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예권 독주회

by 김명재

선우예권 독주회


선우예권의 연주회를 기다렸었다. 그간 클래식 음악을 라이브로 자주 들을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 19 상황에서 라이브로 진행되는 공연이 매우 그리웠었다. 이런 생각은 아마 나도 공연으로 밥 먹고 살았던 경험 때문이지 않나 싶다. 그리고 선우예권이란 이름은 이미 클래식 음악을 즐긴다는 사람들에게 브랜드화되었기 때문에 당진의 많은 클래식 마니아들이 그의 연주를 듣고 싶어 했을 것이다.


올해 들어 당진 문예의 전당에서 진행되는 클래식 연주회에서 내가 자막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선우예권의 독주회도 내가 자막 진행을 해야 했다. 그래서 자막 넘기는 포인트를 찾기 위해 그의 연주를 인터넷에서 찾아들었다.


인터넷으로부터 찾을 수 있는 그의 모습은 따뜻함이었다.


시골마을에서 진행했던 작은 마당 음악회,


그의 인터뷰,


그의 연주 영상,


이것들을 통해 그를 피아노 연주 실력이 뛰어난 연주자일 뿐만 아니라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연주회 당일 그의 연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는 무대가 익숙한 듯 피아노 앞에 앉아 그의 연습을 시작했다. 어쩌면 지금 보이는 저 모습이 그의 연주회의 본모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누구에게 들려줘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그저 그가 혼자 연주하는 모습. 아직 아무도 없는 무대에서 오롯이 혼자 연주하며 자기가 연주하는 그 연주 속에 그가 관객이 되어 자기의 연주를 듣는 저 모습이야말로 그의 연주회가 아닐까 싶었다.


간혹 클래식을 전공하고 연주를 많이 하는 사람 중에는 공연장 스텝을 하인 다루듯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고 그런 경험도 있었다. 그는 단호하지만 부드럽고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게 그의 바람을 전했다. 따뜻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좀 더 확실해졌다.


연주회가 진행되는 동안은 자막 진행을 위해 그의 등 뒤에서 그의 음악을 들었다. 피아노를 연주하며 내뿜는 그의 거친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그가 가진 모든 역량과 힘을 쏟아부어 연주하고 있었다.


그의 연주 가운데 ”모차르트 론도 가단조 K511“에 마음이 쏠렸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 낯설지 않은 이 곡은 정확하게 어떤 감정인지 설명되지 않는 슬픔! 발랄한 것 같은데 그 속에 짖게 묻어나는 아쉬움! 이 가득 담긴 이 음악은 뭐지? 싶었다. 이 음악을 듣는 중 키 작은 무용수가 슬픔의 춤을 추고 있는 듯한 그림이 그려졌다. 깡충깡충 플로어를 뛰어다니며 춤을 추고 있지만, 그 춤에서는 발랄함과 함께 짖은 슬픔이 있어 즐거운 맘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장면. 모차르트가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쉬운 슬픔이 묻어나는 곡이었다.


그래서 이 곡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찾아봤는데 남자 피아니스트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밀회 마지막 회 마지막 5분 동안 중요하게 다루어졌었다.


“이 곡은 치는 게 아니라 만지는 거래요…….


음표가 전부 2770개쯤이고요, 그중에 겹화음이 500개 좀 더 되나…?


밀회의 선재 대사처럼 그날 연주회에서 선우예권은 이 곡을 연주하기보다는 보여 주었다.


그랬기에 한 소녀가 춤추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가 선물한 그의 CD에는 그가 연습하면서 고민한 흔적이 남아있는 악보도 함께 담겨 있었는데 그 악보는 ”모차르트의 론도 가단조 K511“ 이었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아 그도 이 곡을 크게 맘에 담고 있는 듯했다.


그의 연주회는 나뿐만 아니라 그날 공연장에 함께 한 많은 관객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많은 사람이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 서고, 공연장 로비에서 그를 다시 보기 위해 기다리기도 했었다.


“인생도처 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젊은 거장이란 단어를 싫어했었다. 인생의 쓴맛을 알지 못하는 젊은이가 무슨 거장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 번의 독주회를 듣고 어떻게 그 연주자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겠냐 만은 세상 곳곳에 뛰어난 사람이 존재한다. 그에게 거장이란 단어를 붙이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자신의 연주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래서 뛰어난 연주 실력을 갖췄고 그 실력으로 관객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다. 거기에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함 마음도 가진 듯하다.


어쩌면 다른 곳에서 그의 연주회를 만나게 되면 즐거운 마음으로 티켓 비를 지불하고 그와 함께 피아노 음악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이번 연주회에 그와 함께했던 시간이 가슴에 따뜻하게 자리하게 되었으므로!


2021.08.11.


당진문화재단 문화가 issu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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