분했다.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라고 쓰여 있었다. 결혼식의 아름다운 조화는 깨졌다. 여신들은 자기가 진정 황금 사과의 주인이라 주장했다. 그러자 제우스는 황금사과의 주인을 가리는 심판자 역할로 파리스를 택하게 된 것이다.


파리스는 여신들로부터 보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한 명을 뽑기로 합니다. 헤라 여신이 지구를 들어 보이며 자신을 선택한다면 "세상의 권력과 통치권을 주겠다"고 합니다. 칼을 든 아테나는 "정의롭고 지혜로운 전사로 만들어주겠다"고 하고요. 아프로디테는 사랑의 컵을 제시합니다. 그리스 최고의 미녀인 헬레네를 주겠다고요. 육체적 아름다움을 탐닉하는 젊은 나이의 파리스는 망설이지 않고 아프로디테를 선택합니다. 훗날 트로이가 망할 때 파리스는 독화살에 맞고 지난날을 돌아보며 오이노네를 생각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지요.


하지만 아직 세상의 권력과 정의와 지혜의 가치를 잘 모르는 파리스는 당장 앞에 있는 성적 충동에 이끌립니다.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의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사랑에 '빠지는' 일은 인간적 의지로 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신적인 영역의 일인 것 같습니다. 에로스의 화살에 맞은 것처럼 거부하기 힘듭니다. 더구나 아프로디테에게는 그 누구도 유혹해낼 수 있는 마법의 허리띠 '케스토스'도 있습니다. 파리스와 아프로디테는 헬레네가 있는 곳을 향해 떠납니다. 헤라와 아테나는 보복 금지의 약속을 어기고 트로이를 멸망시킬 계획을 세웁니다.



마르세유 타로의 6번 연인. 에로스의 화살 아래 있다. 남자는 모자를 쓴 왼쪽 여성을 보고 있지만 몸은 오른쪽 여성을 향한다. 화살의 방향이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와 함께 스파르타에 도착합니다. 아프로디테의 힘으로 헬레네는 즉시 사랑에 빠집니다. 메넬라오스 왕은 헬레네가 파리스와 도망간 것을 알고 과거의 구혼자들을 소집합니다. 하나 둘 모이게 되는데, 썩 내키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과거의 일인 데다가 다들 자신의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를 둔 오디세우스는 미치광이 흉내를 내었다가 들통이 나고요, 테티스의 아들인 아킬레우스는 여장을 하고 있다가 무기를 만지는 바람에 들통이 납니다. 이들은 메넬라오스의 형 아가멤논을 대장으로 삼고 트로이를 쳐들어 갑니다.


헬레네가 파리스와 함께 사라지자 왕은 물론이요 스파르타 인들은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권력자들 역시 가만있을 수 없지요. 정치적인 문제로 확산됩니다. 사랑에 관한 선택은 삶의 여러 방향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트로이는 이제 전쟁을 맞습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이 전쟁은 외부 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 같은 불화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내면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불가피한 전쟁을 겪으며 성숙에 이르지요. 어쩌면 그때 그가 서 있던 자리는 아름다움을 심판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 자신의 성숙도를 테스트받는 자리였는지도 모릅니다. 다양한 관계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상기시키는 기회였는지도 모릅니다. 그가 받은 선물은 미녀 헬레네가 아니라, 진실된 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였는지도요. (볼핀치 <그리스 로마 신화>/리즈 그린 외 <그리스 신화 타로 해석 사전>)




이너 차일드 타로의 메이저 6번 카드는 헨젤과 그레텔입니다. 헨젤과 그레텔은 한국의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니'처럼 어린 남매의 순수함이 깃든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사랑'을 상징합니다. '나와 너'라는 이원적인 관계의 차원을 넘어선 더 높은 수준의 신성한 사랑을 의미합니다. '헨젤(아니무스, 정신)과 그레텔(아니마, 영혼)'의 이야기는 '신뢰와 헌신을 바탕으로 하는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Isha Lerner and Mark Lerner <Inner Child Cards, A Fairy-Tale Tarot>)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그림, '헨젤과 그레텔' <그림  메르헨> 문학과지성사 p458




마터 피스 타로의 연인 카드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사람 대신 검은색 그리스 꽃병이 두 개 등장합니다. 두 꽃병에서 나온 직선과 곡선이 서로 만나서 결합하고 아치 형의 문을 통과합니다. 통과 의례의 의미를 색깔과 에너지의 형태로 보여줍니다. 땅은 자홍색, 하늘은 초록색입니다. 하늘 끝 위에는 짙푸르게 물들어 있고, 땅 위에는 검은색의 꽃병이 두 개 있어요. 왼쪽 꽃병에는 전쟁, 오른쪽 꽃병에는 사랑을 표현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검은색의 꽃병은 사람입니다. 모든 색깔을 다 더하면 검은색이 되고, 사랑이든 전쟁이든 어떠한 정서든 다 담을 수 있는 꽃병(컵)이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사람으로 그리지 않은 이유는 육체적인 남녀의 관계보다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들의 작용과 결합의 관계를 강조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이 연인 카드는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반대되는 에너지의 강렬한 매력으로 서로를 끌어당기고 결합하는 원형적 경험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닫혔던 '황제와 교황의 벽'이 중심을 향해 열렸습니다. 성숙한 관계를 향해 갈 수 있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색깔로 프리즘을 통과하며 태양을 향해 나아갑니다. (Karen Vogel <Motherpeace Tarot Guidebook>)




[글쓰기 미션]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전제 하에 실명을 사용하지 않고  당신의 러브스토리를 써보세요. 다음 문장에 이어서 써도 됩니다.

가을의 어느 날, 나에게 사랑이 다가왔다.



트리스탄이 꼭 해야 되는 혼인은 두 번이다. 첫 번째는 자신의 영혼, 즉 아름다운 이졸데와 내면의 혼인을 하는 것이다. 이 혼인은 내면세계로의 여정과 영성수련, 내면작업, 그리고 내면세계의 신들-여신들과 함께 하는 삶으로 이루어진다. 두 번째 혼인은 흰손의 이졸데와 하는 것이다. 이 혼인은 다른 존재와의 화합을 뜻하며, 타인을 인간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우정을 가꾸어 나가는 것처럼 타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관계를 말한다.(로버트 존슨 <We> 동연, p136)



매거진의 이전글 멘토와 연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