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예견된 요양병원 코로나19 비극과 어르신 돌봄의 미래

지속가능, 실현가능한 미래 어르신 돌봄에 대한 고민이 이제라도 필요하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코호트 격리가 되어 환자와 의료진이 모두 고통받고 있는  한 요양병원의 의사의 절규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메인에 올랐다. 인력과 자원이 모두 부족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에 걸린 간호사가 같은 바이러스에 걸린 어르신을 돌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형국을 많은 보건의료 관계자와 정부는 바라보고만 있을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4월부터 예견되었던 일이다. 모든 장기 기능, 면역 기능이 저하되고 기저 질환이 많은 노인 인구에서 젊은 성인에 비하여 코로나19에 의한 사망 발생 가능성, 중환자실 치료 필요의 가능성, 섬망을 비롯한 갖은 노인병증후군(geriatric syndrome)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우리보다 앞서 노인요양시설의 집단 감염을 겪어야 했던 서구의 경험을 통해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 

12월 29일 구글 캡쳐


올해 있었던 여러 차례의 발표 자리에서 나는 만약 우리나라에서 서구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 피해는 훨씬 심각할 것, 그리고 한국에서 아직까지 유럽에서 경험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요양시설의 필사적 차단 노력과 주로 소규모 전파에 그쳤던 국내 1차 유행 덕임을 이야기 한 바 있었다. 우리나라 노인요양시설의 특성상 그러나 일단 일이 벌어지게 되면 서구에 비하여 훨씬 심각한 결과가 빚어질 것임을 예상했다. 미국/유럽에서는 이미 지역사회에 코로나19가 전파되고 있는 3-4월 까지도 검사 없이 급성기 병원에서 장기 요양기관으로 환자 이송이 이루어져,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다른 환자와 의료진을 계속 감염시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경제적 피해, 경제활동 인구의 피해 최소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온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 정책, 무조건 시설을 걸어잠그게 하고 데이케어 등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도 마구잡이로 멈춰버리는 방식의 방역 정책은 중기적으로 고령인구의 건강과 삶의 질을 저하하고, 장기적으로는 돌봄과 관련된 문제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더욱 키울 것임을 제시하였던 바 있었다. 


문제의 원인을 분석해서 시스템적인 개선, 정책적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후 수 개월 동안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가 언론에 갑작스레 제기된 이슈는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이 코로나19를 구실로 항 정신병 약제를 투여받고 화학적으로 구속되어 있다' 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국 3차 코로나19 유행이 오자 요양병원과 구치소 등 집단생활을 하는 여러 시설에서 끊임없이 집단 감염 이슈가 터지고 있다.  


그 중, 가장 사망자와 중증환자에 기여가 클 것으로 예상되었고, 실제로 그렇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만성 질환과 기능 저하가 동시에 존재하는 어르신들이 입소하는 요양병원에서의 집단감염이다. 일단 걸리게 되면 심하게 앓게 되고, 그 결과로 이전보다 기능이 떨어지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것 까지는 서구의 요양시설에 기거중인 어르신과 차이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시설 내 R0(감염재생산지수)를 높이는 두가지 요인이 추가된다. 


하나는 기본 셋팅이 다인실(그마저도 5-6인실 이상)이라는 점이다. 선진국에 걸맞지 않게 급성기 병원과 장기 요양시설 할 것 없이 군대 막사 처럼 여러 사람이 거주 공간과 위생 공간을 함께 쓰는 것이 국내에서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인구 밀도가 높고 사회 자원이 부족하고 등등 이유는 많지만, 기본적으로 나라에서 건강보험으로 인정해 주는 병원의 입원 셋팅이 다인실이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급성, 만성기 의료가 저수가, 박리다매 식으로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문제가 결국 신종감염병의 대응에도 장애로 작용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요양보호사가 함께 살면서 여러 환자를 보는 것' 이다. 간병비용을 절감해야 하기 때문인데, 이 문제의 근원은 사람의 고령화와 함께 의학적 문제(소위 병病 이라는것)의 개수와 심한 정도가 늘면서 동시에 일상 생활 수행 능력이 떨어지게 되어 돌봄 요구(케어care, 조호, 일본식으로 하면 개호)가 발생한다는 사람의 늙어감에 대한 이해 부재에 따른 국내 의료/복지의 분리에서 시작된다.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낮아져 등급을 받게 되면 장기요양보험으로 요양원에는 갈 수 있지만, 병病이 함께 있어서 요양병원에 가야 한다면 기본적으로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는 돌봄 자원의 부족으로 귀결되어, 치매에 동반된 신경정신증상(BPSD), 섬망 등을 약 없이 돌보기 힘이 드니 화학적 억제가 사용되는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환자와 돌봄인력간의 교차감염 기회를 증가시켜 감염재생산지수를 확산시키게도 기여한다. 


이런 시스템적인 한계는 이미 이전부터도 존재하는 것이었는데(고령의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의 병과 돌봄으로 급성기 병원과 장기요양기관 등을 전전해본 경험이 있다면 피부로 다가올 것이다) 코로나 19 시대가 되니 이제 드디어 포탈 메인에 올라오는 문제로 부각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장기요양시설의 감염 확산 방지에 대하여 문을 걸어 잠그게 한다거나, 공간/인력이 부족하여 시설에서는 할 수도 없는 격리를 하라는 방식의 임기응변적 조치만 보일 뿐이다. 심지어 방역 단계가 상향되면 지역사회의 돌봄과 관련된 여러 자원의 접근성만 더욱 나빠지는 모습을 보인다. 나이가 들고 아프고 힘이 없으면 이래 저래 피해만 더 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코로나19 시는 모든 면에서 양극화(K자 모양의 회복/악화)를 심화시킨다고 하는데, 심지어 나이와 병, 기능에 따라서도 이렇게 차별적 영향이 나타난다.


앞으로 10년간 장기요양시설의 주 수요가 되는 70대 이상 인구는 현재의 2배가 된다. 그 중 핵심 수요인 80대 이상 인구의 증가속도는 훨씬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돌봄 서비스가 생애주기, 기능, 동반질환 정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지금까지는 분리된 보건의료와 복지의 경계가 옅어져야 할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시설과 지역사회 자원이 가지는 특성의 단점은 보완, 해소하고 장점은 경계를 허물어 공시적, 통시적으로 혼합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증가되는 비용이 두려워, 돈을 아끼기 위해서 자꾸 담을 쌓고 입구와 출구를 좁히는 정책이 지속 가능한 정책이 아님이 드러나고 있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미 존재하는 예산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 유연한 보건의료/복지 수요 맞춤형 돌봄 제공 모델이 오히려 자원 공급 능력을 개선시키며 단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작가의 이전글 누가 노인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