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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겨리 Nov 06. 2024

밑줄

밑줄을 치면 부끄럽쟎아, 안겨야 되니까.....

너에게 밑줄을 칠게

조금 더 머물고 싶어

별거 없던 내 하루가

반짝이는 별이 되는 곳


그대 이름 아래 그어진 밑줄

밑줄 따라가며 떨리는 가슴

조금만 더 머물고 싶어

멈춰 선 빠져드네


왜 너는 나를 떨리게 하고

덮어도 다시 생각이 날까

잠시 밑줄에 머물다 보면

나도 몰래 긴 숨을 쉬네


너에게 밑줄을 치고 있어

너를 읽으며 흔들리네

아 사랑은 가슴에 그은

굶은 한 줄 그대



- 밑줄 - 


노래 가사라고 생각하며 쓴 글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지나칠 수 없는 글귀가 있다.

그냥 지나치면 감동을 잃어버리까 봐 뭐라도 해야 해서 밑줄을 긋게 된다.

잊어버리면 잊을까 봐 아쉬울까 봐 다시 보게 되는,

다시 보고 싶을 때 쉽게 찾도록 밑줄로 표시를 한다.


글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어디론가 나를 데려가기 때문이다.

내가 타서 숯검댕이가 되었던 짙은 그곳으로,

또는 나를 그렇게 불사르던 어떤 사람에게 데려가는 것이다.


감동을 주는 글은 이정표다. 

그 글을 따라가면 만나게 된다. 그 사람과 그 사건을.

혹시 잊을까 봐 밑줄을 긋고

다시 찾기 쉽도록 밑줄을 친다.


가슴 찡해 가슴 치던 가슴을 태운 자리

검은 숯검댕이 하나 꺼내 죽 줄은 그은 

내가 그을렸던 밑줄 그 자리


지나칠 수 없는 곳에서 밑줄을 긋고 머문다.

그 머문 자리의 침묵 속에서 나는 더 깊게 빠져들고 음미하다 보면

어느새 다시 빠져들다 그 밑줄은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간다.


왜 너를 잊지 못할까 물어보면

넌 나를 잊을 수 있니 대답한다.

그곳은 지워지지 않는 지울 수 없는 므흣하게 멈춘 자리다.


밑줄은 머물다가 머금는 자리다.

읽다가 멈추면 머물게 되고 머물다 보면 머금게 되어 물이 든다.

읽다가 멈춘 건 더 보고픈 마음이 배고픈 자리다.


사랑이란 머물수록 더 간절하다.

영원히 갖고 싶었던 마음이라고 밑줄이 말해준다.

나는 지나칠 자신이 없었다.


밑줄을 치다 보면 밑줄이 빈 줄이란 걸 알게 된다.

밑줄 그은 글은 사라지고 

한 사람이 떠오르며

책을 하얗게 지나간다.


지나칠 수 없어서

너에게 밑줄을 친다.

어떻게 지나치니 사랑을

모든 게 밑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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