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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늘이 Jul 01. 2019

너는 184 나는 166


너는 100킬로 나는 100파운드. 너는 가끔 다혈질. 나는 온화하고 상냥하고?… 아니 나는 나를 정의할 수 없다. 나는 때로 친절하고 인내의 달인이었다가도 때로는 손을 떨며 화를 내니까.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아마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라 유명해진 게 아닐까.


송송 커플이 이혼을 한다고 한다. 너무 예쁘고 잘 생긴 사람 둘이 만나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꿈같은 집에서 신혼을 시작하면서 매 순간 관심을 받고 있는 그 사람들. <다른 사람들>이 만났으니 그냥 겉으로 보는 것보다 얼마나 더 <다른> 점이 많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며칠 전 그들의 이혼 소식을 접하면서 그닥 놀랍지 않았던 이유다.


사람들의 고민은 성격이 다르고 깊이도 다르다. 모두의 기준이 제각기 다르고 인내하다가 뚜껑이 열리는 순간도 다르지만 이해할 수 있거나 혹은 참을 수 있는 문제라면 결국 <선택>의 문제다. 부부끼리 오늘 싸웠다고 다시는 말도 안 할 이웃이나 절교하기로 합의 본 친구처럼 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추억 속 친구라면 “우리 앞으로는 사이좋게 지내자”하고 쪽지를 보내거나 초콜릿을 쓱 내밀어 다시 예전의 우정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나는 아침 커피를 평소보다 진하게 눌러서 에스프레소 수준으로 종일 마실 수 있게 건네기도 하고 2센티 이상 두께의 스테이크를 구우면 보통 해결된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어떤 날은 커피를 내리면서도 거림 직한 게 남아서 목 뒷덜미를 동그라미를 그리듯 살살 흔든다. 그러면 두통도 스멀스멀 올라오고 한차례 더 풀어야 기분이 나아진다. 기분이라기보다 그냥 인내하고 넘어가기보다 뭔가 문제가 풀리는 경험을 하곤 한다.


정답이 없음을 알기 때문에 매 순간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때마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수영장 구석에 우연히 박혀 빠지지 않는 돌처럼 바깥공기를 마시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우적 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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