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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늘이 Jun 23. 2019

꽃과 미니멀 라이프

기적 같은 내 라이프

굴곡? 아니 충돌? 아니 무엇이 적당한 단어일까…(#이오덕 선생님 도와주세요) 같이 사는 사람과 수시로 티격태격하는 건 나에게 일상이다. 서로 놀리기, 농담하기를 포함해서. 로봇에 <친절 모드>를 설정하여 평생 그 모드로 부딪침 없이 산다면 과연 재미있을까 생각해 본다. 하물며 음식 메뉴를 정할 때도 의견이 분분한 경우가 많은데 육아, 집 정리, 가구 선택, 가구 배치, 청소 방법, 욕실 수납장에 넣어야 할 물건과 넣지 말아야 할 것 등에 있어서는 당연하겠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전부 내 맘에 드는 방식으로 하고 있었더라. 돈 관리, 가족 관리, 집 관리, 가구 선택, 물건 배치, 그릇 선택, 율과 재익의 옷 선택까지 말이다. 가방 하나에 데스크톱 컴퓨터를 제외한 자신이 가진 거의 전재산인 소지품을 넣어 다니는 재익으로서 “이 집에 내 선택이 들어간 건 아무것도 없다.”고 한 말은 예상치 못한 의견이라 좀 당황했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재익과 심하게 다투고 꼴 보기 싫을 때도 그를 위해 맥도널드에다 “더블 쿼터 치즈 버거 2개 모두 치즈 빼고 주시고, 맥너겟 12조각이랑~ ”라고 주문을 해줘야 하는 경우가 가끔 가주 있는 나로서는 모든 걸 혼자 해야 하는 게 숙명이자 나의 기쁨이기도 하다. 여하튼 그의 마음을 알고 난 후  뭐가 되었든 <선택>을 해야 할 때 함께 의견을 모으니 문제가 해결됐다. 주말인 어제오늘도 정리에 열을 올리기로 한 우리는 각자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고 줄였다. 율은 끝없이 나오는 레고 박스를 정리하다 창조의 세계에 빠졌고, 재익은 아기 탠트와 행거 등의 부품을 분해하여 한 곳에 모아놨다. <정리>를 하느라 다시 <난장판>이 된 집 정리는 내 몫이었고, 나는 내 공구박스들과 작업 툴을 한 곳에 모으는 데 거의 성공했다. 


요즘 <숙제+공부> 시간에 부쩍 반기를 드는 율을 불쌍히 여기며 종종 탈출을 시켜주는 재익은 일요일 오전을 어벤저스 영화 보기와 게임으로 같이 시간을 보내더니 곧 둘이 산책을 나간다. 두 시간쯤 뒤 돌아온 율과 재익은 “눈 감아봐 어서 어~”  뒷정리에 땀범벅이 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써브웨이 비엘티와  너무 예쁜 두 송이 꽃을 받았다.  율이 좋아하는 보라색 장미와 재익이 가끔 사다 주는 빨간색 장미. 버리기와 지키기 딜레마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는 잠시 기분 전환을 하는 축복의 기회를 얻은 대가로 내 남자들에게 “Oh my boyssss”를 연발했다. 누군가는 꽃 선물에 대해 “먹지도 못할 거!”라며 일축하여 한참을 웃었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는 나에게 분명히 있다. 먹지도 못하고 시들면 버려질 꽃이지만 <배려>와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데에 나의 멘탈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바 그 가치를 둔다. 그리고 시들고 나면 차지했던 공간을 다시 내어주니 버릴지 말지에 대한 고민에 빠질 일이 없어 미니멀 라이프를 사는 데에도 멘탈과 공간을 지킬 수 있어 또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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