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병원 가기가 하늘의 별따기...
엄마 말에 따르면 어렸을 때 부터 병원을 달고 살던 나였다. 감기, 폐렴, 설사 등 태어날 때 부터 한달이 멀다하고 여러가지 병치례를 하면서 컸던 것 같다. 좀 더 체력이 좋은 아이로 키우기 위해 온갖 민간요법을 다 썼던 우리 엄마는 참새고기(?)부터 땅벌의 벌집(?!)까지 안 먹인게 없었다고 한다. (참새고기와 벌집 등 기괴한 민간요법의 약재들의 맛이 생각나지 않는건 너무나 다행인데....쓴 한약같은걸 많이 먹었던 기억은 지금도 어렴풋이 난다.)
여튼 어렸을 때 부터 병약한 나의 몸뚱이는 커서도 약하디 약해, 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혼자 식중독에 걸리거나, 똑같이 일상생활을 해도 혼자서 몇 주간 감기를 앓는다거나 하는 온갖 잔병치레는 다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내가 미국에 가서 이민생활을 하려는 가장 걱정되는게 바로 건강보험 이었다. 요즘 대부분의 IT 회사들은 보험에 대한 옵션이 있어서, 이전보다는 그 환경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한국만큼 편하게 병원을 가고, 저렴하게 약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
예를 들면, 한 번은 자꾸 귀 안에서 달그닥 소리가 들려 이비인후과에서 제거를 하기 위해 예약 전화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전화한 시점으로부터 가장 빨리 예약할 수 있는 시간이 2주 뒤이고, 귀안 검사와 귀지 제거만 150달러라는 것이다. 하하. 성질급한 한국인이 어찌 2주를 참겠는가. CVS라는 한국 약국으로 가서, 셀프 귀지 청소기를 사서 어찌저찌 남편과 해결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병원을 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바로 가서 진료를 볼 수 없는 답답함과 불편함, 그리고 무서움이 다시 한 번 밀려왔다.
그런데 이상한 건 미국에 있을 때에는 이렇게 병원을 갈 수 없다는 점을 몸이 아는건지, 크게 아픈일들이 없다. 대부분 몸살 기운이 있다고 하더라도 약국에서 파는 타이레놀이나 애드빌을 먹고 하루 이틀이 지나면 다시 컨디션이 돌아와서, 항생제를 쓰지 않고서도 자연치료가 많이 되는 편인것 같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한국만 오면 그렇게 몸이 이곳저곳 아프다. 미국인이 남편도 30년이 넘는 기간동안 미국에서 병원을 한 번도 간적이 없는데 이상하게도 한국만 오면 그렇게 이곳저곳 아픈것 같다.. 남편의 말에 따르면 아마도 우리의 몸이 "한국에 온 걸 먼저 알아채는 것 같다." (미국에서도 어디가 찢어져서 피가나도 쿨하게 밴드하나 붙이지 않고 자연치류를 외치던 그가, 한국에서는 등에 피부트러블이 생겼다며 피부과를 예약해 달라고 한다 허허..)
아프면 빠르게 병원가서 진료받고, 약받고...일상으로 누리는 것들이었는데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지금도 사실 "미국에서 아프면 어쩌지.. 어디라도 수술받으면 몇 천만원 깨지는 건 일도 아닌데.."라는 생각을 자주한다. 혹시 미국으로 이민을 준비하시거나, 장기간 체류를 생각하시는 분들은 꼭 아래 내용 한 번 점검해 보시기 바란다.
1. 치과 검진 및 치료 끝내고 미국오기. 우선 비용의 차가 크다. 치료에 따라 족히 5-10배까지도 차이나는 것 같다. 그런데 단순히 비용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한국 의사분들께서 꼼꼼히 치과 치료는 잘 해 주시는 부분이 크다. 미국 의사들도 한국 의사들의 치료 솜씨에 감탄한다고 들었다. (이건 한국과 미국에서 치과치료 둘 다 받아본 남편의 전언)
2. 항생제 준비하기. 미국에서 항생제를 받기가 아주 곤란하다. 꼭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하고 약국에서도 구할 수 없다. 나같은 경우는 피곤하면 편도염이 오는 경우가 많아서, 한국에서 여분의 항생제를 꼭 몇 개씩 챙겨가곤 한다.
3. 홍삼이 필요하신 분은 한국에서 챙겨가기. 미국은 영양제의 나라이기 때문에, 흔히 먹는 비타민류 등의 영양제는 훨씬 싸고 구하기 쉽다. 그런데 경험상 홍삼은 구하기가 어렵고 코스트코에서는 드링크제 정도 판다. 홍삼이 잘 받으시는 분은 꼭 홍삼은 한국에서 구해가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