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해인 수녀님
그리던 고향에 다녀가던 것처럼
마음의 평화를 얻어가지고
돌아갑니다.
내년 이맘때도 이곳 식구들과
짜장면을 (그때는 따뜻한)
같이 먹을 수 있기를
눈에 밟히던 꽃과 나무들이
다 그 자리에 있어
다시 눈 맞추기를
기도하며 살겠습니다.
당신은 고향의 당산나무입니다.
내 생전에 당산나무가 시드는 끝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꼭 당신의 배웅을 받으며
이 세상을 떠나고 싶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보다는 오래 살아 주십시오.
주여 제 욕심을 불쌍히 여기소서.
2010.04.16
박완서
이해인 수녀님을 만나고 돌아와서
박완서 작가님이 보내신 편지글이다.
04월 봄날의 어느 날에 쓰신 편지는 봄이었다.
가슴이 짜안해지고 눈 끝이 찌잉해진다.
아름다운 봄날에는 눈물이 숨어 있다.
지금 다시 보며 그때 그 봄을 보고 있다.
아름다운 기억은 아름다워 보게 된다.
아름다움에는 눈물이 떨어 진다.
잊고 싶지 않아도 눈물로 떨어지고
떨어진 씨앗은 그리움으로 꽃을 피운다.
아름다운 사람이 간 곳에서
비가 내린다.
내 눈물을 모아 기도한 곳에서
눈물로 대답해 준다.
사랑했으니
사랑한다고
사랑하고 있으니
계속 사랑하라고
(박완서 작가님은 암투병 중 편지를 보내신 뒤 9개월 후인
2011.01.22에 돌아가셨다.)
(매일 글을 올립니다. 남을 위해 올리면 매일 올리지 못합니다. 나를 위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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