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상영변호사 Sep 27. 2020

당연한 것의 가치

삶의 완성은 언제 이루어질까? 당연한 것들이 소중하게 여겨질 때 삶은 제 의미를 갖고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아버님과 어머님이 천국으로 가시자 삶과 죽음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냥 언제나 당연히 내 곁에 항상 계실 줄 알았던 부모님이 떠나가시고 추억만이 남아 있을 때, 당연한 것의 소중함이 절절하게 내 마음에 다가왔다.


만약 당연히 존재하는 나의 가정, 부모, 형제자매, 친구, 이웃들이 진심으로 소중하게 느껴진다면 이미 그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간파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당연한 것들은 당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경시당하기 쉽다.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가치를 두며 그것들을 쫓다가 당연한 것의 소중함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재산, 권력, 명예는 당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별하게 얻어지는 것들이다. 그래서 소중하게 여겨진다. 그것을 얻기 위해 온 정열을 다한다. 그 와중에 당연한 것들이 무시당하기 쉽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특별한 것들은 당연한 것에 비해 상실의 아픔이 덜할 것이다.


수년 전 과로로 귀의 이석이 떨어져 어지러운 적이 있었다. 똑바로 걸어 다니는 길가의 사람들이 다시 보였다. 그때 비로소 건강하게 생활하던 모든 사소한 것들이 어찌나 그렇게 부럽고 소중하게 여겨지던지 그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이런 상실의 극적인 충격을 당하지 않고서도 당연한 것의 소중함을 평상시에 깨달을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매 순간마다 상실의 기준을 가지고 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자녀에 대한 기대도 때에 따라서는 욕심으로 변하여 자녀의 소중함을 잃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자녀에 대한 정상적인 기대인지 부모의 욕심인지 그 경계가 참 모호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부모인 나의 마음속은 끊임없이 그 경계를 넘나들며 고민한다.


참 쉽지 않다. 당연한 것의 가치를 제대로 알며 사는 것이 삶의 완성이라고 표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앞으로의 삶의 여정에 당연히 존재하는 소중한 것을 꼭 부여잡고 절대 놓치지 않기를 원한다.

작가의 이전글 삶의 불순물(dros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