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단백질
한국은 2025년,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그중 약 10%가 근감소증을 앓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근감소증이란 나이가 들면서 근육의 양과 힘, 기능이 점차 줄어드는 질환이다. 아직 뚜렷한 치료제는 없고, 이로 인해 일상 기능은 서서히 무너지고 낙상의 위험은 높아진다. 결국 몸과 마음은 동시에 쇠약해진다.
그중에서도 암 치료를 받은 이들, 그리고 만성질환을 앓는 이들은 특히 고위험군에 속한다. 초고령 인구를 포함해, 이 질환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을 가능성이 있는 이들은 약 1,300만 명에 이른다.
그래서일까. 요즘 부쩍, '단백질'이란 단어가 자주 들린다. ‘앞으로는 단백질이 중요하다’는 말이 이제는 광고 속 문장이 아니라 실감 나는 미래 예고처럼 다가온다. 그렇다면, 단백질의 미래는 어디에서 시작될 수 있을까?
나는 곤충에서 그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슈퍼푸드란 말이 있다. 영양학적으로 매우 유익하다고 평가받는 식품들을 일컫는다. 곤충도 그 대열에 들어설 수 있을까? 그리고 정말 이 작은 생명체가 근감소증의 해답이 될 수 있을까? 궁금함은 곧 자료 조사로 이어졌다. 각종 논문과 연구를 읽으며 나는 ‘곤충단백질’이라는 세계에 들어서게 되었다.
식용곤충은 단백질 함량이 뛰어나고, 인체에 유익한 생리활성 물질을 품고 있다. 항산화, 항염증, 항비만, 항당뇨, 면역력 개선까지, 작지만 강한 힘을 가진 생명체였다. 그중에서도 ‘밀웜’은 특히 눈에 띄었다. 단백질 흡수율이 높고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소화 부담이 적어 노인이나 환자에게 특히 적합한 자원이었다. 실제로 밀웜의 단백질 함유량은 소고기의 두 배에 달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농촌진흥청의 연구에 따르면, 고소애 추출물은 근육 위축을 약 36% 줄이고 근육 세포의 분화를 60%가량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국제학술지에도 실려, 고소애가 건강한 노화를 위한 단백질 보충제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단백질 섭취율이 20% 증가하고, 면역세포 수치 역시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그런 밀웜은 참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유충은 밀웜, 성충은 ‘갈색거저리’라 불리고, 학명은 Tenebrio molitor. 그러나 한국에서는 ‘밀웜’이라는 이름이 주는 낯섦과 거부감을 덜기 위해, 이 작은 생명체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었다. 고소애. 고소한 맛이 나서 고소애라 했단다. 이름 속에 정감도, 바람도, 약간의 재치도 담겨 있다.
문득 홍길동이 떠올랐다. 호부호형(呼父呼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던 그 이름 없는 존재. 어쩌면 고소애도 그렇다. 밀웜이라 불리지 못하고, 낯섦과 거부감을 덜기 위해 새 이름을 부여받은 존재. 익숙하지 않은 생물을 친숙하게 다가오게 하려는 사람들의 언어적 상상력 속에는, 어쩌면 시대의 바람과 욕망이 조용히 스며 있었는지도 모른다.
따스한 봄날, 국내에서 고소애를 누구보다 정성껏 기른다는 한 대표님의 연락처를 교수님을 통해 전해받았다. 그리고 우리는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경상북도 성주. 이번에는 닥터파브르의 팀원들과 함께했다.
그곳은 단순한 곤충 사육장이 아니었다. 곤충을 통해 지구의 내일을 바꾸려는 작은 실험실이자, 진심이 깃든 삶의 터전이었다. 그 공간을 지켜온 것은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온 부부였다. 두 사람은 고소애 한 마리 한 마리를 마치 손주를 돌보듯 정성껏 보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일흔일곱이라는 대표님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매일 고소애 기름 한 숟가락 덕분이오.”
그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 웃음 너머로 삶과 신념이 묻어났다. 과거 공업사를 운영하시며 직접 기계를 개발해 특허도 여러 개 내셨다는 이야기에서 장인정신이 느껴졌다. 사육장의 문을 열자, 고소애들이 꼬물거리며 생명의 리듬을 연주하고 있었다. 대표님은 차분하게 사육 환경과 먹이원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사람이 먹는 건데, 중금속이나 위생은 더 철저해야지요.”
곤충을 단순한 자원이 아닌 ‘사람을 위한 음식’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잠시 후, 대표님은 우리를 조심스레 교육장으로 이끌었다.
“내가 받은 상 하나 보여줄게요.”
호기심을 안고 따라간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의외의 상패였다. 알고 보니, 그것은 대표님이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사람이자 평생의 동반자인 사모님께 받은 선물이었다. 상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함께하고 싶어요.
대표님은 그 문구를 읽으며 말없이 웃으셨다. 그 미소는 소년처럼 순수했고, 세월을 관통한 사랑의 시간을 품고 있었다. 수많은 훈장과 상장이 있을 법한 삶이지만, 그가 가장 자랑스럽게 꺼낸 것은 결국 '함께한 삶' 그 자체였다. 그것은 그들만의 오래된 약속이자, 다시 돌아온 하루의 이유였다.
돌아오는 길, 우리는 밀면 한 그릇을 함께 나누었다. 더운 날씨에 땀이 식어가던 그 짧은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언젠가 고소애가 성주의 참외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널리 알려지게 되면 좋겠다고. 그 생각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작지만 단단한 생명력, 낯설지만 설득력 있는 가능성. 고소애는 단순한 곤충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아직 다 알지 못한 내일을 품은, 아주 작은 미래였다.