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필시인 Mar 13. 2024

호수 공원에서 만난 가수 이종원 &벚꽃연가

사람이 그냥 만난다고 생각해?

만나는 게 아니고 만나지는 거라면?

생각한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생각해 온 사람을 만나는 거야.




새해.

새해만큼 시작하기 좋을까! 모든 것이 시작이고, 모든 것이 희망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딱 어울리고 아름다운 말이다.


새해가 지난 다음날 저녁 해가 저물기 시작할 때 와이프와 호수공원을 걸었다. 

연휴 동안 흐린 날씨와 미세먼지로 밖으로 나오지 못하다가 풀린 날씨에 여건도 좋아져 걷게 되었다.

"소화시키려면 걸어야 해." 나가자고 옷깃을 당기는 말을 들으며 따라 나왔다.

 호수 위에 잔 얼음이 얼었고 그 잔얼음 사이를 깨며 철새가 떠 있었다.


 "조금만 오른쪽으로 가면 사진 찍기 딱 좋겠는데...."

철새는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오른쪽으로 움직여 주었다. 

던진 동전의 앞면을 맞추는 순간이었다.  

"아싸~ 철새가 사회생활을 할 줄 안다니까."

신나서 호수 위의 모습을 핸드폰 사진에 담았다.


그때 저 멀리서 누가 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국민 얼굴가수 김범수의 "끝사랑"이었다.

"새해라서 공연을 하나?"

호수공원의 한쪽 끝에는 공연장이 있어서 가끔 공연을 했다. 하지만 공연이라고 하기에는 소리가 작았다.

"작은 공연인가 보네."

작지만 분명히 들리는 노래는 김종국의 얇은 고음 안에 조금은 굵은 음색이 독특하고 좋았다. 고음에서 절대 지지 않는 튼튼한 바닥은 듣는 귀에게 믿음을 주었다.

"노래 잘하는데, 가서 들어볼까."


여유 있던 산책길은 목표를 발견한 포수처럼 급해졌다. 가는 도중에 노래가 끊겼고 공연이 중단되었나 생각할 때 다시 노래가 들려왔다. 문득 버스킹 공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장에 와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버스킹 공연이 맞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버스킹 공연이면 저쪽이지 않을까 싶은데.."


방향을 잡고 100미터 정도를 걸으니 공원 옆 정자에 한 청년이 앉아서 핸드폰의 가사를 보며 작은 엠프를 옆에 두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옆으로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젊은 두 사람이 작게 이야기를 나누며 노래를 듣고 있었다.

" 당신은 더 걷고 와요, 나는 여기서 노래 더 듣고 있을게."


걷기를 좋아하는 와이프의 마음을 알기에 한 바퀴 더 걷고 오라고 말하고 나는 그 청년의 옆에서 어슬렁거리며 노래를 들었다. 기대이상 생각보다 노래가 좋아서 놀랐다. 나는 용기를 내어 노래가 끝날 무렵에 다가갔다.

" 안녕하세요. 노래가 너무 좋은데 부탁하나 해도 될까요?"

"아~예. 말씀하세요."

"신청곡 받으세요?"

"네, 부를 수 있는 곡이면 불러드릴게요."

"성시경의 희재 가능할까요."

"네한 번 불러볼게요."


 그리고 성시경 "희재"의 MR을 찾아 틀었다. 나는 내심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버스킹 공연 중에 신청곡으로 말한 적이 있었지만 아무도 허락하지 않았었다. 그만큼 힘든 노래다. 

성시경의 희재는 영화'국화꽃 당신'의 ost로 성시경 본인도 부르기 어렵다고 말하는 곡 중에 하나였다. 라이브로 부를 일이 없으니 최고음을 써서 녹음한 노래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으리라고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나는 재빨리 핸드폰 녹음 버튼을 눌러 청년이 옆자리에 놓았다. 한번 듣는 귀는 잊는 게 있고 두 번 세 번 듣는 귀는 느낌을 알 수 있다. 한 번에 알아듣는 건 천재의 영역이지 평범한 나는 발품을 파는 게 최선이다. 100번을 들어야 진짜 목소리를 느낄 수 있다.

'희재'의 MR이 나오고 전주곡을 지나 노래가 시작되었다.

"햇살은 우릴 위해 내리고 바람도 서롤 감싸게 했죠~"


나는 약간 뒤에 보이지 않게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귀를 기울이고 들었다. 잔잔하게 시작해 언덕을 넘어 하늘로 올라가는 최고를 지나 드디어 침묵이 찾아왔다. 나는 박수를 치고 있었다. 지금도 나의 핸드폰에는 그때의 노래가 담겨 있다.


(아래 ) 이종원 성시경의 "희재" 버스킹 곡 : 핸드폰 녹음, 연습이 되지 않은 즉석 노래, 음이탈 등의 이유로 작은 실수가 있지만, 사실 즉석에서 부른 노래로 엄청 잘 부른 버스킹 입니다. 원곡 mr이라 무척 힘든 곡이거든요.


 


노래가 끝나고 나의 이름을 말하며 짧게 나의 소개를 했다. "트로트리"라는 이름으로 작사, 작곡을 하며 음악활동을 하는데 공일오비처럼 객원가수를 찾고 있다고 했다. 음원사이트에서 "트로트리(trotree)"검색을 하면 15곡 정도의 발표곡들을 들어 볼 수 있고,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면 듣기 편하게 카톡으로 몇 곡의 노래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내가 노래를 하니까 주위 사람들이 제발 듣는 귀도 생각해 주라고 부탁하는 바람에 객원가수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어요." 웃으며 말해 주었다.

 "저도 사실은 작년에 노래 하나 발표했어요."

 "어쩐지 노래가 좋더라." 재능은 평범함에 숨을 수 없다.

발표곡 제목이 "처음 고백했던 순간부터"라고 했다.

32세인 그는 노래가 좋아서 노래를 부르며 자신을 돌보아 준다고 했다. 노래가 힐링인 것이다. 전업가수가 아니라서 헬스트레이너를 하면서 가끔씩 버스킹을 한다고 했다.

 "오늘 내가 운이 좋아서 좋은 분을 만났네요. 노래 한 번 시간 될 때 들어보세요. 좋은 인연이 되면 좋겠네요."


이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함께 벚꽃연가를 녹음하게 되었다.

따끈따끈한 노래 "벚꽃연가(feat. 이종원)"...


https://www.youtube.com/watch?v=u35FxvGIrts



이전 08화 아쉬운 노래 1. "무명의 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