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필시인 Feb 21. 2024

봄꽃

- 033 -

- 봄꽃  -


어느 골짜기 깊은 산 구석까지 쫓아가서

꽃을 피워내는 너는 봄이네


약속하지 않아도

약속한 듯이 찾아오는 너는

그리움이네


봄이 와서 꽃을 피웠나

꽃이 피니 봄이지


겨울에도 봄이 있더라

낮보다 밝은 밤도 있더라


작은 꽃잎이라 하지 말아라

봄이 왔다고 하자


그렇게 너는 내 봄이었으니

봄마다 그 봄이 그립고


수줍은 봄은

정작 봄을 모른다.




그리움은 내가 살았음의 증거이다.

그 시절을 살아내지 못했으면 기억은 없을 테니까…

살았기 때문에 기억하는 것이며 그래서 그리운 것이다.

그래서 그리움은 고맙다.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짜안할 때가 있다.

그리운 것은 대개 돌아오지 못하지만 꽃으로 피기도 한다.

돌아가지 못하지만 피어나는 것이 그리움이다.

그래서 나는 그리움이 아련하다.


같은 봄이지만 사실은 같지 않은 봄이다.

지난날의 봄을 닮았어도 그때의 봄은 그때에 있고 지금은 새로운 봄이다.

따스하고 희망찬 봄이지만 무언가 다른 봄을 느끼고 있다.

그리움이란 그런 것이다.

그리움으로 우리는 또 다른 그리움을 만든다.


봄 안에 앉아 있으면 그때의 봄이 찾아오듯이.

지금의 봄이 그때의 봄을 부르는 것.

그래서 이 봄이 아름답다.


그리움이 슬픔으로 남게 하지 말아야 한다.

아름다운 그리움으로 남도록 그때를 감사하는 것

그것이 내가 그리움을 대하는 자세이다.


이전 02화 하얀띠 손절법 VS 검은띠 손절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