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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필시인 Feb 20. 2024

못 불러서 죄송합니다. 트로트 인생

악보 없는 노래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 이주일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못 불러서 죄송합니다. 저의 사과말씀입니다. 

제가 감히 불렀습니다. 듣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5Q6Ko-bWTc



트로트인생 


이 노래가 인생이구나 

내 인생이 트로트구나


그 노래 한 구절에 인생이 있고

그 굽이 한가락에 사랑이 있어


나는 아직도 인생을 몰라

아직도 사랑을 몰라


내가 살았어도 내 거가 아닌

흘러간 세월아


쿵작 쿵작 쿵작 인생박자

두근 두근 두근 사랑박자


무릎을 탁 치는 인생에 노래

내 사랑 트로트


굽이치고 꺾어져야 멋들어진 인생이지

트로트 인생아




만남은 얌체공이야, 어디로 튈지 모르거든.
만나다 보면 만나야 하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어.
많이 만나봐야지 딱 알아보게 되거든.



 가수 성대운과 만난 것은 체공 덕분이다. 얌체공은 갑자기 부산역으로 튀었다.

 부산역 3층에 있는 커피숍. 내 앞으로 훤칠한 키의 잘생긴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환한 얼굴에서 빛이 났다.

 "안녕하세요. 실물이 훨씬 잘 생기셨네요. 부럽습니다."

 진심이었다. 잘생긴 사람은 언제나 부럽고 같이 있으면 뿌듯하다.


 모르고 만나고, 만나서 알게 된다.

 처음 보는데 자주 만난 사람 같았다.

 편곡자를 찾기 위해 많은 검색을 했다.

 인스타그램도 검색을 했는데 어느 날부터 성대운의 피드가 계속 추천되었다.

 계속 뜨니 자주 보게 되었다.

 '이야 좋구먼, 잘 생기고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트로트를 하네!'

 더 관심이 갔다.


 이때 성대운의 인스타에는 반짝이 옷을 입고 트로트를 신나게 꺾어 부는 영상이 많았다.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보다가 어느 날부터 노래의 매력에 빠져 찾아 듣게 되었다.

 잘 부르네 범상치 않아.

 계속 찾아서 보다가 성대운의 유튜브까지 보게 되었다.

 여기에 박효신의 '야생화'를 부르는 동영상이 있었다.

 스튜디오의 마이크 앞에서 흐린 화면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었다.

 박효신의 노래  '야생화'의 브리지 클라이맥스 '메말라가는 땅 위에 온몸이 타들어 가고, 내 손끝에 남은 너의 향기 흩어져 날아가~~`의 노래를 들었다.


 '아니 잘 부르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잘 부르네. 꼭 발라드 가수 같구먼."

 가수와 일반인의 경계를 따지는 노래 중에 박효신의 '야생화'는 꼭 들어가는 필수곡이다.

 궁금증이 먼지처럼 일어났다.

 '어디 한번 연락해 봐~'

 그래서 인스타그램의 메시지를 이용해서 연락을 했다.

 '뭐 연락이 오겠어?' 했는데 왔다.

 오고 가는 말들이 이어졌다.


 "우리 한번 만날까요? 제가 대운 씨 있는 곳으로 갈게요. 어디세요?"

 "아이고 조금 멀어요. 부산입니다."

  사투리가 전혀 없어 당연히 서울이라고 생각했는데 부산이라니 멀구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거리를 따지지  않았다.

 "혹시 오늘이나 내일은 시간이 어떠세요?"

 "오늘은 시간이 좀 그렇고 내일은 좋습니다."

 우리는 바로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얼굴을 보기로 했다.


 아무리 멀어도 처음이면 얼굴을 보아야 한다.

 일을 시작하면 오히려 얼굴을 보지 않는다.

 알굴이 말해주는 그 사람의 분위기가 있다.

 말하는 태도와 말투를 보면 인격의 방향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나이가 않아지면 지적 능력은 떨어져도 지혜와  통찰력이 좋아진다. 

 다행이다. 무언가 하나 줄어드는 대신 무언가 하나 늘어난다.


 부산역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왔다.

 편곡을 도와주기로 하고 다음 날 노래를 녹음한 파일을 보냈다.

 중간중간 통화를 하여 박자와 리듬을 했다.

 확인이 끝나면 나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면 된다.


 나는 뽕짝은  좋아하지 않는다. 장윤정 조항조 같은 잔잔한 노래가 좋고 적당히 폴짝거리는 안동역 스타일이좋다. 가왕 조용필도 트로트로 분류된다. 알고 나도 놀랐다. 

 어디로 분류되면 어떤가. 나누는 건 있어 보이려는 사람의 몫이고,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트로트를 좋아하게 되면서 트로트가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닮았어 인생 하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고 그 모양을 적어가다가 노래가 되었다.

 내가 부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불러볼까. 트로트는 인생이잖아

  한 번쯤은 내 목소리로 앨범하나 내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히 욕심을 내 보았다.

 가끔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감히 외면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후렴중)

 쿵작 쿵작 쿵작 인생박자

 두근 두근 두근 사랑박자


 나는 후렴의 이 가사가 좋다.

 꼭 인생이 이랬으면 하고 바라는 소망을 담은 것 같다.


 성대운 하고는 뒤로도 계속 연락하고 만나며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

 제일 먼 곳에 있는 사람과 제일 많이 만났다.

 거리는 상관없다.


성대운이 부른 노래를 몇곡 올려 본다.


발표곡이 아닌 성대운이 부른 "트로트 인생"의 초기 가이드곡이다.

가이드곡은 말 그대로 노래를 안내해 주는 노래이다. 

완성본이 아니고 노래를 만드는 초기에 만드는 곡이라 완성도가 낮지만

성대운의 노래는 지금 들어도 너무 좋다.



성대운 발표곡

https://www.youtube.com/watch?v=-90JTKl0h_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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