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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늘이 Jul 28. 2019

사랑. 감사. 미안. 반성. 기쁨

기적 같은 내 라이프

김첼로의 아침 음악은 주로 요요마의 첼로 솔로나 명상을 위한 소리가 구글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그리고 오늘은 영화 <터미네이터>를 최대 볼륨으로 높인 소리와 율과 재익이 영화 대사보다 더 영화에 대한 TMI로 조잘대는 소리가 <흐른다>. 어벤저스가 이 세상 히어로의 전부로 알고 있는 율에게 그 시조새에 맞먹는 터미네이터를 접하는 순간이다. 재익은 30년도 더 된 이 영화가 이 세상에서 제일 쿨하다면서 제작자라도 된냥 썰을 푼다. 김첼로는 음악 대신 이들의 수다를 평온한 마음으로 듣기로 마음먹는다. 


어제 안 쓰고 잔 일기와 오늘 계획 쓰기(김첼로는 율이 그날 계획을 모두 지키면 칭찬 달러를 지급하고 매주말 보상을 해주거나 아이가 간절하게 사고 싶은 게 없다면 함께 은행에 가서 저금하는 것을 돕는다.)를 영화가 끝난 후에 하라고 꽤 <나이쓰>하게 경고하는 김첼로(나) -제3자가 보는 나의 모습은 어떨지 스스로 느껴보기 위해 제3자 화법을 이용해 본다.- 는 며칠 전 친구 <쑤녕>이 알려준 방탄 커피를 만들어 음미하면서 아침 다이어리를 쓰며 세상에서 유일하게 메신저를 하는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자매 <라비+쎈>와 왓챕에서 며칠간 못한 수다 릴레이를 한다. 


매달 부모님께 생필품과 음식 장을 봐드리고 동생들에게는 화장품과 패션 아이템을 제공해주는 최고 효녀 라비는 현진씨가 외할머니 기일로 어젯밤 홀로 내려간 안동에 자신의 미니미인 두 돌 된 딸아기를 데리고 서프라이즈를 감행하는 중이고, 얼마 전 호주 삶을 시작한 쎈은 집 앞 잔디에서 요가를 마치고 독서를 하는 중이다. 쌀쌀한 호주 날씨지만 사진에서 느껴지는 따뜻하고 눈부신 햇살이 쎈의 요가 동작중 발을 들어 올리는 자세에서 분명 발바닥이 핫팩을 흔들어서 만졌을 때처럼 따뜻했을 것만 같다. 


서울은 지금 비가 주룩주룩 오는 중이다. 세탁기에 건조 기능이 없는 건 상상하고 싶어 하지 않는 김첼로는 비가 오는 소리에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며 편안함을 느낀다. 유튜브에서 비가 오는 소리를 찾아 틀어놓을 때가 종종 있는 걸 보면. 어제는 폭염 속에서 율과 재익이 하루 종일 서프라이즈를 해줬다. 김첼로의 생일을 기념해주기 위한 하루 종일의 행아웃이었다. 그녀는 평소 사랑을 퍼주고 고백한 만큼 두 남자에게 다 받는 기분이 들었다. 


고맙고 감사하고 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날마저 어김없이 뚜껑이 열린 사건은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 신나게 춤을 추며 레이저건 놀이를 하던 율이 흥을 주최하지 못했는지 반나절 동안 켜놓은 큰 초들을 몹시 <씨게!> 불어서 끄는 바람에 촛농이 내 오른쪽 팔과 새로 읽으려고 책꽂이에서 꺼낸 지 2-3분도 채 되지 않은 너무나 예쁜 열린 책들의 한정판 문학 전집 중 제임스 A. 미치너 작가의 <소설> 책 겉표지, 왼쪽의 책 등, 오른쪽의 책장을 넘기는 하얀색 부문 전체, 당연히 테이블과 거실 바닥, 벽지까지 말할 것 없이 뜨거운 액체의 촛농이 튈 수 있는 만큼 모두! 튀었다. 


<아아아악!!> 김첼로는 재빨리 촛농으로 코팅된 오른팔을 들고 싱크대로 달려가 수돗물을 틀어 진정시키며 촛농을 뜯어내는 동시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분명 촛농이 많이 고인 것에 흥미를 느끼며 입으로 끄고 싶어서 시도하려는 하는 율에게 <절대로> 불면 안된다고 두 번이나 얘기했기 때문이다. 어른도 그녀 자신도 알면서도 수많은 실수 하는데! 만 7세인 아이에게 너무 화가 난 스스로에게 몇 시간이 지나고 조금 후회를 했다.


율은 김첼로의 멱 딴소리가 섞인 비명에 놀라고 온 사방에 다 튀어버린 뜨거운 촛농의 위력에 놀라 울면서 계속 <암 쏘뤼… 암 륄리 쏘뤼!! 으아아아앙~~> 이라고 했다. <알았다>는 한 마디를 내뱉지 않는 그녀의 무표정과 무관심으로 바닥의 촛농만을 엄지손톱으로 긁어대는 태도에 놀라며 미안해하며 무척 불안해했다. 자신도 너무 미안한 마음에 떨면서 울움 소리가 커졌으니 말이다. 재익이 달려와 율을 달랬다. <몰랐으니 괜찮다. 엄마도 괜찮다.>며 사과를 받아주라고 했건만 화가 풀리지 않은 김첼로는 아이의 사과 말과 용서를 구하는 애절한 눈빛에 대해 얼굴을 들지 않은 채 대답이 목에서 잘 나오지 않다가 개미가 알아들을 정도로만 소심하게 괜찮다고 말했다. 


21세기에 태어난 율에게는 대부분의 경험이 처음이란 걸 자꾸 까먹는다… 우리 천사 현진씨 같았음 바로 불안해하고 무서워하는 아이를 감싸줬을 텐데… 그녀는 <난 아직 멀었구나>하며 반성하며 현진씨와 함께 안동에 같이 못 간 것까지 가슴뼈가 눌리는 기분이 들며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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