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문 앞을 쓸고 있는지 알아?
'어서 오세요.'하고
기도하는 거야.
" 그래 나는 지금 글이 고파요"
나도 모르게 한 마디가 입에서 툭 떨어졌다.
입을 삐죽 내밀고 손가락으로 톡톡 무릎을 치면서 노트북을 바라보고 있다.
아무 의미 없는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 하고 있다.
글들이 노트북 화면에서 아무렇지 않게 지워진다.
마구 쓰고 마구 지우고 그러고 있다.
노트북에서는 지우개 가루가 쌓이지 않는다.
대신 나의 조급함이 쌓여 간다.
"글아, 나에게 좀 오면 안 되겠니? 오다가 길을 잃었니? 아니면 출발도 못했니?"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것이 글이 아닌데 나 참 욕심도 많다.
답답한 것은 무언가 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를 때이다.
이럴 때면 글이 나에게 쉽게 오도록 글길을 닦는다.
나에게 글길을 닦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지금의 글에서 떠나면서 지금의 글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다.
잠시 글에서 잠시 멀어지며 지금의 글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글 주위를 설렁설렁 어슬렁 거린다.
아무 책이나 들어서 아무 곳이나 펴서는 읽거나,
그동안 정리해 놓았던 좋은 글들을 보거나
그냥 뒷짐을 지고 이리저리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고,
펜을 들고 종이 위에 이런저런 주절주절 아무 글이나 쓰기도 한다.
때로는 노트북 자판에서 아무 내용이나 잡다한 내용을 썼다 지웠다 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도 글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이것을 멈추지 않는다.
이것이 중요하다.
멈추지 않는 것.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 않는 것이다.
좋은 글을 쓸 것이냐 매일 글을 쓸 것이냐 물어본다면
나는 매일 글을 쓰겠다고 말하련다.
매일 글을 쓰다 보면 좋은 글이 나올 테니까 말이다.
좋은 글만 쓰려고 하다 보면 매일 글을 쓸 수 없다.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매일 글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좋은 글을 쓰려고 하기보다는
매일 글을 쓰는 방법을 택했다.
어떻게 하면 매일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냥 쓰는 것이다.
나에게는 지우개라는 위대한 작가가 내 글쓰기를 도와주고 있다.
쓰는 것보다 더 많이 지우겠다는 마음의 여백은
든든한 나의 빽이다.
이 방법이 내게는 글길을 닦는 것이다.
잘 지울수록 이쁘게 길이 닦인다.
나에게 걸어오는 글을 보면 나는 너무 반갑다.
떠났던 연인이 돌아 오는 것처럼 꼭 안아주고 싶다.
가만히 조금씩 글을 읽어나가는 것이 내가 글을 안아주는 방법이다.
그러면 눈에서 조금씩 마음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글을 쓰다 보면 연인과 사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항상 사랑해 주어야 글도 나를 사랑한다.
관심을 거두는 순간 글은 나를 떠나간다.
매일 사랑하는 것
매일 순간을 잡으려는 관심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글 쓰는 방법이다.
막힐 때는 무언가 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오지 않는다.
가만히 있는 기다림에는
원하는 것이 오지 않는다.
움직이면서 기다리는 것이
진짜 기다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