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10화
사랑은 자기 템포로...
근래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 드라마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이다.
그간 우리나라에 방영된 클래식 음악 드라마와는 다르게 잔잔하면서도 클래식 음악계가 갖고 있는 디테일한 문제들이 사실 그대로 묘사되어 있어 음대를 졸업하고 문화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내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드라마에는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서 들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상세히 보여주는데, 음악대학 이야기, 음악가들이 유학에서 돌아와 교수가 되는 과정, 평범한 집안 출신 음악인들이 한국 음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소위 금수저들이 누리는 그들만의 특권, 평범한 음악인 느끼는 음악적 한계 등등... 이런 이야기 들이 상당히 사실적이다.
그리고 전반부에 주인공 채송하가 경후문화재단에서 여름방학 단기 아르바이트하면서 문화재단 이야기가 나와 더욱 관심을 갖고 보게 되었다.
1회에서 10회까지 빠지지 않고 쭉 봐왔는데 오늘은 특히 10회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도 아니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홈페이지에 인물 소개란에도 등장하지 않는 송하 반주자의 몇 마디 되지 않는 이야기가 혹시 이 드라마의 결말을 이야기해주는 키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송하는 졸업연주를 준비하면서 송하 담당교수인 이수경 교수에게 소개받은 반주자와 반주를 맞추고 있다. 그런데 송하는 반주자와 음악을 만들어 가면서 자꾸 반주자에게 의존하면서 연주를 하게 된다.
반주가가 송하에게 쏘아붙이며 하는 말이다.
"아니 내가 계속 말했잖아요! 자기 혼자만 하면 괜찮은데 피아노랑만 하면 자꾸 흔들린다구!"
"자기가 생각하는 템포가 있지? 응?"
"네"(송하의 힘없는 목소리)
"그래! 그럼 그 템포대로 자기가 곡을 끌고 가면서 나랑 맞춰야지! 자꾸 나한테 후두둑 끌려오면 어떻게 해!
자기는 자기 음악에 자신이 없어?"
"죄송합니다"(더욱 주눅 든 송하의 대답)
"말로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지 말고 다시 해 봐요!"
송하는 자기 음악에 자신이 없다.
그래서 자기보다 음악을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반주자에게 음악적으로 끌려 다니고 있다.
연주자와 반주자 사이도 니체가 말한 "권력 의지"가 여실이 드러나는 관계이다. 음악을 두고 권력투쟁을 하는 것이다. 자기가 이해하는 음악적인 요소들을 상대방에게 이해를 시켜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함께 음악적 완성을 이루어 가는 관계이다. 한쪽이 자신의 음악을 포기하고 일방적으로 따라만 오면 쉽게 일을 마칠 수는 있으나 음악 만들기는 어렵다. 음악이란 것이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한쪽의 생각만으로는 좋은 음악이 만들어 지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 반주자는 아주 좋은 반주자이다. 보통은 쉽게 그래 그럼 내가 해야 할 반주 시간만 때우고 반주비만 받으면 그만이지 하는 심정으로 끝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주자와 송하 씬 마지막에 반주자는 자신의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엄마! 나 힘들었어!"라고 통화를 하면서 연습실을 나간다. 그렇다! 반주자와 연주자가 잘 맞지 않으면 서로가 힘들어진다. 단 30분만 맞추더라도 정신적으로 힘들어 죽을 지경 된다.
내가 생각하는 이 반주자와 송하의 씬은 송하의 사랑과 같다고 생각된다. 송하는 준영이 사랑을 고백했음에도 여전히 자신과는 클래스가 다른 준영의 사랑을 의심하고 있다. 어떤 때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준영의 사랑에 완전한 믿음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해는 간다. 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는 피아니스트가 뭐가 아쉬워서 자신처럼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하는 4수생 늦깎이 음대생을 진심으로 사랑할까?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것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그 부분 때문에 고민하고 의심한다.
송하의 사랑을 보면서 딱 송하와 반대편에 있는 한 여성이 생각이 났다.
얼마 전 관심을 갖게 된 인상주의 시대 화가들 중에 수잔 발라동이라는 화가이다.
이 사람 간단히 소개하자면
화가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 1865~1938)은 사생아이며, 어린 시절 곡마단의 서커스단에서 있었으며, 공연을 하다가 몸을 다쳤다. 이후 서커스단에서 내쳐저서 살기 위해 뭐든 지 다했다. 그러다 몽마르트의 수많은 가난한 화가들의 모델이 되었다. 당시의 모델은 모델일 뿐만 아니라 화가들의 수발, 심지어 잠자리까지 같이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발라동은 당시 나름 이름을 떨치던 화가 샤반의 모델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자기도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림 몇 장을 그려 샤반에게 보여 줬는데 샤반은 "쓰레기 같은 그림"이라고 발라동을 무시했다. 발라동은 출신은 미천했지만, 자존심이 있는 여자였다. 그래도 샤반의 곁을 떠났다. 이후 발라동은 몽마르트의 유명 모델이 되었는데 여러 예술가들과 사랑을 나눴다. 많이 알려진 예술가들은 에드가 드가, 르노와르, 로트렉, 그리고 음악가 에릭 사티가 있다.
이들 중 에릭 사티는 발라동과 동거를 하며 발라동을 위한 곡을 썼는데 요즘 TV에서 한화그룹 광고 CF 음악으로 자주 들을 수 있는 " je te veux-난 당신을 원해요"이다.
나중에 사티의 문제로 둘 사이가 틀어지자 발라동은 난간에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사티와 헤어진 이후에는 자신의 아들 뻘 되는 21살 어린 화가와 동거하기도 하는 등 발라동은 자신의 사랑에 적극적인 여성이었다.
다시 송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반주자가 떠나간 뒤 그간 학교에서 들을 수 없었던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연주가 들린다.
이때 들리는 곡은 세자르 프랑크의 Violin Sonata in A Major, FWV 8: IV. Allegretto poco mosso이다.
https://youtu.be/afylWADNuFs
나도 이 곡은 가끔 어디선가 들었던 선율이어서 찾아들어보니 바이올린 연주자의 역량도 뛰어나야 하겠지만 반주자의 역량이 일정한 수준에 오르지 않고는 음악 만들기가 불가능한 곡이다. 반주는 그냥 반주에 그치지 않고 피아노 독주곡이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그래서 바이올린 연주자와 반주자의 호흡이 무척 중요하다.
이 곡을 연주하고 있는 이들은 정경과 준영이다. 이 둘은 이곡을 완벽하게 같은 호흡으로 연주하여 밖에서 듣고 있는 음대생들에게 귀호강을 선사하고 있었다.
정경과 준영이 연주를 듣고 송하는 지난번에 한 번 한 독백을 다시 한다.
"정경 씨랑 사이에 그러니까 그 시간들 사이에 제가 들어갈 자리가 있어요?"
저 둘은 저렇게 완벽히 동등하게 음악을 통해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자신은 준영의 사랑을 자꾸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서있는 자신이 너무나 작게 느껴졌을 것이다.
위 송하의 반주자가 말한 것처럼 음악도 사랑도 자신의 템포를 가져야만 진정 송하의 음악, 송하의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송하는 졸업연주 연주곡을 준비하며 자신의 템포를 찾아가고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 갈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의 사랑도 그렇게 만들어 갈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이 드라마가 끝날쯤 송하와 준영의 사랑은 송하가 자신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하듯 사랑도 그러해야 하기에 서로가 그때를 기다리는 선에 마무리하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에서 이야기 되어지는 사건들은 내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이야기 들이 많다.
그만큼 작가가 디테일에 공을 많이 들인것 같다.
총 16부작 이라는데, 송하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월화가 기다려진다.
마지막으로 송하의 사랑을 응원해 주고 싶을 만큼 박은빈은 연기를 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