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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필시인 Feb 27. 2024

동영.

쉬운 결정은 없다.

맞는 결정도 없다.

그리고 안심하자. 

틀린 결정도 없다.

결정하고 실행하며 수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때를 정하는 것이 결정이다.


의미.

좋은 편곡자 한 사람은 만 가지를 해결해 준다.

홍길동의 분신술이 따로 없다.

내가 할 일을 내일처럼 해주는 사람과 일하는 것은 행운이다.

그런 사람이 많을수록 더 많은 일을 더 정교하게, 더 많이 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쉽고 즐거우며 흥미롭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며, 점점 높아지고, 어느 순간 또 다른 경지로 이끌어준다.

혼자 일하지 말고 팀으로 일해야 하는 이유이다.

세계 챔피언도 1:2로 두 명의 선수와 함께 싸우면 버겁다.


연락.

어느 날 인터넷에서 미디를 가르친다는 한 사람의 이력이 눈에 띄었다. 

이 사람을 한번 만나볼까?

바로 연락을 취했다.

얼마 후에 답장이 왔고, 만나는 장소와 시간을 확인 후에 찾아갔다.

일할 때는 성격이 급하다.

바로 연락하고 최대한 빨리 만나서 결정을 신속히 하려고 한다.

이걸 집중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학동역 근처에 있는 스튜디오였다.

약속 장소에 가면서도 걱정이 계속되었다.

사실 나는 내가 미디를 배우는 게 맞는지 틀리는지 아직도 확신이 없었다.


그때는.

이미 내심 세 사람의 편곡자를 정해서 3곡을 진행하고 있었다. 

누가 나와 잘 맞을지는 모르기 때문에 일단 세 사람과 일을 해 보면서 앨범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공부하고 싶었다. 

어차피 실패를 할 수도 있지만 무언가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편곡자를 이용해서 진행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있었고, 내가 언젠가는 배워서 나 스스로 작곡을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길을 미리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미디를 배우는 것을 검토하고 있었고 계속해서 알아보고 있던 중이었다.

악기를 하나도 모르니까 걸리는 것이 많았다. 

기타를 배우고 있지만 배우면서도 내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었다. 

작곡을 하려면 음악적 이해와 공부가 필요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음악적 이해와 공부가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하는 음악의 방향은 그냥 편안한 음악이었다.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음악. 내가 화음을 따지고 코드를 따진다면 그것이 한편으로 족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디를 배우는 것을 알아보는 걸 멈추지는 않았다 어쩌면 거기에도 내가 모르는 무언가 있을 수 있으니까.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게 맞는 길일까 생각도 했다.

때로는 도움을 받는게 더 좋을 수 있었다. 많은 일에 집중할 수 없는게 사람이다.

이런 저런 생각보다는 움직이는 발이 더 정확했다. 그래서 일단 움직인 것이다.


고민.

컴퓨터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잘 배울 수 있을까?

피아노를 잘해야 할 텐데 나는 전혀 모르잖아 그래도 배울 수 있을까?

배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 잘 배울 수 있을까?

비싸면 부담이 되는데.....

오래 배워야 할 텐데 잘 견디면서 배울 수 있을까?

한 달에 몇 번을 배워야 할까?

집에 건반악기 하나 놓고 배워야 하나?

컴퓨터 사양이 높으면 컴퓨터를 다시 하나 사야 하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머리는 복잡했지만 그 질문은 만나면서 해결하는 게 최선이었다.


만남.

학동역에서 내려 KFC매장을 지나 언덕을 올라갔다. 언덕의 끝에 오르니 지하에 스튜디오가 나왔다.

전화를 하고 내려가자 문 앞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내하는 곳으로 갔다.

이런 곳이 스튜디오구나.

 앞에는 큰 창이 있었고, 거기에는 마이크가 녹인 녹음실이 있었다. 창문 앞에 커다란 책상 위에 큰 모니터 2대가 있고, 책상아래 건반과 좌우에 스피커가 있다. 그 뒤로 소파가 있고 탁자가 있어 얘기하기에 편했다. 따스한 커피를 한잔 타다 주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얘기를 시작했다.

"미디를 한번 배워보고 싶습니다."

"음악 경력은 있으신가요?"

동영이 말했다.

"아니요, 음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건반을 칠 수 있으시나요?"

"아니요 전혀 못합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미디를 배워서 무엇을 하려고 하시나요?"

"미디를 배워서 작곡을 하고 싶습니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다시 이런저런 얘기가 오고 갔다.

그동안 내가 만든 노래의 가사와 녹음한 노래들을 간단히 들려주었다.

"이렇게 만든 노래를 미디로 만들어서 앨범을 내고 싶습니다."

동영은 녹음한 노래를 차분히 들었다.

침묵 속에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정리.

그러면서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미디를 배워서 혼자 작곡을 하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들겠구나.

매일 배워도 부족할 텐데 띄엄띄엄 와서 배우고, 배운 것으로 내가 작곡 작업을 해 본다고 생각하니 뒤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나를 알기로, 나는 무언가 배우는데 무척이나 느리다.

머리도 좋지 못해 무언가를 외우는 것이 힘들었다. 외운다고 해도 바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 튀어나온 것을 다시 찾아서 주워야 했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손은 막손이라 기타도 배우다 그만두었다.

코드를 외우는 것도 더딘데 정작 힘들게 하는 것은 기타 줄을 잡을 때 손가락이 너무 아팠다.

다른 사람은 고통을 참고 군살이 박힐 때까지 한다는데 나는 순간의 아픔도 버거웠다.

꾸준히 배우지도 못했다.

딩가딩가 10분 이상 연습을 못했다.

연습 없는 실력은 제자리걸음에 하기 싫은 마음은 굴뚝의 연기였다.

그런 내가 미디를 배운다는 건 욕심일지 모른다.


일단.

오늘 미디를 배울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보다 한번 같이 편곡을 해보며 생각해 보기로 생각하고 부탁을 했다.

금전적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일을 하다 보니 많은 작품을 하지 못한다.

편곡비를 저렴하게 양보해 주면 나도 꾸준히 같이 작업을 해 나가겠다.

일단 최소 3곡 정도를 같이 작업할 테니 일단 비용을 적정하게 말해주면 고맙겠다.

나름 동영이 실력이 있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작업을 해 왔던 곡들을 들었는데 느낌이 좋았다.

그동안 같이 작업했던 다른 편곡자보다 완성도가 높았다. 

그래서 일단 작업을 같이 하기로 하고 정중히 부탁을 했던 것이다.

다행히 동영은 내가 원하는 선에서 결정을 해 주었다.

서로 적정한 선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노래가 느낌표 당신이었다.


그 뒤로 동영이와 나는 지금까지 15곡 이상의 곡을 함께 작업했다.

나의 노래는 나쁘지 않은 원석에 동영이라는 세공사의 손에서 반짝이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 원석이 좋지 못해서 아쉬운 노래도 많다.


다음에는 실패담을 한번 써보려고 한다.

역시 얘기는 실패담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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