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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Jan 01. 2019

내 안에 가장 더럽고 냄새나는 것은 무엇인가?

마음 안에 매일 쌓이는 더러움/ 똥꿈1

    

여러분은 이런 꿈 꾸어본 적 있나요?


- 똥을 누려고 화장실을 갔는데 온 바닥이 다 똥이라 발을 디딜 수가 없다.

- 변기가 고장 나서 변기 안에 똥으로 가득 차 있다.

- 똥이 급한데 화장실 칸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느라 결국 똥을 누지 못하고 깬다.    

  

우리가 흔히 꾸는 똥 꿈, 개똥에서부터 변기 가득 넘치는 똥, 심지어 똥비까지 다양합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몸속으로 들어가 영양분을 흡수하고 찌꺼기는 똥이 되어 몸 밖으로 배출하게 됩니다. 먹이를 먹는 모든 생명체에게 배설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가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며 대중 매체를 접하면서 마음 안에도 매일 더러움이 쌓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배설되어야만 합니다.


보편적으로 우리 안의 가장 더럽고 냄새나는 최악의 부분을 똥으로 비유합니다. 만약 위의 꿈들처럼 지난 밤 똥을 못 누는 꿈을 꾸었다면 질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내 안에 가장 더럽고 냄새나는 요소는 무엇인가?”


똥이라는 게 자신 안에서 가장 억압되고 건드려지지 않은, 너무 더러워서 표현할 수 없다고 여기는 요소입니다. 육체적으로 변을 오래 보지 못하면 건강을 해치듯이 마음 안의 변 또한 참고 눌러버린다면 마음의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자신 안에 일어나는 더럽고 냄새나는 생각과 감정, 욕구를 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너무 구려서 배설해선 안 된다며 금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봐야 할 것입니다. 자신이 드러내기 어려운 구린 요소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꿈에서는 똥을 눌 수 있게 됩니다.     


K라는 여자는 젊은 나이에 이혼했습니다. K는 나이 쉰이 되어 마음에 맞는 분과 재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 좋은데 남자에게는 연세가 아흔이 된 어머니가 살아계셨습니다. 게다가 재혼하면 함께 살아야 합니다. 처음엔 연세가 많으니 ‘사시면 얼마나 사실까?’, ‘곧 돌아가시겠지’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리하여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야 한다고 했을 때 흔쾌히 동의한 것입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시어머니는 96세가 되었고, 여전히 건강하다는 겁니다. 그 연세에도 온갖 살림살이에 관여하시며 재혼한 며느리에게 시집살이를 시킨다는 것이죠. A는 친구를 만날 때마다 이렇게 얘기합니다. “나 벌 받아도 좋아. 저 노인네가 하늘나라로 가는 게 내 소원이야. 제발 어서 사라졌으면 좋겠어."      


자신 안의 더럽고 냄새나는 것이 없는 척, 깨끗한 척 눌러버리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것입니다. 보통은 이렇게 말하기 어렵지요. 자신에게는 그런 더러운 마음 없는 척할 때 변을 보지 못하는 꿈을 꾸게 될 것입니다.     


예전에 제가 꾼 꿈입니다.

재래식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난 변기 아래쪽의 더러운 오물을 보지 않으려고 외면한다.     


저 자신에게 질문해 봅니다. “내 안의 보고 싶지 않은 더러운 오물은 무엇인가?“ 

살아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몸 안에 똥오줌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 자신을 교양있는 존재로 여길수록 내 안에 똥오줌을 외면하고 싶어집니다. 마치 나는 똥오줌 같은 것은 없는 사람처럼 말이죠. 강의와 상담을 하다 보면 건강한 삶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에 마치 저 자신도 그렇게 살아가는 듯이 비쳐질 수 있습니다. 모든 면에서 지혜롭게 문제해결 잘하고 살아가는 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재래식의 공중 화장실) 변기 아래 있는 더러운 것은 내 배설물이 아니니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 여기듯이, 마찬가지로 사람들과 관계에서 알게 모르게 드러나는 타인의 더러운 요소들이 나와는 상관없다 여기지만, 사실 내 이면에도 같은 똥으로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함께 꿈심리를 공부한 동료 선생님은 사람들의 꿈에 재래식 화장실이 나올 때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그분이 보는 현대인들의 문제는 수세식 화장실의 등장이라는 것입니다. 수세식 변기는 자신이 똥을 싸지만 보지도 않고 변기의 레버를 내리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더럽고 냄새나는 것을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럴 때 착각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깨끗하고 고결한 존재로 여길 수 있습니다. 몸 안에 있는 똥을 우린 볼 수가 없는데 몸 밖으로 나온 똥 또한 레버를 내려 보지도 않고 흘러버립니다. 그러나 재래식 화장실은 다릅니다. 더러운 똥을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되고 냄새 또한 피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재래식 화장실을 들어설 때마다 늘 더럽고 구린내 나는 것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불교 사찰에서는 화장실을 해우소라고 칭합니다. 근심을 풀고 번뇌가 사라지는 곳이라는 의미랍니다. 어떤 선승은 해우소에 들어설 때마다 그곳을 수행하는 장소로 삼는다고 합니다. 모든 수행의 시작은 자신의 가장 더러운 모습을 보는 것부터가 아닐까 합니다.     


똥은 병원이 없던 시절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재료였습니다. (지금도 대변검사가 남아있지요). 아기를 키워보신 분이라면 압니다. 아기의 똥 상태, 냄새를 통해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는 것을요. 저도 아이들이 어릴 때 똥을 누면 꼭 확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꿈에서의 똥은 우리 마음의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최고의 재료라 생각합니다. 아이의 똥을 더럽다는 생각 없이 확인하듯 자신 안의 똥, 더럽고 냄새나는 요소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하여 건강한 아기가 황금 똥을 누는 것처럼, 우리 또한 황금 똥을 눌 수 있는 건강한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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