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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주키 Mar 27. 2021

계속, 계속

꾸준히 할 수 있는 간단한 비법

2014 Praha, Czech Republic


 새해가 되면 늘 수많은 결심과 다짐을 하곤 한다. 

이때마다 해돋이처럼 불그스름한 무언가가 심장에서 흘러나와 온 몸을 뜨겁게 만든다.


 겨우내 부재중이던 뜨거운 놈이 ⏤어쩌면 저 발가락 끝에 보관했다가, 발톱을 깎을 때마다 두려움에 떨었을지도 모르는 정체모를⏤ 드디어 등장하고야 말았다.

 무언가 시작한다는 말을 입 밖으로 뱉어내는 순간, 그 뜨거운 놈은 온몸의 세포를 도와 결심한 일과 관련된 모든 행동에 사사건건 관여한다.

 물론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뜨거운 놈은 짜파구리를 끓인 뒤의 냄비마냥 수명이 짧다. 금방 식는다.

 결국 누구나 알고 있는 전설의 시간, '대략 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어버린다.


 일 년의 계획을 삼일 동안 이루기는 어려우니, 입 밖으로 터트린 말에 대한 책임을 다해내기 위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뜨거운 놈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단서와 흔적들을 모아 수사를 펼치고, 말초신경까지 구석구석 전단을 돌리며 발품을 파는 수고스러운 일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이 뜨거운 놈은 어디로 도망친 건지, 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시술로 성질 자체를 미지근하게 바꿔버린 건지 알 길이 없다.


 그때마다 이 친구를 불러내는 최후의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

 다이어리를 다시 꺼내어  마법의 주문서를 작성하면 되는데, 다행히도 작성법은 꽤 쉽다. 그저 펜을 들어 했던 계획을 그대로 다시 써 내려가면 된다.

 

 결심하고 삼일 후에 떠날 친구라면 떠나기 전에 다시 결심해주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도망갈 거니까.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몰라도 그게 그 친구의 성격이니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해주어 도망가려고 하면 다시 결심하고 또 도망가려고 하면 또다시 결심하는 이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그러면 뜨거운 놈을 제대로 부려먹을 수 있다.


 삼일, 그리고 또 삼일. 또다시 삼일. 계속,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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