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일 -
글을 쓰는 것.
글로 쓰는 것.
글이 되는 것.
사랑은 그런 것이다.
사람이 사랑이 되고 사랑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사랑을 위해 살고, 사랑하며 사람이 되고
사랑을 쓰다가 사랑으로 써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수많은 날도 사랑도 사람도 너란 한 줄로 남는 것이다.
내 글의 마침표가 너라는 사실.
눈이 내린 새벽에 일어나 새하얀 세상으로 나아가 발자국을 남기는 것처럼
새하얀 종이 위에 한 줄 두줄 글자욱을 남기며 나아가는 시간은
생각하는 나와 지나가는 상념과 다가오는 미래와 아쉬운 과거를
한 줄 두줄 남기며 한 글자 두 글자 사이에서 만나게 된다.
하루를 느끼고 싶다면 한 장이면 충분하다.
다 쓰지 못한 말조차 점점이 여운으로 남기고
1년을 만지고 싶다면 한 권이면 충분하다.
한 장 두 장 넘기며 사라지는 기억이 머물 수 있음에 감사하며
꾹꾹 눌어 쓰던 그때가 고스란히 살아나고
팔딱거리는 휘갈김을 가슴으로 쫓으며
수 없이 살아왔던 생명이 있었음을 깨닫고는
여전히 쓰고 있는 대견함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대사이에서
나를 하얀 백지위에 다시 올려놓는다.
너를 쓰다가 네가 쓰여지다가 네가 나를 쓰고 있음을 알게 될 때
글은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