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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nny Sep 13. 2024

18화. 탈피(脫皮)

혼탁함에서 벗어나다


고이고이 많은 사람이 들려가는

흘러가는 강물에

사내는 세월을 낚는다.


속세의 번뇌를 던져두고

따가운 햇살의 일렁임을 동지삼아

이야기를 낚싯줄에 늘어놓는다.


해가지고 달이 피어

고요함이 기지개를 켜면

마음의 넘실댐을 씻은 채

사내는 공(空)을 낚아

유유히 사라진다.


고통도 슬픔의 뿌리도

강물에 흔들어 씻고 나면

요람에 쌓인 아기가

순수히 모습을 드러낸다.


저기 저 무거움을

미끼로 던져두고

소중한 것들을 하나 둘 읊어본다.


순수한 사랑과 가족,

세상의 영원할 만한 것들을

날실과 씨실로 엮고 엮어

사내는 새로운 오늘을 둘러맨다.


무소유의 탁함을

비로소 벗겨낸 채

온몸으로 눈물겹게

발가벗은 아름다움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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